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추천을 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투표에서 단일 후보로 지명되어, 사실상 차기 유엔사무총장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소식은 북핵 문제로 우려하는 국민에게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비록 예비 선거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ODA(공적원조)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 등으로 인해 돈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질시 어린 비난을 일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해방 이후 40년 이상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아왔던 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나라에게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반 장관은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국간의 갈등을 조정,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은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국지적인 전쟁, 테러, 마약, 범죄 등의 문제 외에도 남북간의 경제 격차, 환경, 문화 등의 보전과 소통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러한 문제들과 관련한 일을 반 장관이 충실히 잘 수행하고, 지구촌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지구촌 촌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밀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정부는 유엔분담금 등의 완납뿐만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등이 결의하고 비준한 각종 협약들을 비준함으로써 반 지명자의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인정하고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가령, 우리 정부는 OECD 부패방지협약 가입국이면서도 기업의 해외부패 행위 등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유엔반부패협약(UNACC)' 등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형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2선택 의정서의 경우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었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다행인 것은 'UN 인권선언'과 더불어 '인권에 관한 국제헌장'이라고 불리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 조약', '고문 및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비하적인 대우나 처벌에 반대하는 협약', '어린이 권리 조약' 등에 진작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비준하여, 인권선진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6개 핵심 인권 규약 외에 지난 1990년 유엔협약으로 발의되고, 2003년에 발효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란 그 사람이 국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유급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또는 종사하러 온 사람을 말하는데, 우리 나라엔 올 연말 100만에 이르는 외국인이 거주하게 된다고 법무부 출입국은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미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통계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라도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사회 통합적 차원에서 국익에도 부합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마땅한 일일 것이다.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지명은 개인의 입장에서나 국가 차원에서도 유익한 측면이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앞으로 우리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ODA의 적절한 지원과 국제협약 등의 준수, 비준 등은 그로 인해 안고 가야 할 부수적인 의무이자 당연한 절차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고기복 기자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체결일인 11월 28일은 각국에서 '이주노동자의 날'로 치뤄지고 있다. 위 기사는 이주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성하였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