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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쉐라톤내셔널호텔에서 안기석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제28차 한미 군사위원회(MCM)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쉐라톤내셔널호텔에서 안기석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제28차 한미 군사위원회(MCM)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핵무기 전개 및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 지도부에게 '핵 억제력' 확보라는 자기 만족적인 정당성을 강화시켜주고, 한반도에서 핵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유사시 민족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1991년에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이후에도, 한국에 핵우산 제공 방침을 분명히 해왔고, 1994년 제네바 합의 체결 이후에도 북한을 상정한 모의 핵공격 훈련을 지속해 왔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특히 북한을 선제 핵공격 대상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미국이 이미 과도한 수준의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와 같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핵위협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지금도 핵우산은 과도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 강화 요구를 노무현 정부가 제기했다는 점에 있다. 군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8차 군사위원회회의(MCM)에서 미국 측에 핵우산 제공 방안을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연합사령관에게 핵우산 제공 구현 방안을 마련하라는 전략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연합사 사령관(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핵무기 전개 및 사용 작전을 추가하거나, 별도의 '연합사 핵위협 대비태세계획서'를 작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핵위협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감정적·보복적 접근이 과연 바람직한 안보전략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이다. 더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미국의 과도한 핵우산의 아래에 놓여 있다.

이미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와 전략사령부 등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사령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부까지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갖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핵우산이 과도한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는 것이며, 오히려 역작용과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일부에서는 파괴력이 낮은 '전술' 핵무기이기 때문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반도와 같이 지형이 좁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전략' 핵무기와 '전술' 핵무기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는 한반도의 수십배의 영토를 갖고 있는 미국과 소련이 고안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전술핵무기를 최후의 보루(last resort)가 아닌 사용가능한 무기(usable weapon)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나 유사시 전개 계획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북한의 '잘못된 선택' 부추기나

핵우산 강화 추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에게 핵보유 빌미를 강화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한국전쟁 때부터 미국의 핵위협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온 북한이 한미 양국의 핵우산 강화 방침에 강력히 반발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핵 억제력' 확보를 주창해온 북한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한반도는 핵군비경쟁이라는 낯설고도 위험한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억제력 추구가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소홀한 채, 핵우산 강화 등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는 한미 양국 역시 이러한 경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길을 선택하고 있다.

기우라고 믿고 싶지만, 한미 양국의 군당국이 핵우산을 강화하기로 한 방침의 이면에는 '이번 기회에 북한을 군비경쟁으로 유도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켜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필자는 이미 여러 한국군 장교와 미국의 강경파로부터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어왔다. '군비경쟁을 통해 북한이 붕괴된다면, 이는 총도 쏘지 않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냐'고. 이러한 사고의 저변에는 레이건 행정부가 스타워즈를 통해 소련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군비경쟁을 통해 북한이 붕괴될 지도 미지수이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한반도의 현실에서 '북한의 평화적인 붕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수백만명이 교전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엄청난 양의 무기가 있으며, 38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붕괴가 한미 양국에게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순진하고도 위험천만한 발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느닷없이 핵우산 강화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걱정이 기우이기를 간절히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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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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