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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북핵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이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제5차 북핵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이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옥현

제5차 북핵6자회담이 열린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의 의장 성명을 듣고 있다.
제5차 북핵6자회담이 열린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의 의장 성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옥현

"북한의 소동은 아시아에 있어 중국 위치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 중국에 손해만 끼칠 뿐 이익은 전혀 없다."

"중국은 잠시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고 중조우호조약을 바꿔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역시 한국에게도 위협이 안된다. 한국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무리 부득이한 상황이라도 대만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중국에 위협이 된다. 중국인들이여 각성하자! 절대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한다."


북한이 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실험을 예고한 뒤 중국 시나닷컴(news.sina.com.cn)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물론 "모든 국가는 핵무기 보유할 권리가 있으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의 핵보유는 바람직스럽지 않지만 이는 결국 미국의 핵 위협 때문에 발생한 사태다"라는 반론도 있다.

북 핵무기 보유에 대한 찬반을 보면 전체적으로 반대가 60%, 찬성이 40% 정도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 네티즌들의 태도 변화다.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을 때, 북·미간 대립이 심각할 때 등 시나닷컴에 달린 네티즌들 댓글은 90% 정도가 북한 지지였다. 북한의 핵무장을 중국이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핵보유가 물리적으로 입증될 것이 확실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아직 찬반이 엇비슷한 수준인 것은 비록 인터넷상의 여론이지만 이는 북 핵무기 보유에 대한 중국인들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

미국을 전략적 적대국으로 상정하는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대미 강경태도는 올바르다. 미국에 대한 전초기지로서의 북한의 전략적 위치도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입증되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최고 적대세력 일본의 핵무장이 이어지고, 또 바로 이어 대만과 한국의 핵무장 등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편에 설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선택 강요 받아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 불가피하다.

대북 지원은 물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설사 남한의 대북 지원이 다 끊긴다해도 중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북한은 생존할 수 있다. 결국 김정일 정권의 생존 여부는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현재 중국 정부의 공식 태도는 침착하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측이 핵실험 문제에 있어 반드시 냉정함과 자제심을 유지할 것을 희망한다"며 "관련국들도 오로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피차 간의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면서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동을 피해줄 것을 당부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핵무기와 결합하면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안보리가 단지 성명발표가 아닌 '예방적 외교' 전략 수립에 나서야 된다"고 주장했다. '예방적 외교'라는 수사를 동원했지만 사실상의 군사적 조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가장 좋은 길은 이 문제를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이라며 "만약 6자회담이 그것(북핵)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안보리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을 때와 비교하면 중국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에서도 냉정하다. 그러나 아직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핵실험이 실시되면 중국은 끝까지 북한 편에 설지 아니면 북한을 포기할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핵실험 예고는 미국에 대한 압박임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중국이 무슨 수단을 써서든지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라는 요구다.

중국, 핵실험 막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중국은 북·미 사이의 중재도 어렵고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대 북한 영향력도 없어 정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대북 제재를 한다고 해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제재는 단기적인 외교적 압력 수단인데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 김정일 체제가 불안해지고 이는 중국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도나 파키스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핵실험이나 핵보유는 제재로 막을 수 없다"며 "핵보유는 재래식 군비경쟁을 대체하고, 국내 정치기반을 강화하며 핵 클럽에 들어가면 협상에 더 유리하다는 게 북한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인도에 버금간다"며 "이런 북한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실험을 하게 되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김 교수는 "이때가 되면 오히려 중국의 관심은 북한의 핵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가에 쏠릴 것"이라며 "핵무기 수준이 저급하다면 되레 북한이 어렵게 될 것이고 어느 수준 이상이라면 그들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지영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해 외교·군사적 공식·비공식 채널을 가동해 설득과 압박을 동시에 가하는 한편, 한국·러시아와 연계해 미국의 금융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경우 중국의 태도에 대해 최 교수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첫번째는 중국은 영국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은 것처럼 북한 핵이 자신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대신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는 한국·대만·일본의 핵무장 저지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에 동조해 북 핵무기를 무력화하거나 북한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경우다.

최 교수는 "중국의 안보위협과 미국이라는 복잡한 국내외적 변수에 의해 단일한 결론을 유도하기는 지극히 힘들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중국이 북한핵에 의해 심각한 체제안보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보면 북핵을 실질적으로 용인하고 주변 국의 핵확산을 저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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