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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a77a2>[왼쪽]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방어체제 현황 지도. 1·2·3차 방어선이 표시되어 있다. <font color=a77a2>[오른쪽]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방어체제 현황(항공사진).
[왼쪽]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방어체제 현황 지도. 1·2·3차 방어선이 표시되어 있다. [오른쪽]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방어체제 현황(항공사진). ⓒ 국가정보원 자료

북한 정부가 유사시 영변 핵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3중방어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의 대외비 자료에서 밝혀졌다. 북한은 지난 1994년 이른바 1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공습계획이 실시된 것을 계기로 이같은 체계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9일 실시된 것으로 추정된 북한의 지하 핵실험은 미국의 정밀타격이나 공습에 대비한 만만의 준비를 갖춰놓은 채 강행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오마이뉴스>가 9일 입수한 국정원의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유사시 평북 영변군 분강리 지역에 소재한 이른바 '영변 핵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3중방어 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1·2·3차 방어체계를 맡고 있는 부대와 임무는 각각 ▲82여단 5대대(1차 외곽방어) ▲총참모부 직속 64연대(2차 핵시설 외곽방어) ▲인민보안성 직속 64대대(3차 핵시설물 경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1차 외곽방어 - 2차 핵시설 외곽방어 - 3차 핵시설물 경계

국정원이 취득한 인간정보와 항사(航寫)정보를 종합 판단해 작성한 이 자료에 따르면, 1차적으로 핵기지 인근 구산리에 주둔하는 경보교도지도국 소속 82경보여단 5대대(800여명)가 건물 주변 반경 2㎞ 외곽지역을 방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행정구역상으로 영변군 분강리 일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2차적으로는 인민무력부 직속 64연대 소속 1개 대대가 핵시설 울타리 주변에 주둔하면서 건물 외곽방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3차방어선은 핵시설 내에 상주하는 '인민보안성 직속 64대대'가 시설 보호와 연구원 등 내부종사자 감시 등 임무를 수행하며 구축하고 있는데, 이들은 인민보안성 계급장을 착용하고는 있으나 정확한 소속은 '불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2·3중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부대들의 각각의 소속이 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56고사총 여단은 평북 박천-영변군 일대의 대공방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 특수부대의 침투공격 및 공습에 대비해 지상과 공중에 걸쳐 사실상 4중 방어망을 구축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핵시설 방어체제 현황지도 및 항공사진, 핵시설 외곽방어 부대 배치현황 참조).

1차 방어 부대는 이미 69년에 창설

북한의 영변 핵시설 외곽방어부대 배치현황(항공사진).
북한의 영변 핵시설 외곽방어부대 배치현황(항공사진). ⓒ 국가정보원 자료
이 가운데 1차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82경보여단 5대대는 지난 69년경 북한이 구소련 핵연구기관인 두브나연구소의 기술지원을 받아 평북 영변군 분강리 일대에 핵시설을 건설할 당시 이미 유사시 핵시설을 방어할 목적으로 창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핵개발 구상이 적어도 37년 전부터 가동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이 부대는 인민무력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데 대원들도차 자신들이 핵시설 방어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임무에 대한 보안이 철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원들은 93년 4월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후 영변 일대에 전시사태가 선포되어 분강리 지역에 출동하면서 부대의 임무를 처음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이 94년 1차 핵위기 당시 북한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려고 공습계획을 세웠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공습시 한반도 지역에서의 인명 피해상황을 보고받고서 막판에 취소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고위 공직자들의 회고록과 증언을 통해 여러번 밝혀진 바 있다.

이를테면 애시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핵문제에 직면했던 지난 94년 나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겨냥한 공습계획을 지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터 교수는 "당시 하루이틀 안에 영변의 연료개발 및 재처리시설 등을 폭파시킬 수 있는 계획을 마련했다"며 "당시 나는 그 어떤 핵이나 방사성 등 환경문제 없이도 시설을 공격을 단행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저지시킬 수 있다고 미 국방장관에게 말한 바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1990년대 말 클린턴 정부 당시 미 대통령의 대북 특사였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방북했고, 1993~1996년 구소련의 군축과 핵확산 금지, 미 핵무기와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방부 국제안보 정책부문 차관보를 지낸 바 있다.

영변 원자로 2개 완전가동시 공습하면 피폭범위는 400~1400㎞

또한 미군 당국은 1998년 북한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99년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영변 핵시설을 공습 등으로 파괴했을 경우의 예상 피해범위를 전문기관들에 비밀리에 의뢰해 시뮬레이션(모의실험)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군 당국이 전문기관에 의뢰한 '영변 핵시설 파괴 예상피해' 비밀보고서에 나온 내용으로 지난해 6월 언론에 보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 결과 최악의 경우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에까지 영향을 미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의실험 결과, 영변의 8㎿ 연구용(열출력) 원자로와 5㎿ 실험용(전기출력) 원자로 등 2개의 원자로가 공습 등으로 완전 가동중 동시에 파괴됐을 경우 사람들이 방사선으로 입는 피폭 범위는 최대 400~14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변 핵시설 가운데 파괴됐을 경우 방사능 피해 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인데 ▲1965년 이후 가동 중인 8㎿ 연구용 원자로(IRT-2000) ▲86년 이후 가동 및 가동중단을 되풀이해온 5㎿ 실험용 원자로 등 원자로 2개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핵 폐기물 저장시설, 핵연료 가공 및 저장시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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