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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목수가 지은 집
장 목수가 지은 집 ⓒ 장승현
예수의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 목수인 점에 비춰보면,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기도에 들어갈 때까지 아버지를 도와 목수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의 직업을 목수(木手)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지 않을까.

목수는 집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집은 '사람의 영혼이 머무는 곳' 또는 '가족들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안식처'라고 말한다. 집을 '사람이 머무르는 곳'이라고만 여기지 않고 사람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로 본 시각이다. 예수의 사랑이 결국 '행복한 가정'을 담을 수 있는 집에서 시작한다고 해석한다면, '목수'라는 직업에 성스러움을 부여해도 될 듯하다.

지난 25일(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연기군에서 집 짓는 일을 하는 목수이자 뉴스게릴라인 장승현(43세)씨를 그의 집에서 만났다.

장 목수가 손수 지은 집은 2층으로 된 경량목조주택이다. 주산인 뒷산은 자그마한 야산이지만 생긴 모양이 좋았고, 문을 열고 나서면 탁 트인 벌판이 시원하게 맞이하는 전형적인 시골마을 집이다.

'목수치고 좋은 집에 사는 것 못 봤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장 목수네 집은 아담하면서 보기 좋았다. 장 목수는 "내가 사는 집이라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라며 겸손하게 맞이한다.

장 목수가 사는 동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연기군 남면에서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땅값이 3~4년 전에 비해 딱 10배가 올랐다고 한다. 장 목수는 "도회지가 싫어서 고향인 시골동네로 왔는데, 이곳도 머지않아 개발붐이 일어날 것 같아요. 좀더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목가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장 목수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중국집, 신발공장, 가방공장... 파란만장했던 청년기

장승현 목수
장승현 목수 ⓒ 윤형권
언제부터 집짓는 일을 시작했는지 물었다.

"조치원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풍운의 꿈을 안고 대전으로 유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말이 상경이지 가출이지요. 중국집 배달부를 하기도 했고 신발공장과 가방공장에서도 일을 했어요. 비를 피하고 허기만 채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지 했습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이런 서울생활이 한 3년 정도 지났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저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수소문 끝에 제가 있는 곳을 알아내시고 찾아오신 거지요. 어머니께서는 제 손목을 잡고 논산에 있는 직업훈련원에 보냈습니다. '기술이라도 배워 먹고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직업훈련원에서 목공일을 배웠지요. 지금 목수가 된 것은 직업훈련원에서 목공일을 배운 것이 큰 밑천이 되었어요."

그러면 장 목수는 직업훈련원에서 목공을 배우고 곧바로 집짓는 일에 뛰어들었을까?

장 목수가 직업훈련원을 졸업하고 기술자로 출발한 첫 직장은 경기도 군포에 있는 피아노 제조공장. 목공기술을 배워 그야말로 '기술자'로서 일을 시작한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첫 월급날을 기대하며 부모님께 드릴 속옷 한 벌과 선물꾸러미를 생각하며 고단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목수의 달콤한 꿈은 산산조각 났다.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월급을 전혀 못 받았다. 공장이 부도가 난 것이다.

장 목수의 첫 직장생활은 이렇게 무너졌고 설상가상으로 후두에 이상이 생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의사소통하기가 힘들 정도로 목이 잠겨버렸다. 장 목수는 낙심천만한 상태로 고향인 조치원으로 낙향했다.

소설가를 꿈꾸며 7년간 집에서 칩거

고향에 온 장 목수는 목공일을 접고 목수가 아닌 소설가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다. 그는 연기군 서면 고복리 시골집에서 7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낸다. 그는 이 시기에 대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읽고 글을 쓰며 오직 집안에서만 생활했다"고 말한다.

기인과도 같은 생활이었다. 일찍이 중국집 배달부, 신발공장, 가방공장 등을 전전하고 노동자 생활을 하며 겪은 온갖 고초와 애환을 직접 체험한 그의 삶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었다. 후두 이상으로 목이 잠겨 일상적인 대화가 좀 불편한 것도 소설가를 꿈꾸게 한 것 같다.

장 목수는 소설가를 꿈꾸며 7년이라는 긴 세월의 칩거를 마치고 대전으로 자리를 옮긴다. 장 목수는 이때부터 민족민주청년단체연합(민청)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나이 27세 되던 해였다. 낮에는 지붕을 고치는 일을 하면서 밤과 휴일을 통해 민청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10여 년간 대전민청활동을 하면서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허구의 세계인 소설이 아닌 현실의 세계에서 소설 속 주인공처럼 치열한 삶을 살았다.

"이 시기 대전지역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쌓았어요. 그리고 생계를 위해 지붕 고치는 일을 했던 것이 오늘날 집짓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39세에 진짜 목수 시작, '저렴하고 철학이 담긴 주택' 추구

덥수룩한 수염과 한복이 잘 어울리는 장승현 목수
덥수룩한 수염과 한복이 잘 어울리는 장승현 목수 ⓒ 윤형권
장 목수는 39세 되던 해에 진짜 목수로 나선다. "20여 년 전에 배운 목공기술과 지붕개량 경험이 목수로 나서게 한 힘이었다"고 말한다.

장 목수가 짓는 집은 경량목조주택이다. 경량목조란 말 그대로 '가벼운 나무를 소재로 한 집'이라는 뜻이다. 이 방식은 주로 미국과 북미지역에서 유행하는 집짓기 방식인데, 기둥대신 2*4(2×4인치), 2*6, 2*8 등의 각재목으로 벽체의 뼈대를 만들고 합판으로 벽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경량목조 구조는 '벽체가 기둥'인 셈인데 태풍, 지진 등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상당한 내구력과 인장력 등을 갖춘 장점이 있다.

경량목조 방식은 건축비가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사기간이 매우 짧아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 30여 평의 주택을 경량목조주택으로 지으면 한 달이면 가능하다. 콘크리트 구조일 경우 적어도 3개월, 한옥구조는 6개월을 잡아야 하는 데 비하면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오마이뉴스 '장 목수의 목조주택 이야기 참고).

사람이 일평생 집 한 채 짓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집 짓는 주체는 목수가 아니라 건축주를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아파트가 보편화하면서 집짓는 일이 더 더욱 어려워졌다. 이처럼 내 집 짓는 일이 어렵다보니 좋은 목수 만나는 것도 큰 복이려니 한다.

장 목수는 8년 전 '젊은 목수들'이라는 회사를 만든 뒤, 약 30여 채의 경량목조주택을 건축했다고 한다. "완성된 집을 보고 건축주가 좋아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집 짓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장 목수는 건축과정이나 건축 후에 건축주와 분쟁이 생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상세한 계약서 쓰기. 건축주와 목수 사이에선 건축도중이나 완공 후에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인간의 마음이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큰 돈을 들여 집짓는 일에 인간의 욕심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그 욕심을 제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기록해 놓으면 다툼의 여지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취재를 맡은 윤형권 시민기자는 누구?

2000년 10월 18일부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윤형권 기자는 스포츠, 사회, 여행, 교육, 문화,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스포츠기자클럽 회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독특한 시각의 뉴스를 써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선후배 체육대회, 프로 골퍼를 꿈꾸는 계룡학사 골프부 선수들, 야구를 즐기는 어린이들, 논산 내동초등학교 달밤 운동회, 초등학교 6학년 풀잎이의 검도 시합 출전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외 천하장사 이봉걸, 검도 행사에 나선 영화배우 최민수, 한국 여자마라톤 선수인 일본인 김나라 등을 인터뷰했고, 1등 당첨자 5번 배출한 홍성 복권방에 대한 풍수적 해석, 칠레 포도가 두렵지 않은 삼색 포도 등 타 분야에서도 독특한 기사들을 쓰고 있습니다.

2003년 4월의 뉴스게릴라상을 받았습니다. / 오마이뉴스
집은 저렴하면서도 아름답고 편리해야 한다. 장 목수는 건축비가 평당 250~300만원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한다. 장 목수는 지하수 개발, 보일러 등을 해주면서 이윤은 15%만 남긴다고 건축주에게 미리 알려주고 계약을 한다고 한다.

여름날 저녁 파란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식구들이 모여 바비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전원주택. 대개는 이런 집을 짓고 싶어 한다. 장 목수가 추구하는 집은 외형만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훈훈한 인간의 정이 넘치는 집이다. 장 목수는 집을 지을 때, '내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며 못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인다고 한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 공평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장승현. 그는 '사람이 살 집'을 통해 이상향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장승현 목수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www.moksune.com 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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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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