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2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FTA 협상을 공식 선언했으나, 관련 예산은 전혀 미리 확보하지 않아 협상이 예비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FTA 협상 예산이 본 예산으로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했다는 뜻으로,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지적했던 '졸속' 논란이 더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회 통외통위의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올 한미FTA 협상 비용이 모두 예비비로 지출되고 있죠?"라고 묻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한다. 우리 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월 1일 1부터 12월 31일까지다.
예비비는 한 마디로 미리 예상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한미FTA 협상을 공식 선언한 것은 올 회계연도가 시작된지 불과 한 달밖에 안된 올 2월 2일이다. 최 의원은 "내년 예산안에는 FTA 예산이 들어갔다, 그런데 왜 작년에는 신청안했나?"라며 "이것이야말로 한미FTA 협상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결정적 증거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졸속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예산 법률주의 아닌가? 미리 한미FTA를 예상하지 못해 예비비로 지출했다는 것은 최소한 예산 편성상의 졸속"이라고 다그쳤으나 김 본부장은 "졸속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최 의원은 "한미FTA 공식 협상 발표 직전까지 주미 한국 대사관이나 주 멕시코 한국 대사관에서 FTA나 나프타에 관해 본부에 보고한 보고서나 전문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이것 역시 한미FTA가 아무런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나프타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 자체적으로 검토했었다"며 "인력이 부족해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최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