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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하기 전 오픈 게임, 치킨 세마리 내기 바둑대회 (네째딸 아들과 세째 사위)
ⓒ 장승현

우리 가족은 작년부터 가족운동회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도 20여 명이 모여 우리 아들 성욱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서 운동회를 했는데 올해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작한 운동회를 이젠 조직적으로 준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는 고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다섯째 딸이 운동회 프로그램이며 준비물들을 전문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홀어머니 밑에 7남매, 각자 자녀 둘씩

우리집은 홀어머니 밑에 7남매입니다. 아들인 나를 비롯하여 내 위로 누나 하나에 여동생이 다섯인데, 다 결혼하고 막내가 이번 추석 때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오게 되었습니다. 다들 결혼하여 자녀들을 둘씩 두었으니 식구들이 다 모이면 총 인원이 25명이나 되는 셈입니다. 차도 집집마다 한 대씩 타고 오면 마당 한 가득 주차할 곳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어머니가 25년 전에 홀로 되어 7남매를 혼자 기르시고, 이제는 다들 시집 장가 보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어렸을 적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시골에서 땅뙈기 한 평 없이 부모님들이 품을 팔아 7남매를 가르치고 먹여 살렸으니 오죽하겠습니까?

보리밥을 커다란 양재기에 비벼 먹다보면 숟가락이 아홉 개, 힘들게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님은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었습니다. 일은 해야겠고 허기가 져 밥은 먹어야겠고, 숟가락은 양재기 속에 걸리적거리고 참다 못한 아버님은 "야들아, 이젠 숟가락 좀 놔라"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이 말 하기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요? 우린 항상 배고파 하면서 컸습니다. 그러나 이젠 7남매 모두 건강하게 자라 하나도 빠지지 않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제기차기에 2인삼각, 이어달리기 경기도

▲ 본인의 제기차기
ⓒ 장승현
▲ 훌라우프를 하고 있는 넷째딸의 딸인 주은이
ⓒ 장승현
가족운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편을 갈라보니 한 팀이 10명 정도 되었습니다. 각자 팀 이름을 '며느리 밥풀'과 '잡동사니'라고 정하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제기차기인데 어린아이들은 제기차기가 익숙하지 않은지 거의 한 번밖에 차지를 못했습니다. 저도 제기차기를 했는데 13번을 찼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 잘찬 축입니다.

그 다음 경기는 훌라후프를 했습니다. 그런데 훌라후프는 경기가 되지 못했습니다. 다들 수도 없이 많이 하는 바람에 우열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2인 삼각경기도 열렸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내가 쓰지 않는 넥타이를 가져와 두 사람의 다리를 묶어 달렸습니다. 두 팀별로 줄을 서서 시작한 2인 삼각 경기는 서로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 우리 아들 성욱와 세째딸 아들 정민이
ⓒ 장승현
▲ 첫딸과 막내딸의 2인삼각 경기
ⓒ 장승현
그 다음은 쟁반 위의 공 나르기입니다. 이 경기를 하기 전에 잡동사니 팀이 질서를 잘 지키는 바람에 점수를 10점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이번에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공나르기에서의 압권인 표정연기와 이어달리기에서 죽을둥 살둥 달린 공입니다. 우리집은 외아들인 제가 유일하게 아들이라 며느리한테 시누이들이 정말 잘해줍니다.

▲ 다섯째 사위와 첫째딸 아들 상이의 경주
ⓒ 장승현
▲ 나의 아내(유일한 며느리)와 세째 사위
ⓒ 장승현
이제 마지막,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어달리기입니다. 처음에 운동장을 반 바퀴씩 돌려고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 바퀴로 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운동장 한 바퀴씩 돌기 이어달리기를 했습니다.

처음 주자는 성욱이와 성안이. 일곱살난 성안이놈이 자기 형을 죽어라 쫓아가는데 생각보다 잘 뛰었습니다. 처음 주자에서 밀린 우리 팀이 막내딸과 셋째 사위와의 경기에서 폭이 좁혀졌습니다.

막내딸이 어렸을 적 오래달리기를 잘한 경력도 있는데 셋째 사위가 하루종일 술 마시고 그러더니 뒤에서 막내가 열심히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여유를 부리다기 그만 막내딸한테 추월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 다섯째 사위와 첫째딸 아들 상이의 피터지는 출발선
ⓒ 장승현
▲ 다섯째 딸과 둘째 사위의 혼성 대결
ⓒ 장승현
▲ 경기가 끝나고 컵라면 점심 파티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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