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날씨는 매우 흐렸다. 어제는 비도 엄청나게 내렸다고 한다. 맨해튼에 있던 J는 사이렌 소리와 거대한 굉음 소리에 깜짝 놀랐다. 북쪽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뉴욕 상공은 순간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순간 시민들은 동요했다. 또 다시 테러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대피하기 시작했고, 공포와 충격 속에 사고의 현장을 TV생중계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후 뉴욕 서북부에 있는 50층 건물과 추락한 것은 소형 비행기로 밝혀졌고, 이 또한 기상악화와 조종미숙에 의한 단순 사고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시민들은 사고 발생 1시간 만에 평온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한국: 12일 오전 8시. 뉴욕: 11일 오후7시] 평온을 찾은 뉴욕
저녁 맨해튼의 퍼브(pub, 미국식 선술집)에 들른 J는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한 시민은 “서북부에서 사고가 난 건 만으로 테러가 아닌 줄 알았다”고 전했다. 맨해튼은 남쪽에 주요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9.11 테러가 났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도 맨해튼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또 다른 시민은 “잠깐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빠른 사태 수습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J씨는 “9.11이후 평소 테러에 대비해 훈련을 꾸준히 해오던 뉴욕의 소방서와 경찰서가 신속히 사태 수습을 했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은 “큰 일이 났나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겨울이 찾아온 줄 알았다” 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뉴욕은 현재 겨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이 많이 떨어져 있으며, 비가 많고 구름이 자주 끼는 등 기상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한다. 그리고 흐린 날씨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한 뉴욕 시민은 J가 한국인임을 알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의 나라는 내일이라도 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걱정되지 않는냐?"고 물었다. J씨는 "이곳은 테러의 공포 보다는 오히려 북핵 문제에 더 긴장한다. 이곳 사람들의 한국인을 보는 시선은 측은하다고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한국: 12일 낮12시. 뉴욕: 11일 밤11시 ] 야구선수에 대한 애도
사고는 수습이 되었지만 이 후 미국에서는 비행기 조종사로 밝혀진 뉴욕 양키스의 투수 코리 라이들(Cory Fulton Lidle)에 대한 애도가 이어졌다. 퍼브에서도 사고와 테러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라이들의 죽음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코리 라이틀은 지난 8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이적해 4, 5선발로 활동 했으며 이번 시즌 12승 10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1972년생이며, 1990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야구 공식 홈페이지인 www.mlb.com 에는 애도의 글들이 올라왔고,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미 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경기 도중 선수들이 뉴욕 양키스의 선발투수 코리 라이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기도 했다.
한편 라이틀은 라이들은 지난 오프 시즌중 조종사 면허증을 따 18만7천 달러를 주고 사고기를 구입한 뒤 불과 75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