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여간의 은둔 생활을 끝내고 국회로 돌아온 최연희(무소속) 의원.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활동도 재개했다.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홈페이지(
http://www.choiyh.com/)를 새롭게 단장한 것. 정말 이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펼치려는 단단한 각오가 엿보인다.
최 의원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열린 정치, 디지털 정치 시대에 좀 더 진솔하고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자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면서 "네티즌들과 일상적으로 대화하면서 지역발전과 의정활동에 보탬이 되는 유익하고 값진 의견들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지난 7개월 동안은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사과에 이어 당직 사퇴, 탈당까지 했고, 시민단체의 들끓는 의원직 사퇴 요구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자의 고소로 법정 공방도 벌여야 했으니 네티즌들의 의견, 민의를 수렴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국회로 돌아온 것 같다. 그는 의원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이번 일은 제게 깊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도 더러는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저 자신에 대해 더욱 충실하고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최 의원은 '잊었다'해도 그들은 '안 잊었다'한다
이제는 잊어버리겠다고 했다. 그 여기자도, 네티즌들도 잊지 않고 있지만 자신은 잊겠단다. 최 의원의 '귀환' 때문에 'ACT'라는 대학생 단체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ACT' 소속 한 학생은 지난달 최 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 의원은 진정한 반성도 없이 국정감사를 이유로 재판도 미룬 채 의정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며 "최 의원의 파렴치한 행동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의 복귀를 접한 네티즌들도 '얼굴이 철기군이네…, 가면이라도 쓰고 나오시지','사퇴하지 않는 건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겁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 정말 필요합니다', '의원이 의원다워야 의원이지!'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렇다. 최 의원은 눈 감고, 귀 막고 잊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잊지 않았다. 단지 최 의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만 그를 비난하는 글을 볼 수 없을 뿐이다. 신기하다. 그는 이 게시판으로 민의를 수렴한 뒤, 당당히 국회로 돌아온 것일까. '광고 게시물ㆍ지나친 폭력성이나 음란성을 포함하고 있는 게시물ㆍ근거없는 비방게시물 등은 사전 통보없이 삭제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게시판 설명글이 맘에 걸린다.
최연희 의원은 아직도 한나라당 의원?
홈페이지를 더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홈페이지 아랫쪽에 보면 동해시청, 삼척시청, 국회 등 최 의원의 지역구 배너가 걸려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사이에 한나라당 배너도 자리잡고 있다. 그는 아직도 한나라당 의원인가? 오른쪽에도 '노란리본으로 희망 전도사가 되어주세요'라는 한나라당 링크 배너가 있다.
'Choi's New'라는 메뉴를 봐도 최 의원 관련 뉴스는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에 머물러 있다. 또한 '동영상소식'에서는 지난 2월 한나라당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 기자회견이, '희'소식'에서는 박근혜 당시 당 대표와 악수하며 공천심사위원장을 받는 뉴스가 메인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하다가 성추행 사건으로 탈당한 그는 아직도 한나라당을 그리워하고 있나 보다. 정계개편 얘기가 솔솔 나오던데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에서는 최 의원에게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전사'라는 수식어를 달아줄 것 같다.
이제 온라인·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쳐나갈 최연희 의원. 그는 인사말에서 "많이 방문해주셔서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보내 주시는 의견들은 하나하나 저의 의정활동에 반영하여 민의에 기반한 정치인, 항상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그리고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줄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활동도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