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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간월호에서 쉬고 있는 기러기와 오리떼
천수만 간월호에서 쉬고 있는 기러기와 오리떼 ⓒ 안서순
천수만 간월호 인근에 있는 20전투 비행단에서 시누크 헬리곱터가 천수만 A지구 담수호인 간월호를 가로질러 추수가 시작되고 있는 간척지 상공을 요란하게 날아가자 놀란 오리 떼 수만마리가 한꺼번에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오리떼가 끼룩거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일시에 일대 하늘을 뒤덮는다. 장관이다. 오리 떼는 생존을 위한 몸짓이지만 이를 보는 탐조객은 더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천수만지역에서는 벌써 철새들이 군무가 시작됐다.

10일 오전 겨울철새가 얼마나 날아들었는지 살피기 위해 천수만 간척지 농로로 들어섰다. 비포장 흙길은 두달 이상 계속되는 가뭄으로 바싹 말라 있다가 차가 지나자 먼지구름을 피워 올렸다. 겨울철새 중 가장 먼저 날아오는 기러기와 오리가 빈 논마다 가득하다.

동행한 ‘2006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의 맹정호 사무국장은 “벌써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빰청둥오리, 가창오리 등 10여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날아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새들은 논이나 개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담수호인 간월호에도 큰 무리를 지은 채 떠있어 엇듯 보면 가뭄에 들어난 모래톱 같다.

이 철새들은 9월말부터 날아들기 시작해 10월말에서 11월초에는 30여만마리까지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맹 사무국장은 “현대가 농사를 지을 때는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수질오염도 지금보다 덜했으나 2001년부터 일반에게 농지분양이 된 이후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많은 소출을 내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 수질오염이 가중되는 등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바람에 한때 철새가 급격하게 줄어들기도 했으나 2-3년이 지나면서 철새들이 적응을 해 다시 안정적인 도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수가 끝난 논에서 낙곡을 주워먹다 날아오르는 기러기
추수가 끝난 논에서 낙곡을 주워먹다 날아오르는 기러기 ⓒ 안서순
뒤따라오는 먼지구름을 따돌리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데 웬 새 한마리가 앞질러가며 묘기를 보여준다. 맹금류인 황조롱이다. 녀석은 지상으로부터 불과 30-40m 높이로 날며서 우리를 앞질러 150여미터를 더 날아간 후 추수가 끝난 빈 논에서 낙곡을 주워먹고 있는 가창오리떼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수백마리의 가창오리가 기겁을 해 비명을 지르며 급히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탐조객이 보기에는 좋은 풍경이지만 새들에게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처절한 상황이다. 간월호의 중간지점쯤에는 탐조대 설치가 한창이다.

탐조대는 짚으로 엮어서 울타리를 만들고 투어버스를 타고 온 탐조객들이 중간 중간에 뚫어진 구멍마다 설치되는 망원경을 통해 간월호에 떠있는 철새들을 관측하는 장소다.

간월호 중간지점에 설치되고 있는 탐조대
간월호 중간지점에 설치되고 있는 탐조대 ⓒ 안서순
철새는 사람이 버스나 승용차 등을 타고 지나가면 날아가지 않지만 밖으로 나가거나 카메라 등 이상한 물체(새들이 보기에)가 보이면 여지없이 날아가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 탐조대는 오는 27일부터 12월4일까지 천수만일대에서 열리는 ‘2006천수만철새기행전’때 사용할 것이긴 하지만 행사가 끝나도 철새보호를 위해 그대로 둔다. 탐조대는 모두 3곳에 설치된다.

철새들이 사람들을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르고 간월호나 부남호의 한가운데까지 가서 떠있는 것은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새를 볼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숨기고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보는 것이 기본상식이다.

천수만지역에서 여름나기를 하던 황새가 다른 곳으로 날아간 것도 특종을 노린 언론사 기자나 사진작가들이 황새만 보이는 듯하면 아무데서나 카메라를 내밀고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마구 사진을 찍어댔기 때문이라는 게 ‘천수만지역 철새 지킴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맹 사무국장은“철새 행사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철새’를 보호하자는데 있다”고 밝혔다. 2006철새기행전 위원회는 오는 16일 오후 서산시청에서 천수만습지연구센터 상임대표인 이기섭 박사 등 철새 전문가 6명을 초청해 조류독감 예방대책과 조류독감과 철새와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갖는다.

맹 사무국장은 “지난해 조류독감으로 인해 철새에 대한 오해와 조류독감에 대한 잘못된 상식 등을 바로 잡기 위해 이 같은 설명회와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새들은 이런 일과는 전혀 무관하게 천수만을 찾는다. 철새지킴이인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요즘은 자고나면 철새가 부쩍 늘어난다”며“사람들이 철새와 공존한다는 의식을 갖는다면 철새는 갈수록 그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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