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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자료사진).
부시 대통령(자료사진). ⓒ 백악관 홈페이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음과 북한을 공격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그러나) 우리는 중대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자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렇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이래 부시 행정부는 항상 외교적 해결과 북한 침공의사가 없음을 되풀이해 강조해왔다.

그런데 부시가 말한 '외교적 해결'을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해결이 비 군사적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북폭을 하지않는 대신 북한을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부시 정부가 항상 한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완전 봉쇄되면 9개월 이상 못 버틴다

만약 북한이 모든 교역로가 차단되는 등 완전히 봉쇄된다면 6~9개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부 전문가는 3개월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본다.

군사적 공격을 당해 무너지나 경제 봉쇄로 굶주리다 무너지나, 김정일 정권 붕괴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외교적 해결은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과는 별 관계가 없다. '김정일 정권 붕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과 질식사시키는 것은 같은가? 다른가? 방법은 다르지만 '살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맞아죽으나 굶어죽으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북한이 가만히 앉아있을 리는 없다.

사실 미국은 현재 군사적 수단을 쓰기 힘들다.

한국과 중국의 반대는 차치하고 일단 동원할 병력이 없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15만명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을 뿐인데도 미군은 현재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공격에는 최소한 50만명의 미군 병력이 필요할 것인데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

중국의 '북한 포기'를 기다리는 미 네오콘

보수진영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중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를 중단한다고 해서 북한에 주는 타격은 크지 않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은 연간 2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대북 민간 단체들의 연간 지원액도 많아아 1억달러 선이다.

사석에서 만난 정부 당국자들 가운데는 "솔직히 말해서 한국이 남북경협과 대북 지원을 다 중단해도 중국과 북한의 교역로가 계속 열려있는 한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펜티엄급 컴퓨터도 대북 수출 통제 물자에 속한다. 심지어 연필심(흑연)도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며 북한에 수출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 중국을 통해 들어갔다. 대북 경제봉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이 동참해야 한다.

북 핵실험 발표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는 CNN 방송.
북 핵실험 발표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는 CNN 방송. ⓒ 화면캡쳐
현재는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인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중국이 언젠가 북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그들은 단둥·투먼 등 북·중 사이의 13개의 교역로가 차단되는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대북 강경책을 추진해왔다.

네오콘들은 ▲한국·대만·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 ▲경제성장을 위해서 중국이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동참요구를 끝까지 거부하지 못할 것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인 대북 지원에 중국도 결국 지칠 것 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시각은 국내의 뉴라이트 세력도 비슷하다. 중국이 말 안 듣는 김정일에 실망해 결국 장성택 등 개혁·개방파로 정권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6자 회담이라는 틀은 '대화는 하되 협상은 하지 않는 틀'로 활용했을 뿐이다. 네오콘은 6자회담장에서 중국이 북한에 짜증을 낼 때 최고의 기쁨을 느꼈을 뿐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실패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는 아마 이런 비난에는 신경 꺼버리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날이 며칠 남았나에 관심을 쏟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희박하지만 만약 중국이 네오콘들의 희망대로 움직인다면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PSI 확대참여... 무력 충돌이 뻔하다

중국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부시 행정부가 대북 압박의 핵심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이다.

핵이나 생화학 무기가 이른바 불량국가나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실은 선박·항공기 등을 수색·차단하거나 영해·영공 통과 거부, 경유지 기항 및 급유의 거부 등을 하는 것이다. PSI는 북한·이란·시리아 등을 겨냥한다.

PSI는 지난 2003년 6월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일본·영국·호주·스페인·포르투갈 등 7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제출한 유엔 대북 제제안의 내용도 결국 PSI를 유엔 차원에서 확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와 경제 봉쇄를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미사일은 물론 핵기술의 수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수출의사가 없더라도 수출하겠다고 공언해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PSI 참여를 결정했다. 단 ▲한·미 군사훈련에 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 ▲PSI 활동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시 참관단 파견 ▲역외 차단훈련 참관단 파견 등 5개 항목까지만 참여한다. 이른바 옵저버 자격이다.

나머지 ▲PSI 정식 참여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에는 아직 동참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PSI, 53년 정전협정과 위배

한국 정부가 요즘 PSI 확대 참여를 고려 중이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보고 판단한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검토가 상당히 이뤄진 모습이다. 유엔 결의안에 따라 한국이 PSI의 나머지 3개 항목에 참가한다면?

한국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선박을 나포해 검색하게 될 것이고 김정일 정권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국지적이든 전면적이든 무력 충돌은 뻔하다.

PSI에 따른 북한 봉쇄는 1953년 정전협정 14항과 16항의 '육·해·공에서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과 위배되는 면이 있고, 북한은 정전협정 위반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를 계속 못살게 굴면서 압력을 가중시킨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연이어 물리적인 대응 조치들을 취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994년 6월 빌 클린턴 행정부가 유엔 차원의 대북 봉쇄를 추진하자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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