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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난 제비 떼를 보고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전갑남
인간은 수많은 발명을 했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전거는 어떠한 공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걷는 것과 같은 운동 효과가 있다. 탈수록 재미가 더해지며, 걸을 때보다 좀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자전거 통근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40여 분의 거리를 통근하며 운동을 겸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더구나 호젓한 논길을 달릴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출근할 때는 떠오르는 둥근 해를 바라보며 달리고, 퇴근할 때는 떨어지는 해를 보고 달린다. 자연과 벗을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니 저거 제비 아닌가?

내가 자전거를 타는 논길에는 널찍한 수로가 있다. 그 수로에는 늪과 같은 형태에서 온갖 풀들이 자라고 있다. 주로 줄이 살고, 억새와 같은 풀들이 함께 자란다. 줄은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2미터가 다 된다.

▲ 내가 자전거를 타며 달리는 논길에는 수로가 있다.
ⓒ 전갑남
▲ 수로에는 풀이 자라고 있다. 풀숲은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이다.
ⓒ 전갑남
수로 풀숲에는 참새를 비롯한 작은 새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청둥오리를 비롯한 큰 새들도 노닐다 푸드득 놀라 비상한다. 이곳에는 메뚜기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곤충과 물고기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20일). 퇴근길에 수로를 끼고 있는 논길을 달리다가 전봇대 전깃줄에 시커멓게 앉아 있는 반가운 새떼들을 만났다.

'저게 뭐지? 무슨 새들이 저렇게 많이 있지!'

나는 무엇에 끌린 듯 자전거에서 내렸다. 근시인 나는 먼 곳에 있는 물체를 잘 몰라본다. 살금살금 다가갔다. 카메라 줌을 당겼다.

'아! 제비 아냐?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날아왔지?'

분명 제비임이 틀림없다. 엄청난 양의 제비 떼가 전깃줄 위에 무리를 지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제비가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지라 정말 제비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 전기줄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제비들.
ⓒ 전갑남
▲ 대롱대롱 매달린 녀석들은 졸고 있는 것일까?
ⓒ 전갑남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를 짊어지고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천연덕스럽다. 또 어디서 오고 가고 야단들이다. 어떤 녀석들은 졸고 있는 것 같은 자세이다. 먹이를 잔뜩 먹고 편히 쉬고 있는 걸까?

그 흔하던 제비를 보고 반갑다니!

나는 올해 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6주간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평소 환경과 자연에 관한 관심이 많아 환경 관련 과목을 일부러 선택하여 들었다. 그때 생물학을 전공한 박시룡 교원대 교수가 힘주어 강의한 대목이 생각난다. 박 교수는 '한국황새복원센터' 소장으로 황새 복원 운동에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분이다.

"50년 전에 비해 박쥐 개체수가 99%가 줄어들었어요. 그 흔한 제비도 90% 감소했구요. 늘 가까이 보고 자라던 생물 개체수가 점점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이는 우리 인간에게 환경적으로 큰 위기임을 인식할 때가 되었습니다."

강의를 듣고선 제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새삼 생각났다. 제비를 거의 볼 수 없었던 같았다.

▲ 서울시에서 지정·보호하는 조류에 제비도 포함되어 있다.
ⓒ 서울시청홈페이지
요즘 도회지에서 나서 자란 어린 학생들 중에는 제비를 본 적이 없다는 수가 태반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를 이야기를 할 때, 제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이야기는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더욱 서울시가 지정·보호하는 조류에 제비가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개발로 인해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 흔하던 생물을 보호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물 종(種)의 감소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한다. 제비가 살 수 없는 자연환경이라면 머지않아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 제비들의 날갯짓이 보기 좋았다.
ⓒ 전갑남
제비가 어떤 새인가? 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사람과 함께 살지 않았는가? 새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에게 큰 소리를 내거나,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달라 하고, 어미는 연방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자랐다. 제비 똥이 마루에 떨어질까봐 둥지 밑에 받침대를 만들어주고 한가족처럼 살던 기억이 새롭다.

제비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여름새이다. 봄에 한 배에 3개에서 7개까지 알을 낳아 13∼18일간 품은 뒤, 근 3주간의 육추기간이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주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대부분 파리목과 벌목의 곤충을 잡아먹고, 나머지는 거미류 등으로 충당한다.

번식을 마친 어미 새와 둥지를 떠난 어린 새들은 갈대밭이나 배 밭 등지에 서식지를 마련하고 해질녘 일제히 모여든다. 그 수는 수천에서 수만 마리에 이른다.

내년에는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그 흔한 제비를 볼 수 없었던 참에 수백 마리나 됨직한 제비 떼를 만났으니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직 내가 사는 곳이 생태학적으로 살만한 고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다.

제비는 가을이 되면 피하지방층이 생기면서 체중이 22∼26%가 늘어난다고 한다. 아마 내가 만난 제비들도 따뜻한 남쪽 나라로 장거리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제비는 대부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좀 더 가까이서 찍으려다 제비만 쫓아내고 말았다. 쉬고 있는 제비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비와 반가운 만남을 하고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아내에게 제비 사진을 보여주었다. 혹시 내가 만난 새가 제비가 아닌지 몰라서다. 제비라는 확신을 가졌지만 요즈음 그렇게 많은 제비를 본 적이 없어서 의심이 가기도 했다.

"여보, 제비 맞지?"
"맞네요. 아니, 이렇게 많은 제비가 있었어요?"
"그렇다니까."
"카메라를 짊어지고 가더니만 좋은 것을 찍었네요. 나도 보고 싶네."


▲ 내년에도 더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 전갑남
요즘 수백 마리나 되는 제비가 무리를 지어 있다는 것을 봤다면 믿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러 사람에게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

제비가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지만,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제비의 먹이가 되는 메뚜기, 잠자리, 나비와 같은 곤충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거기에다 각종 환경 호르몬의 직·간접 섭취로 제비 수컷의 정자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연을 아끼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 올가을 충분하게 에너지를 충전한 제비들이 힘찬 날갯짓으로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가 겨울을 잘 나고, 내년 봄 더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

덧붙이는 글 | 제비들은 강화군 양도면 들판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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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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