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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통영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 손학규홈페이지
그동안 갖가지 화제를 뿌리며 관심을 모았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102일간 민심대장정이 9일 오후 서울역 도착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의 이같은 정치실험이 한나라당 내부의 대선주자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일성으로 시작된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은 일정 내내 일관되게 실천된 몇 가지 원칙 등으로 그 진정성을 입증받았다.

손 전 지사는 이번 일정 동안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으로만, 반드시 노동을 하고 밥을 먹을 것, 숙소는 호텔 이외의 곳에서'로 정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 결과 더부룩한 머리와 수염, 검게 그을린 얼굴, 작업복과 효자손이 삐죽이 꽂혀있는 배낭 그리고 수첩은 이제 손 전 지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가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총 1만2475Km로 이는 3천리 강산이라는 한반도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5번 왕복한 거리이며, 서울-부산 천리길을 15회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102일 동안 손 전 지사의 대중 교통 이용 횟수는 택시 247회, 시외버스 64회, 기차 14회, 지하철 4회, 선박 8회, 비행기 2회(제주도 방문) 그리고 어로작업을 위한 어선 3회로 나타났다.

손 전 지사 측은 "택시는 기사와 더불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국민의 사랑방이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고 하여 목적지에 같이 내려 식사를 하거나 한사코 요금을 안 받겠다는 기사도 있었다. 또 자신의 지난 역경을 얘기하다 울음을 터뜨린 택시 기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그로 하여금 광부, 농부, 축산종사자, 과수농가, 환경미화원, 어부, 사회복지사, 장애인 도우미, 용접공, 도장공, 염색공, 조립공, 제빵직, 항만근로자, 어판장 청소부, 지게차 운전사, 대형마트 판매원, 재래시장 상인, 집배원, 양식업자 등 총 93개 직업의 노동을 총105회에 걸쳐 체험토록 하게 했다.

특히 지난 7월 29일 태백의 경동탄광과 9월 11일 충북 보은의 마로탄광에서는 일반 광부들과 똑같이 지하 수백미터의 막장까지 내려가 4시간, 8시간씩 채탄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외부 방문객이 이렇게 막장까지 내려간 것도 최초이며 이렇게 채탄작업을 벌인 것도 최초"라고 말했다.



154개 마을서 153회 간담회... 1500명과 대화

▲ 손학규 전 지사가 고추를 딴 뒤 옮기고 있는 모습.
ⓒ 손학규 홈페이지
그는 대장정 102일 동안 시 단위 51곳, 군 단위 40곳, 면 단위 42곳, 읍 단위 21곳 등 총 154개 마을을 찾았다. 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해남 땅끝마을은 물론이고 제주도 마라도까지 그의 발길이 닿았다.

가는 곳마다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간담회를 열어 총 153회의 간담회를 가졌고 간담회 참여자가 1회당 평균 10명 안팎이었으니 대략 1500명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는 단순히 만나서 악수를 나누거나 의례적으로 식사를 한 만남이 아닌 한두 시간 이상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숫자로 그 대상도 농민, 어민, 광부, 택시기사, 샐러리맨, 가정주부, 직업군인 아내, 대학생, 중고생, 교사, 아내모(아파트값내리기를 목적으로한 사이버 커뮤니티) 등 각계각층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아울러 대장정 도중 노인요양시설, 급식시설, 아동시설, 장애우 시설, 원폭피해자 시설 등 총 11개 시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것도 단순히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 실제로 한나절 이상 청소, 빨래, 식사 도우미 등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벌인 것이다.

처음에는 대장정을 '정치적 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취지에 공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졌고 이는 손 전 지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을 포함해 많은 인사들이 동참했다.

김진홍 상임의장 등 뉴라이트 전국연합 지도부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이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현장을 찾았다. 이밖에도 대장정에 동참해 자원봉사를 펼친 국회의원은 권오을, 권철현, 안경률, 김학송, 박계동, 임태희, 이방호, 심재철, 최구식,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승환, 김명주, 정종복, 김기현, 박찬숙, 이계경, 진수희 의원 등 42명의 당내 의원을 비롯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이 격려 방문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때 이명박 진영의 사람으로 분류되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응원하는 사실상 지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손지사의 홈페이지(www.hq.or.kr)에는 민심대장정에 자원봉사로 동참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빗발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평가 우량주라는 손 전 지사에 대한 꼬리표처럼 이 같은 여론의 주목에 비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그의 지지율은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실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5% 전후로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주자에 비해 아직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손 전 지사의 행보가 진정한 생활 정치, 이른바 '손학규식 정치'로 재확인되기 위해서는 대장정 과정에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식 새 정치', 거 참 궁금하네

▲ 거창 주민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
ⓒ 오마이뉴스 윤성효
손 전 지사는 "대장정 기간 동안 가는 곳마다 수첩을 꺼내들고 민심의 소리를 담았다. 간담회는 물론이고 택시 기사의 이야기도 적었고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도 새겨들을 만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깨알같은 기록이 수첩으로 무려 9권이나 된다. 그 '민심수첩'은 100일 대장정의 보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9일 귀경 이후 우선 2-3주 동안 이 민심수첩을 다시 펼쳐보며 각 분야 전문가들과 민생에 밀착된 정책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실제 그는 10월 중에는 10일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 14일 KBS-TV <파워인터뷰> 출연 이외에는 일체 외부 일정은 잡지 않고 있다. 그러나 11월부터는 민심대장정을 통해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문그룹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책토론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청높은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정치를 말없이 땀흘려 일하는 다수를 위한 정치로 바꾸어내겠다', '정쟁, 편가르기, 지역주의, 세몰이 등 구태정치를 바꿔내고 국민의 삶을 돌보고 국민과 마음이 통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추구하겠다'고 말한 손 전 지사가 '손학규식 새 정치'를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10월 9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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