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재경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재경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의화 위원장 "심상정 의원께선 증인 신청 배경을 말씀해주십시요."
심상정 의원 "……"
정 위원장 "심의원님?"
심 의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제가 신청했던 증인을 철회하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왜나햐면 이같은 구조에서 (증인 채택) 표결을 해본들 다 부결이 될 것입니다."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13일 오후 2시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장. 강직하기로 유명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동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면서 말을 이었다.

심 의원은 "여러 동료의원의 고충을 덜어드리고, 재경위의 참담한 위신을 감안해서 신청한 모든 증인을 철회하겠다"고 토로했다. 정의화 재정경제위원장(한나라당)은 당혹스러워 했다. 정 위원장 주변으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간사)과 국회 사무처 직원이 모였다.

정 위원장은 이어 "심 의원의 증인 신청 철회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국회법으로 확인해보겠다"면서 "그동안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여명에 달하는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찬반 표결이 이어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된 전현직 은행 임원 대부분이 채택되지 않았다. 절반에 가까운 여야 의원들은 표결과정에서 자리를 비웠다. 최근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거진 증권선물거래소의 이영탁 이사장 정도만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이건희 회장 검찰고발 기립표결에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이목희, 이미경, 채수찬, 한나라당 원희룡, 민주당 김종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찬성기립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이건희 회장 검찰고발 기립표결에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이목희, 이미경, 채수찬, 한나라당 원희룡, 민주당 김종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찬성기립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불출석한 이건희, 김승연 등 재벌총수의 검찰 고발 무산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재경위 전체회의는 오후 3시까지 무려 5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동안 국정감사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첫 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외국환평형기금의 감사원 감사 청구건에 대해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정 위원장이 표결로 처리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두 번째 안건은 2005년 국감 증인 불출석에 대한 검찰 고발건. 작년에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출석하지 않은 사람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 회장 등 4명이었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초 삼성자동차 손실보전 문제 등과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미국에서 입원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4년에 재경위에선 (국회 증인이) 불출석한 것에 대해 모두 고발 조치를 했다"면서 "그런데 왜 작년 국감 증인에 대해선 그동안 국회에 (고발 건이) 상정조차 안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어 "1년이 지난 후에야 검찰 고발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도 "1년이 지나서야 검찰 고발을 다룬다는 것 자체에 대해 국회 스스로 자기 성찰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권력이 있거나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굳이 국회에 누가 나오려고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표결에서 이 회장 고발에 찬성한 의원은 모두 7명이었고, 반대는 3명, 나머지 8명 의원들은 기권했다. 김 회장에 대해서도 찬성 의원은 8명, 반대 2명, 기권 8명으로 두 재벌총수의 검찰 고발건은 부결됐다.

국감증인 채택 둘러싸고 여야간 지루한 대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간 대치는 계속됐다. 20여명에 달하는 증인과 참고인 대부분은 한나라당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신청한 사람들이었다. 열린우리당에선 증인을 신청하지 않았다. 다만 박영선 의원만 이날 오후에 뒤늦게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특히 재경위 여야 간사 사이에 부처 장관이나 동료 국회의원을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등 5명의 부처 장관들이 다른 상임위 출석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된다"면서 "하지만 전직 재경부장관인 김진표 의원을 증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도 "김진표 전 장관은 외평기금 손실 발생 문제와 관련한 핵심 증인"이라며 "같은 국회의원이라고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면 국회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쪽 간사인 문석호 의원은 "부처 장이나 동료의원을 증인 채택에서 제외한 것은 그들의 지위가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다른 의견이 나온 만큼 동료의원(김진표 전 장관)은 표결을 통해 처리하자"고 제의했다. 김진표 전 장관의 증인 채택은 표결에서 찬성 5, 반대 5, 기권 11로 부결됐다.

5시간 동안 국감도 못하고.. 증인 채택도 전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국회 재경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검찰고발에 대한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국회 재경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외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 김영모 김&장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대부분의 증인 채택도 모두 부결됐다. 게다가 표결 과정에서 여야 의원 상당수는 자리를 비우거나, 기권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였다.

심상정 의원은 "이 같은 표결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증인 신청 철회를 주장하며 자리를 떠났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정부나 기업이 저지른 잘못을 제대로 따질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증인 채택을 인색하게 하면 도대체 무엇을 따지기 위한 국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도 "이번 국감은 제대로된 증인없는 국감이 될 것"이라며 "의원들 스스로 권위를 포기하고, 역할을 축소해서 국감이 제대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결국 재경위는 증권선물거래소 이영탁 이사장 정도만 증인으로 채택하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재경부에 대한 국감을 시작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