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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고객을 유혹하는 화려한 카드 광고들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고객을 유혹하는 화려한 카드 광고들 ⓒ 각사 보도자료
[사례]사회초년생인 회사원 윤아무개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 큰 사고를 칠 뻔했다. 회사생활 2년차인 윤씨는 그동안 이런저런 지출에 카드빚이 쌓여 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일하고 받는 월급 120만원은 카드값 결제하고도 모자라서 얼마 전부터 급기야 카드를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던 차에 '친구 같은 대출' 광고는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까지 따뜻해지더라는 것이다.

카드를 돌리기 위해 한 달에 하루는 점심시간을 온통 은행을 전전하며 카드대금을 막아 넣어야 하는 급한 처지의 윤씨. 전화 한 통화에 대단히 빠르게 대출해준다는 광고는 충분히 달콤하다. 결국 윤씨는 대출회사에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전화상으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묻는 상담내용이 영 꺼림칙해서 대출받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화려한 카드광고에 꼬인 인생

윤씨의 무절제한 소비지출은 직장생활 초기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화근이다.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때 무턱대고 카드부터 발급받은 것이다.

당장 월급이 적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커리어를 관리해서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이겠다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적은 월급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윤씨의 한 달 월급은 120만원, 카드 한도는 200만원이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한 달 카드대금이 월급을 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워낙 쇼핑을 좋아하는 윤씨는 점점 카드대금을 키웠다. 결국 지갑 속에는 카드 개수가 2개, 3개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젠 카드 결제일이면 은행을 전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윤씨의 지갑 속에 있는 카드는 최근 최고의 여배우가 화려한 TV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카드를 발급받을 때만 해도 광고 속 여배우의 모습은 윤씨의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커다란 쇼핑백을 몇 개 들고 세련된 모습으로 백화점을 나오는 모습, 값비싼 음식점에 가서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자신감.

그러나 윤씨의 미래는 세련된 옷을 입고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2000년대 신용카드의 잘못된 사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이라는 커다란 고통을 끌어안고 있을 때조차 TV 속 카드 광고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20대 여성이라면 마음 설레기 충분한 삶이 카드 광고 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창밖의 멋진 남편이 꽃을 한아름 들고 집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 바로 비치는 카드 한 장. 때로는 그 멋진 남편과 우아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당당하게 카드를 내미는 여자의 센스있는 모습.

그 모든 행복한 일상이 마치 카드 한 장 소지하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광고의 효과는 탁월했다.

그런 카드 광고는 점점 진화를 거듭하더니 쓰면 혜택까지 쏟아진다고 한다. 더불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카드 사용 때문에 일상의 평화가 깨져버리는 와중에도 천만, 백만이 쓰는 것으로 카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다니 현실과 광고세계의 괴리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카드광고로 시작해 대출광고로 마무리?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카드 광고는 대부업체 광고까지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카드 광고는 대부업체 광고까지 이어졌다.
연예계 별들의 전쟁이 광고 세계에서는 이처럼 카드광고에서 점점 대출광고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게다가 그 대출광고는 일반적인 은행의 대출광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차피 은행의 대출광고는 그다지 위험성이 없어 보인다. '대출승인에 너무 기뻐 고작해야 집앞의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한아름 사는 것에 그치는' 서민에게 현실의 은행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출광고가 사채나 다름없는 대부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연예인이 광고에 등장해 담보도, 보증도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대출해준다는 광고는 이미 너무 자극적이다.

당연히 담보와 보증의 문턱 앞에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절박한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반가운 광고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출광고를 보고 대출 문의만 한 사람들의 금융정보를 다른 곳에 되파는 사업까지 한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결국 잘못된 소비습관 결과로 발생한 문제를 스스로 인내와 소비습관 개선을 통해 풀어나가기보다 쉬운 방법으로 풀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유혹의 위험성을 광고로 화려하게 가려주고 있는 것이다.

광고는 허구, 광고 패러디는 현실

한동안 누리꾼 사이에 카드광고 패러디가 유행한 적이 있다. 패러디라 하기엔 지극히 사실적인 내용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리에 복리로 빌려드림/ 못 갚을 땐 장기로 갚게 해드림/ 신체 포기각서 쓰게 해드림"(캐피탈업체 광고 패러디)

"누군가 내게 말했지. 이번만은 연체료를 확실히 갚을 수 있도록. 내게 겁을 주는 나의 ○○카드야~~"(신용카드사 광고 패러디)


웃을 수만은 없는 지나치게 사실적인 내용들이 바로 카드 광고 패러디에 담겨있다.

TV 화면 속 화려한 광고보다 이 패러디가 보통 사람들의 삶과 더 가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희극적인 현실을 먼저 인식했더라면 아마도 윤씨는 사회생활과 동시에 자신의 월소득보다 높은 한도로 카드를 발급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패러디가 더 사실적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동안 우리는 카드수수료로 마이너스를 키우고 사채의 고리로 빚더미를 만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한 삶은 결국 '인생역전' 외에는 꿈꿀 것이 없다. 로또가 유일한 미래 희망이 되어 로또 광고 속 인생역전의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수수료 횡포를 규탄하는 한 시민단체의 퍼포먼스 장면(자료사진)
신용카드 수수료 횡포를 규탄하는 한 시민단체의 퍼포먼스 장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진정한 인생역전을 만들기 위해

쌓여온 카드 결제금만큼 문제를 푸는 과정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윤씨는 매월 긴축생활로 최소한의 소비생활만 하고 나머지 월 소득으로 카드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매월 한 개 이상의 카드를 없애 나가는 전략만이 정답이다.

그렇게 꼬박 월급받아 빚 갚는 생활을 1년 6개월 정도 반복하면 지금의 꼬여있는 현금흐름을 풀 수 있다. 그렇게 문제를 풀고 나면 자신의 분명한 현실을 전제로 세밀하게 미래설계를 해야 한다.

그를 위해 첫째 광고 속 세계의 동경을 지워야 한다. 둘째, 한 번에 쉽게 모든 것이 역전될 것이란 헛된 희망을 버려야 한다. 빚 갚는데 인생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광고가 이야기하는 허구의 세계를 늘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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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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