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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갈대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 서종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갈대가 꽃을 피워 흔들거리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갈대가 꽃을 피워 흔들거리고 있었다. ⓒ 서종규
갈대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갈대가 꽃을 피워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직은 갈대 잎의 푸른색이 그대로여서 사진에 나오는 금빛 물결은 아니지만, 들판은 온통 갈대로 가득했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온통 갈색의 꽃물결들이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우리들은 가끔 무엇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찾아가면 실망할 때가 있다. 가령 무슨 산에 억새꽃이 가득하다고 찾아갔더니 억새꽃은 몇 군데 무더기 져 피어 있지만 기대만큼 가득하지 않아서 실망하는 경우가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늘 허전한 마음만 더 쌓이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순천만의 갈대는 대단했다. 생태를 설명하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순천만 갯벌의 총 면적은 약 800만평 정도란다. 그리고 갈대가 자라고 있는 군락지의 총 면적이 약 70만평 정도라고 한다.

순천만의 갈대는 약 30여 년 전부터 형성되었는데, 최근 10여년 동안 갈대 군락지가 빠르게 넓혀져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갈대들이 번식하고 있어서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더 많은 갈대밭이 형성될 것이란다.

어머, 이게 갈대인가요?
어머, 이게 갈대인가요? ⓒ 서종규
순천만에 갈대가 자라고 있는 군락지의 총 면적이 약 70만평 정도라고 한다.
순천만에 갈대가 자라고 있는 군락지의 총 면적이 약 70만평 정도라고 한다. ⓒ 서종규
'2006 순천만 갈대축제'가 한창인 10월 17일(화), 광주경신중학교 학부모 독서회원 11명과 함께 순천만을 찾았다. 축제가 계속되고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최측의 인심도 좋았고 분위기도 들떠 있었다.

나무로 만든 다리인 무진교를 넘어가면 갈대밭에 들어선다. 갈대밭 사이에 나무로 만든 탐사 길을 만들어 놓아 갈대밭 속을 산책할 수 있었다. 갈대밭 속 산책길을 따라 거닐고 있는데, 앞에 가는 어느 부부의 대화가 갈대에 흔들리며 들려왔다.

"어머, 이게 갈대인가요?"
"그래, 갈대예요. 가을에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죠."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라고 불렀던 장윤정 노래에 나오는 갈대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인간은 흔들리는 갈대라고 고대 철학자도 말했어요."

"그런데 천관산에서 보았던 갈대와는 다른데요?"
"아, 천관산에서 보았던 것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예요. 보통 산에 하얀 은빛 물결을 이루는 것은 억새이고, 이렇게 바닷가나 강가 등 습지에 피어나는 것은 갈대이고요."

사람도 찾고, 철새도 찾고
사람도 찾고, 철새도 찾고 ⓒ 서종규
갈대밭에 난 길을 따라가며 나누는 어느 부부의 대화가 갈바람에 날리자 하늘을 나는 왜가리가 날아와 물고 사라진다. 억새와 갈대는 흔히 혼동된다. 생김새는 물론 꽃피고 지는 계절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벼과의 풀이지만 억새와 갈대는 엄연히 다르다.

억새는 산과 들에서 자란다. 높이 1~2m, 뿌리줄기는 모여 나고 굵으며 원기둥 모양이다. 잎은 줄 모양이며 길이 40~70cm이다. 끝이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까칠까칠하다. 꽃은 9월에 줄기 끝에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려 하얗게 핀다. 억새의 군락지에 피어난 꽃들은 은빛 물결을 이루며 출렁인다.

갈대는 10월 초에 꽃이 피고 겨울이 되어 잎이 마를 때까지 그대로여서 그 멋을 볼 수 있다.
갈대는 10월 초에 꽃이 피고 겨울이 되어 잎이 마를 때까지 그대로여서 그 멋을 볼 수 있다. ⓒ 서종규
갈대를 줄여서 갈이라고도 하며, 한자로 노(蘆)라 한다.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뿌리줄기의 마디에서 많은 황색의 수염뿌리가 난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속이 비었으며, 높이는 3m 정도이다. 뻘이나 유기물이 풍부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영양분이 충분한 곳에서 잘 자란다.

꽃은 9~10월에 피고, 수많은 작은 꽃 이삭이 줄기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처음 피어날 때에는 자주색이나 가을을 지나 겨울이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한다. 갈대는 10월 초에 꽃이 피고 겨울이 되어 잎이 마를 때까지 그대로여서 그 멋을 볼 수 있다. 이듬해 봄 새 순이 나오면서 스러지게 된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온통 갈색의 꽃물결들이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온통 갈색의 꽃물결들이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 서종규
억새꽃은 가을의 쓸쓸한 정서로 와 닿는다. 억새꽃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를 마주하고 보아야 한다. 해를 마주하고 억새꽃을 바라보면 부챗살처럼 투명하게 비친다. 은빛 물결이 투명하게 비치면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가을의 환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반면 갈대는 곧잘 흔들거리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고대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은 갈대처럼 자연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는 미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할 수 있어서 그 어떤 존재보다 위대하다며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다.

아직은 갈대 잎의 푸른색이 그대로여서 사진에 나오는 금빛 물결은 아니지만, 들판은 온통 갈대로 가득했다.
아직은 갈대 잎의 푸른색이 그대로여서 사진에 나오는 금빛 물결은 아니지만, 들판은 온통 갈대로 가득했다. ⓒ 서종규
오후 1시 멀리서 보면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는 용산 전망대에 올랐다. 썰물이 되면 갯벌 사이에 흐르는 물길이 아름다운 태극 문양을 형성하는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전국의 사진 작가들이 순천만 해넘이 사진을 찍는 곳이다. 우리가 많이 보았던 순천만 저녁노을 사진을 이곳에서 다 찍었다. 저녁노을과 썰물의 때가 만나면 하늘과 순천만 갯벌과 태극 문양의 물길이 같이 붉어져서 아름다움이 환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갈대의 모습은 아주 독특했다. 갈대들은 직경 10~50m 정도의 원들로 군락이 형성되어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갈대밭과는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바로 갈대의 군락들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이란다.

모래를 채취하면서 파헤친 갈대의 뿌리들이 떠내려가 다시 자라기 시작하였고, 그곳에 둥글게 원형으로 군락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모래를 채취하면서 파헤친 갈대의 뿌리들이 떠내려가 다시 자라기 시작하였고, 그곳에 둥글게 원형으로 군락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 서종규
5년 전 순천만에서 모래 채취 작업이 있었단다. 모 업자가 시청의 모래 채취 허가를 받아 갯벌을 파헤치고 모래를 채취하였는데, 시민단체가 순천만 보호 운동에 나서서 막았고, 결국은 모래 채취 작업은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래를 채취하면서 파헤친 갈대의 뿌리들이 떠내려가 다시 자라기 시작하였고, 그곳에 둥글게 원형으로 군락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태극 문양의 물길 옆에 형성된 둥근 원형의 갈대 군락지는 5년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더 넓은 지역에 갈대가 번식해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둥글게 형성된 갈대 군락 옆에는 순천만에서 볼 수 있다는 칠면초도 붉게 비치고 있었다.

오후 4시, 갈대와 갯벌 탐사를 위하여 운항중인 탐사선에 올랐다. 밀물이 되어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갯벌엔 기어 다니는 칠게와 많은 철새들이 앉아 있었다. 갈대 사이에 많은 동식물들이 생식하고 있는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하루 종일, 갈대밭에 빠져 있었다. 갈대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갈대밭에 깊숙이 들어가 보니 세상엔 온통 갈대밖에 없었다. 나와서 제방 위에서 바라다 본 갈대는 끝이 없이 펼쳐져 있었고,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갈대는 나의 마음 가득 갈대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고대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다.
고대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갈대는 꽃이 피는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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