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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 "부시의 '악의 축' 정책이 미 외교위기 불렀다"
북한이 9일 핵실험을 끝내 강행한 이유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외교 실패를 극적으로 부각시켜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산도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언론의 논조만을 두고 본다면 북한의 이런 의도는 이미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9일자 기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20여년에 걸친 미국 대북 외교의 실패가 집약된 결과"라고 비판하고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협정은 북·미간 상호 불신과 갈등 속에 결국 파기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특히 북한과의 직접대화에는 뜻이 없고 일관되게 김정일 정권의 교체만을 추진해온 부시 정부의 태도가 오늘의 파국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미국진보센터'의 선임분석가 조셉 치린치오네는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부시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미국의 목표가 이라크에서처럼 정권교체에 있다고 판단한 김정일은 핵개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부시 정부가 북한정권을 핵실험이라는 막다른 길로 몰아넣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게 핵무장을 추진할 명분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부시 정부의 강경일변도 정책이 오늘의 파국에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신문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장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묵살했으며 오히려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제네바협정을 이끌어낸 반면, 부시 정부는 6자 회담의 틀 속에 북한을 묶어두려 했지만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다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며 부시 정부의 외교 실책을 비판했다.

한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역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했다. 그는 "부시 정부가 적대국과 대화를 통해 관계개선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 외교를 활용하지 않고 거꾸로 이를 상대국의 호혜적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왔다"고 지적하고 "부시 정부가 우방과의 대화만 고집하는 것은 큰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 역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핵 문제 전문가 존 월프스탈의 말을 인용 "북한의 핵실험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위신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이는 미국외교의 패배"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적대감이 북미대화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FT >는 북한의 핵실험이 주변국을 협박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보다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북한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면이 더 크다며 북한의 행동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외교관계위원회 개리 사모어 부위원장 역시 < FT >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정부가 대북압박정책의 효과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큰 기대를 걸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전의 와중에 미국이 북한을 강경책으로 압박하는 것에는 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에 부시 정부가 특히 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한 목소리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실패를 질책하는 미국 언론의 모습은 흡사 조중동 보수언론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퍼붓는 집중포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비판적 보도 일색이다.

당장 대북외교실패가 미국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언론의 이런 비판적 보도태도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수립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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