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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전국으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과 친지들이 모입니다. 그렇게 일 년에 두 번, 혹은 제사 때에 모이는 것이지요. 그렇게 모여 가족임을 확인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갑니다. 시골에 남은 부모님들이 쓸쓸함을 느끼는 순간이지요. 손주들의 재롱에 시끄러운 줄도 몰랐는데, 떠난 뒤에 남는 적막함은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명절에 가족들만 모이는 것은 아닙니다.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도 모이지요. 고향이 같고,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들도 명절이 아니면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삶을 위하여 먼 곳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반가운 얼굴 한 번 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지요.
고향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이유로 고향 친구가 먼저 제게로 찾아왔습니다. 벗이 있어 스스로 찾아오면 그 반가움은 더 없이 크겠지요. 더구나 온다고 미리 연락을 하면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릴 것 같다며 연락도 없이 왔습니다. 그렇게 밤이 늦은 시간에 온 친구를 저는 나무랍니다.
“나는 배부르게 밥 먹었는데, 니는 밥도 못 먹고 이게 뭐고?”
“그래도 괜찮다. 니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안주 먹으면 되지!”
어렵게 합격한 공무원 생활을 2년 남짓하고는 세상에 너무나 많이 길들은 친구입니다. 말을 할 때마다 인상을 찡그려서 그러지 마라고 하니 습관이 되어 그렇다고 말합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늘어난 주량에 저는 대적할 술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맥주 한 두 병을 마시면 취한다고 못 마셨는데, 저더러 빨리 마시라고 난리입니다.
으레 그렇듯이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잔을 했습니다. 상사에게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현실, 심지어는 근무 시간에 전화 통화조차 마음대로 못 합니다. 그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 제가 친구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딱 한가지뿐이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가업이나 물려받는 게 어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친구네 집의 가업은 농업입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무슨 장사를 대를 이어 한다면 사회에서 관심거리가 되는데 농업은 조상 대대로 가업을 이어오는데도 아무도 봐 주지를 않습니다.
하긴 평생 농사만을 지은 부모님은 자식이 농사를 짓게 하려고 18년 아니 20여 년 동안을 공부하라며 뒷바라지 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도시에서 하얀 셔츠를 입고 잘 살아 보라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사는 것과 농촌에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것. 여러분은 어느 것을 선택하고 싶으세요?
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일찍 혼인하여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친구이지요.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는 경쟁자라도 된 듯이 아주 치열하게 사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한 야망도 많은 놈이지요.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숨지었습니다. 서른 나이에 세상이 뜻대로 안 된다며 술로 위로하는 친구와 뜻대로 안되지만 그래서 더 살만하다고 말하는 친구는 ‘세상이 도대체 왜 이럴까?’하는 질문만을 가득 안고 술집을 떠났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밤에 달을 친구 삼아 다시 맥주를 한 잔 하였습니다. 조금은 추운 날씨에 강가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기엔 좋았습니다. 서른 나이에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는 친구를 위로하며 ‘도대체 나는 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겨우 캔맥주 하나를 비우고는 춥다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겨우 이 정도 추위를 이기지도 못하는데….’
계절의 변화에 여름과 겨울이 있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겨울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가까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우리들의 생에 있어서 화려한 날은 언젠가 올 것이지요. 때를 기다리며 부단하게 준비하는 자세, 그 자세를 배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