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사진은 무엇인가? 사진과 미술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현대미술과 사진의 또 다른 회화기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는 '시뮬라크르(Simulacra)'. 그 형식 속에 사진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의 장소'가 마련됐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사진의 고장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정상급 사진영상축제인 '2006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일환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을 찾았다. 이번 특별전은 '사진속의 미술 & 미술속의 사진'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사진과 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참여 작가는 사진속의 미술 11명, 미술속의 사진 10명 등 총 21명. 구본창, 정연두, 김중만, 이상일, 정혜진, 고명근, 이상현 등 국내 정상급 작가의 작품 4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사진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이와 손을 잡고 특별전을 찾은 김주현(37)씨. "이게 뭐지?"라고 묻는 아이에게 특별해 해줄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집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들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야외에 나가면 풍경을 자주 찍는다는 김씨에게 '사진속의 미술 & 미술속의 사진'은 아이들과 함께 이해하기에는 너무 벅찼다는 것.
"돈 아깝다"는 말을 툭 내뱉으며 친구들과 전시관을 나오는 남한오(40)씨. "(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15분밖에 안 걸렸다면서 입장료 3천 원이 아깝다"고 자조 섞인 말을 늘여 놓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다른 전시도 봤다는 그는 "별로 볼 것도 없고, 사진도 잘 찍은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씨는 "보도사진이나 옛날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을 보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작품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 하지만 이번 특별전은 그가 보기에 사진을 위한 미술인지 미술을 위한 사진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 중에는 꼼꼼히 메모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진을 디카에 담아가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시간을 내어 전시관을 찾는 우리들에게 '사진속의 미술 & 미술속의 사진'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생활 속의 작품들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진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데 실패한 걸까?
세상과 만난 사진, 이젠 관객도 만나야 한다
최근 한국 사진의 경향은 다양한 예술형식에 사진이 활용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미술을 바탕으로 사진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사진속의 미술 & 미술속의 사진'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을 전공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개념 설정과 작업의 다양성을 미술을 통해 승화시킨 것. 문제는 이러한 작업들이 비엔날레 공간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나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사진의 현재를 작가의 성향으로 구분해 현대사진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사진 영역의 예술성을 넓히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나는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시민 또는 관람객과 호흡하며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해 주기를 내심 기대했다. 물론 스티브 맥커리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과 국내 유명 작가들의 사진을 만날 수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뭔가 2%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전시 외에 '의미전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비엔날레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전시들을 둘러본 주위의 지인들도 "별로 볼 게 없다"고 많이들 말했다. 이 말은 실제로 전시되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보다는 관람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뭔가가 부족했다는 뜻이리라.
혹 작품은 가상 속의 실재로 남아 있고 관람객은 현실 속에서 그 가상의 세계를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두 곳을 연결하는 '소통'이 부족해 좋은 작품들이 좋은 대중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전시장에서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을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사진은 그 사람의 겉모습을 담을 수는 있지만 마음까지는 나타낼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겉모습이 아닌 그 속마음을 읽어야 했다.
특히 현실을 가상세계로 인도하고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전달하는 철학이 담긴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소통의 도구는 부족했고 작품을 몸으로 느끼기란 역부족이었다.
많은 작품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해도 관람객들이 외면하면 그 의미와 철학도 퇴색한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전에 많은 관람객이 다녀가긴 했지만 그들은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었을까? 사진이든 다른 예술 분야이든 작품이 작가만의 산물로 남을 때, 대중은 그것에서 소외된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좀 더 '사진의 맛을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