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들거나 끌고 다니는 관광은 관광이 아니라 고역이다. 역에 내리자마자 휴대품 보관함부터 찾았다. 찾기는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관함이 소형으로 우리 짐이 들어가질 않는다.
역무원한테 물었다. 큰 보관함이 있는 곳이 어디냐고. 약도까지 받아서 찾았는데도 한참을 해매고 나서야 겨우 찾았다.
그 까닭은 고령의 할머니가 장사를 하는 구멍가게가 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건 보관한다는 팻말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었으니(보관료: 500엔).
짐을 맡긴 우리 일행은 페리 승선장으로 걸어서 갔다. 표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아 처음에 의아했지만, 사꾸라지마 쪽에만 배표 판매소와 검표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비용절감 면에서 현명한 판단이다.
가고시마 페리 승선장에서 사꾸라지마 승선장까지 약 15분 소요되고 뱃삯은 편도 ¥150이다. 3~4층으로 건조된 페리호 여러 척이, 아래층에는 차량, 위층에는 사람들을 싣고 24시간 운행한다. 승객이 많이 몰리는 시각에는 10분 간격으로 왕래하고 있다.
수시로 연기를 내 뿜고 있는 활화산인 사꾸라지마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3곳-(유노히라(湯の平), 有村溶岩(아리무라), 烏島(가라스지마)-이 있다. 그 중 아리무라(有村)전망대를 선택하여 가고시마교통의 시골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전경 가운데 일본 산중에서 보기 드문 소나무를 발견했다. 그런데 대부분 잎사귀가 발갛게 변색되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온 산에 퍼져, 산림청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소나무의 ‘재선충’이 이곳에서도 전염되었는가?
시골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은 거의가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타고 내리는 행동이 너무나 굼떠서 답답할 지경인데 운전수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준다. 올라탈 때도 승객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최근 버스 안에 ‘차가 멈추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천천히 하차하라’는 안내문을 부착한 차를 더러 볼수 있는데, 그걸 믿고 앉아 있다가는 내리기도 전에 발차하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아직 우리나라 운전수들의 운전습관은 좀처럼 바꿔지기가 힘든 모양이다.
아리무라 전망대 주변은 온통 마그마가 식어 굳어진 용암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제주도에 온 느낌이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휘돌아 올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정자가 세워진 전망장소에서 사꾸라지마산을 올려다 보았다. 마침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환영하는 봉화대의 연기인가. 아니면 그리움을 앓고 있는 여인의 응어리진 한(恨)이 연기되어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가.
3개의 봉우리를 가진 사쿠라지마산은 남쪽 봉우리인 미나미다케(南岳 1040m)에서 연기를 뿜어낸다. 지금까지 30여 차례 화산폭발이 있었는데 그 중 4차례의 대폭발이 있었다. 특히 1914년 폭발 때 30억 톤의 마그마가 1개월 이상 흘러내려 8개의 부락이 매몰되고, 동쪽으로 폭 400m 깊이 70m의 해협을 메워 오오수미(大隅)반도와 육지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최근 1995년도에 일어난 폭발도 용암덩어리가 해안가의 호텔을 덮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시의 폭발에 대비해서 곳곳에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약 7천여명의 주민들에게 사꾸라지마산은 화산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사는 댓가로 관광소득을 올리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사꾸라지마산은 사꾸라지마 주민들에게는 어떤 존재인가!
참고:렌트카(2시간:¥6500)를 빌려 3곳의 전망대와 섬 일주가 가능
가고시마(鹿兒島)의 마지막 여행처로 센간엔(仙巖園)을 택했다. 가고시마쥬오 역 앞 9번 승강장에는 수시로 출발하는 ‘시티뷰 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가고시마 시내의 주요 명승지(13곳)를 순환하는 버스(1회:¥160 종일:¥600)다. 총 15km의 거리를 계속 순환하는 버스가 명승지마다 정차하므로 자기가 보고 싶은 곳을 구경하고 다음 버스를 타면 된다.
센간엔(이소 테이엔)은 1658년에 시마즈 가문의 19대 영주인 미쓰히사의 별장으로 건축된, 너비가 약 5만평에 달하는 큰 정원이다. 곳곳에 일본 특유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베어 있다. 정원 내에 인공 계곡과 샛강, 연못 등이 조화롭게 가꾸어져 있다.
그러나 한편 서양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구조물도 눈에 띤다. ‘쓰루조친’이라는 고인돌 모양의 석조물 조형인 '가스등'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또 273개의 타일로 바닥이 채워진 보가쿠로(望嶽樓)는 중국 청 왕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센간엔을 소개하는 많은 글이 나와 있으므로, 설명은 이만 접기로 한다.
센간엔 관람경로는 어전(御殿)코스(¥1500)와 정원(庭園)코스(¥1000)로 나누어져 있다. 어떤 코스로 관람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을 본 매표소 아가씨가 정원코스만 보아도 충분하다고 조언을 해 준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각 호텔마다 10%의 할인권이 비치되어 있고, 또 전차,버스 '1일승차권'(600엔)을 구입하면 20%의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튿날 가고시마쥬오 역에서 왔던 코스의 역순으로 하카다 역으로 되돌아 왔다. 이것 하나만 얘기하고 3회에 걸친 가고시마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하카다 역 후문으로 나와서 큰 길을 만나 오른 쪽으로 꺾어 30m 걸어가면 ‘오도바시카메라’건물(전자제품상가)을 볼 수 있다. 이 건물 4층에 ‘수시온도’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회전식 초밥집이다. 초밥 2개가 ¥100. 싸다고 생각되면 찾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