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5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각국 대사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가 배제됐으나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 를 내용으로 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왼쪽 맨 위가 북한의 박길연 대사로 만장 일치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헌장 7장 41조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확산시킬 수 없도록 경제·외교적 제재를 취한다는 내용이다. 7장 42조의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빠졌지만, 내용적으로는 군사적 조치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녔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안을 즉각 거부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결의안을 반박하는 연설을 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북한의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제2의, 제3의 고난의 행군이 닥쳐온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는 배짱과 담력으로 싸워나가자"며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북핵문제는 극단적인 위기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미국의 강경대응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 피해는 대부분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의 입장과 태도가 중요하다.

오락가락 정부 입장,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과 보수세력은 노골적으로 포용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 경제협력사업을 중단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이하 PSI)에 적극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15일 통일부는 "이번 유엔 결의와 경제협력사업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인 16일 청와대는 "정부의 대응 수위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PSI참여 확대도 처음에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가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제기되자 "신중 검토"로 돌아섰다. 나는 정부의 입장이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포용정책에 문제가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핵위기는 포용정책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일변도 대북압박정책이 오늘의 위기를 불렀다.

지난해 9월 19일 6자회담 당사국들은 2차 북핵위기를 끝내기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2002년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지 3년만이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미국은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6자회담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국교정상화 등 북한과의 후속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실체가 불분명한 위폐·인권·금융문제 등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돌아선 것도 미국이 대화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7일 북한은 금융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간 실무접촉에서 위폐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교류와 합동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누가 어디서 위폐를 만들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불법행위는 협상대상이 아니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렇게 대화가 거부당하자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간에 대화를 통해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은 실패했다. 핵확산을 저지하기는커녕 핵확산을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존 케리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인사들과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의 책임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이렇지 않았다

▲ 지난 2006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간 합의문에 서명하기에 앞서 두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 정부는 2000년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남북교역, 남북인적교류, 경제협력 등 모든 면에서 햇볕정책은 큰 성과를 거뒀다.

1985년 65명에 불과하던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이후 2006년 3월까지 13차례 진행되면서 1만2695명으로 늘어났다. 1998년 4월 30일에는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발표하여 우리기업의 대북투자를 허용했다. 그 결과 1991년 1억불 수준에 머물던 남북교역액은 2005년 10억불이 넘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 이래 지금까지 130만명이 넘는 국민이 금강산을 찾았다. 개성공단사업은 2006년 2월 2.8만평 시범단지 개발이 끝나 13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본단지 100만평을 개발 중이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연결사업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확고한 포용정책을 바탕으로 국민의 정부는 북·미간에 핵포기와 관계정상화를 일괄타결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클린턴 정부 시절 성공 직전까지 갔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최종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국민의 정부는 흔들림 없이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임으로써 포용정책의 의미를 훼손하고 남북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고, 한·미 정부가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해 주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력증강을 허용하고, 한국군의 대규모 전력증강을 추구해 북한이 비대칭전력에 매달릴 빌미를 주었다. 대북압박용이 분명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PSI 부분참여도 받아들였다. 위폐·금융문제 등 미국이 대북압박을 계속할 때도 정부는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문제도 미국의 전략인 6자회담에만 맡겨놓고 독자적인 남북관계 진전노력은 소홀히 했다. 올해 7월 5일 미사일 위기 때는 인도적 지원인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했다. 포용정책이 부족하다보니 핵실험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북·미관계를 관리하고 중재하는 데 힘겨워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협력 중단 요구, 거부해야 한다

17일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19일 방한하는 라이스 국무장관은 우리에게 대북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경제협력은 민족내부의 문제다. 핵무기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다.

경제협력은 북핵위기와 분리해야 한다. 순간의 정세변화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멀리 내다보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 경제협력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경제협력 지속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15일 동료의원 두 사람과 금강산에 다녀왔다.) 정부가 교류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위기는 훨씬 풀기 쉬웠을 것이다.

16일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2%가 "경제협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국민여론을 존중해야 한다. 경제협력사업은 경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견인차다. 결코 줄이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지난해 5월 26일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서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요구하는 PSI 참여 확대도 해서는 안 된다. 먼저, PSI는 국제법적 근거가 약하다. 국제법의 원칙인 공해상의 자유통항권과 배치된다.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2003년 6월 미국 부시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국제협력체제일 뿐이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에 PSI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PSI의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일부만 반영됐다. 따라서 PSI와 안보리 결의안은 상당히 다르다. PSI가 공해상의 차단과 검색이 주목적인 반면 안보리 결의안은 각국의 영해에서의 검색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PSI의 공해상 강제검색과 나포 등은 사실상 전투행위로 간주된다. 심각한 주권침해행위에 상대방이 순순히 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면 무력사용이 불가피하다. 우리가 PSI에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해결책은 북·미 직접대화, 우리가 나서야 한다

북핵위기는 북·미가 직접대화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때도 군사조치가 거론됐다. 그러나, 결국 협상을 통해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도달했다.

제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수십년 동안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쿠바도 마찬가지다.

북·미가 협상을 하려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나서서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입장이 확고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제재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제재는 보조수단에 불과하고 대화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 임종인 의원
지난 10일 MBC 여론조사에서 72.1%가 "북한의 핵실험 감행이유는 미국과의 협상카드"라고 답변했다. "남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은 4.5%에 불과했다. 15일 KBS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은 미국"이란 답변이 43.4%로 가장 높았다. "북한"이라는 답변은 37.2%였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국민도 아는 사실을 외면하고 미국 입장에만 동조해서는 북핵위기를 풀 수 없다. 국민의 정부는 일관된 포용정책과 북미대화를 촉구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참여정부도 정경분리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요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임종인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