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9월28일 유엔군의 서울 진입과 함께 국군이 중앙청에 게양한 태극기.
60년대 파월 한국군의 환송물결 속에 가족의 손에 들린 태극기.
70년대 가던 길을 멈추고 애국가와 함께 국기하강식을 바라보던 태극기.
80년대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의 운구차를 덮은 태극기.
태극기를 통해 현대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태극기와 관련된 각종 사진을 통해 격동기의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아! 태극기-태극기로 읽는 한국현대사'전을 서울 광화문 신한갤러리에서 지난 1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연다.
사업회가 그동안 모아 온 '민주화운동사진DB' 자료 중에서 태극기이미지가 들어간 사진들을 선별하여 준비한 것. 1부 현대사의 주요사건, 2부 반공시대와 유신시대, 3부 일상속의 태극기·태극기속의 일상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1946년에서 2000년 사이의 사진으로 이루어졌다.
사업회는 "민주화운동사진DB의 중요성과 성과를 알리고 문화콘텐츠의 형태로 어떻게 재생산되고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를 기획하였다"며 "태극기라는 특정한 키워드를 통해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념의 지형과 일상풍경을 돌아보고 태극기에 대해 비평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하였다"고 밝혔다.
전시회기획을 맡은 이경민 연구원은 "태극기는 해방 60년 동안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10대와 노년층, 군부독재와 민주화세력 등 계급과 계층을 초월하여 한국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념의 수사로 사용돼오면서 태극기는 하나인데 태극기를 통해 표상하고자하는 바는 서로 달랐다"고 평론하며 "탈근대적 사유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 태극기를 둘러싼 표상의 정치학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국가충성을 맹세케 하는 권력유지의 기호로, 때로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기업들의 마케팅도구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월드컵응원의 상징적 패션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태극기. 지금 이 시기, 내 마음 속의 태극기는 과연 어떤 것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신한갤러리(구 조흥갤러리)는 신한은행 광화문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