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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드라마 시청률이 양분화되면서 대박 작품들은 40%를 상회하고, 나머지 드라마들은 대부분 간신히 10%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월화드라마' 경우 대박 작품 MBC <주몽>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경쟁작들은 10%로 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주말드라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 주간 시청률을 보면 월화드라마, 주말드라마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바로 MBC 아침드라마 <있을때 잘해>이다. 이 작품은 전작이 10% 미만의 시청률을 올렸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시청률로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시청률 20%를 웃돌면서 여타 경쟁 아침드라마를 가볍게 누르면서 MBC 효자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은 주시청자가 주부들인 점을 적극 고려하여 불륜과 이혼이 주 내용으로 진부하기 짝이 없다. 선악 구도가 다시 한 번 활용되고, 그 사이 아내는 선한 사람, 내연녀는 악녀로 그려지면서 이제까지 나올 법한 드라마의 폐해구도가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솟구치는 데는 분명 작품의 질을 떠나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출연진들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앙상블과 개개인의 연기력이 중심에 서 있다.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를 알리며 화려하게 돌아온 하희라. 하이틴 스타로 80, 90년대를 주름잡던 그녀가 이제는 연기자가 되어 돌아왔다.

어느새 30대 후반으로 치달은 하희라가 연기하는 주인공 오순애는 헌신적인 주부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배역이다. 이 배역을 물 만난 고기처럼 해내고 있는 그녀의 연기는 과연 '하희라 답다'라는 찬사를 내뱉게 한다.

특히 그녀는 젊은 시절 똑 부러지는 연기를 해왔다. 순종적이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줄 아는 신여성으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순종적인 오순애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그녀의 연기는 이제 연기자라고 불러줄 만하다.

또 그녀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김유석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영화 <타짜>에사 아귀역으로 새롭게 눈도장을 찍은 그가 드라마에서 능글맞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한 하동규 역에 '김유석이 딱이다'라고 할 만큼 자신만의 개성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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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동안 얼굴만으로 승부했던 지수원의 악녀 연기도 드라마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녀는 그동안 연기 면에서 이렇다 할만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영화 <투캅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몇 편의 주연을 맡았지만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잠시 방송계를 떠났다.

30대가 접어들면서 다시 복귀했지만 여전히 연기보다는 미모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오순애의 남편을 빼앗고 재산을 노리는 배영조 역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물론 단편적인 캐릭터에 의해 악녀로 비치고 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보면 그녀의 연기가 무르익었다는 증거이다.

이밖에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연기를 하는 연기자들의 힘이 조용한 강자로 불리는 드라마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 드라마를 인기작품으로 올린 것은 탄탄한 스토리이다. 아주 진부적인 소재이지만 그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탄탄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더욱이 아무런 준비 없이 이혼을 저지르고 혼자가 되는 여성의 심리묘사와 그에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 인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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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침드라마이지만 사람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다가가 마음을 사로잡은 <있을때 잘해>는 '지각시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아침 시간에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미룬 채 드라마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적잖은 잡음도 들려오고 있다. 배영조 역이 너무나 현실감이 떨어지고 단선적으로 그려진다는 점, 결론이 예상되는 소재의 한계가 바로 국민드라마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인물들의 캐릭터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과 새로운 결말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드라마 <있을때 잘해>는 분명 인기드라마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소재의 한계는 있지만 스토리 구성이 잘 짜였다면, 스타는 없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있다면 충분히 드라마가 빛을 볼 수 있다는 가벼운 교훈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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