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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섬으로 가을 소풍을 떠나다.
돝섬으로 가을 소풍을 떠나다. ⓒ 김연옥
섬 모습이 돼지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섬이라고 부른다. 마산여객선터미널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면 거기에 도착하게 된다. 돝섬에도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가락국 임금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져 군사들이 찾고 있었는데, 그 무렵 금돼지가 돝섬에 나타나 부녀자와 소녀들을 잡아가고 사람들을 해치는 등 나쁜 짓을 일삼고 있었다 한다.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광채가 나서 어느 날 밤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았더니 광채가 두 갈래로 갈라지며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 최치원이 섬으로 가서 화살이 박힌 곳에 제사를 지내자 금돼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학생들이 마산여객선터미널에 모이기로 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그래도 일찍 온 학생들이 많아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엔 벌써 반별로 줄을 서 재잘대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도 늘 웃는 얼굴인 정지영(마산제일여중 2) 학생은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가서 샀던 가방이라며 내게 사자 가방을 자랑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가서 샀다는 사자 가방이 튄다.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가서 샀다는 사자 가방이 튄다. ⓒ 김연옥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돝섬으로 배가 떠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와하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돝섬으로 배가 떠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와하는 소리와 함께. ⓒ 김연옥
아무래도 배를 타고 떠나는 소풍은 더욱더 즐거운 것 같다. 우리가 탄 배가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파란 바닷길 따라 신나게 나아가자 학생들은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점차 마산 시가지가 멀어져 갔고 시원한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간질이며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아름다운 섬, 돝섬에 내렸다.
아름다운 섬, 돝섬에 내렸다. ⓒ 김연옥
우리는 돝섬에 내리자마자 바로 서커스 공연장으로 갔다. 배를 타고 오는 관계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반들이 있어 공연에 앞서 몇몇 학생들의 장기 자랑 무대가 마련되었다.

평소 재치와 익살이 넘치는 정혜윤(마산제일여중 2) 학생이 무대 위로 올라가 멋진 노래를 선사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했다는 홍수민 학생도 MBC 드라마 <대장금>의 '오나라'와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불러 흥을 돋우었다.

내 학창시절 때는 소풍 가면 으레 익살꾸러기로 이름난 학생이 전체 모임의 사회를 멋들어지게 봤다. 그리고 학급 대표들이 차례대로 나와 멋진 무대를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어 절로 웃음이 난다.

중국에서 온 곡예사들의 서커스 공연을 재미있게 보다.
중국에서 온 곡예사들의 서커스 공연을 재미있게 보다. ⓒ 김연옥
얼마 후 서커스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이가 스무 살 정도 돼 보이는 곡예사들은 모두 중국 사람들이고 한국에 온 지 보름밖에 안 됐다고 한다. 이따금 호기심 많은 학생 몇은 무대로 올라가 같이 참여했다. 나는 곡예사들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면 놀라워 입이 딱 벌어지다가도 눈곱만큼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고된 훈련을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어머니표 김밥입니다!
어머니표 김밥입니다! ⓒ 김연옥
서커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어머니가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정성스레 싸 주는 소풍 도시락은 참으로 꿀맛이다. 나도 학생들이 가지고 온 김밥이 먹음직하여 한 개씩 얻어먹었다. 어머니표 김밥은 조금 먹어도 왠지 배부른 느낌이 든다. 아마 어머니의 사랑이 배어 있어서가 아닐까.

바이킹을 신나게 타고 싶어요!
바이킹을 신나게 타고 싶어요! ⓒ 김연옥
소풍은 즐겁다.
소풍은 즐겁다. ⓒ 김연옥
바다 위로 세워져 있는 출렁다리. 아슬아슬해도 재미있다.
바다 위로 세워져 있는 출렁다리. 아슬아슬해도 재미있다. ⓒ 김연옥
도시락을 다 먹은 학생들은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중학생들은 대체로 바이킹, 허리케인 등 놀이기구 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큰소리를 막 지르고 나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공부해라"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을 게 뻔해 고개가 끄떡여지는 말이다. 학생들은 한참 놀이기구를 타고 놀거나 바다 위로 세워진 출렁다리를 지나 산책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자주 오르는 가포 청량산에 서면 돝섬이 한가롭게 보인다. 잠시 긴 의자에 앉아 내 마음의 배를 타고 돝섬으로 향한 적이 참 많았다. 이제 그 예쁜 돝섬을 떠나 다시 팍팍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름다운 돝섬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고.
아름다운 돝섬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고. ⓒ 김연옥
학생들도 마산여객선터미널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소풍날에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좋고, 이번에는 배를 타서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바로 노래방으로 갈 거라고 말했다. 어쨌든 옛날이나 지금이나 소풍은 즐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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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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