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양국의 무용교류가 활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 중 빠뜨릴 수 없는 한불합작 무용공연 <느린 달>이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에는 프랑스 현대무용의 카롤린 칼송과 한국창작춤의 김매자가 동서양을 대표, 안무가, 무용가로서 참여한다. 카롤린 칼송은 독특한 실험정신으로 프랑스 현대무용을 개화시킨 선구자이며, 김매자는 76년 창무회를 통해 한국 창작춤의 첫 세대를 연 무용가이다. 양국의 춤 절정고수끼리 만나게 된 이번 공연은 풍성한 가을 춤판에서도 특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롤린 칼송은 선(禪), 서예, 태극권 등 자신이 동경해온 동양문화에 대한 향수를 춤으로 옮기며, 김매자는 창작춤을 통해 소통해온 서양의 이미지를 은유하는 서정성으로 조율하게 된다. 지난 2003년 창무국제예술제를 통해 한 무대에서 서로의 작품에 관객으로 만났던 두 무용가는 그때의 만남을 통해 상대의 춤세계에 매료되어 공동작업에 대한 계기를 갖게 되었다.
왜군을 막아낸 강강술래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 도출
이번 작업을 위해 두 무용가는 작년부터 프랑스에서 안무가 미팅을 통해 전체적인 작품의 골격을 잡기 시작했으며, ‘표현하는 여성의 힘-치유, 구원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 아래 ‘강강수월래’의 구조적 원리를 이용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는 각자의 춤스타일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공동 안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창무회 단원 11명과 CCN 단원 9명 등 총 21명이 출연하는 이번 무대에는 한국 전통노래인 정가(이아미)가 함께 한다. 한국 공연을 마친 후 한국 공연 후 12월7∼9일 프랑스 루베에서 같은 무대가 이어진다.
김매자와 김선미 예술감독이 2006년 4월과 8월 프랑스 현지에서 가진 총 3주간의 테크닉 및 안무 워크숍과 2006년 5월 라리오 엑슨의 테크닉 워크숍, 그리고 7월 카롤린 칼송의 안무워크숍을 통해 서로 다른 테크닉과 감성을 융화시킨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양측은 거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차례 연습 비디오를 교환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왔다.
황금사자상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프랑스 현대무용의 대모
핀란드 혈통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카롤린 칼송은 1966년부터 1971년까지 7년 동안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건너가 1973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요청을 받아 안무한 작품 <비중 21.5>의 성공으로 프랑스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직위인 스타 안무 무용수(danseuse etoile choregraphique)를 맡게 되었고, 이후 파리에서 안무연구그룹(GRCOP. 1981년 설립)이라고 불리는 소규모의 현대무용단을 만들어 활동하였다.
이러한 칼송의 활동으로 현재 파리에는 뉴욕시를 제외한 그 밖의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많은 현대무용단이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CCN의 예술감독으로 파리와 루베를 오가며 활동 중인 칼송은 지난 2006년 6월 25일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무용부문으로는 최초로 황금사자상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맨발의 김매자, 물의 일으켰으나 이내 모두들 따라해
김매자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1991년까지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76년 창무회를 창단, 맨발로 무대에 오르는 혁신으로 한국 창작춤의 선두에 서서 다양한 춤작업을 통해 한국춤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당시 버선을 벗고 맨발로 무대에 선 김매자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으나 이내 너도나도 맨발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무용전문소극장인 창무춤터를 개관, 실험적 창작작업의 장을 열었으며, 한국 유일의 복합무용센터인 창무예술원을 설립하여, 포스트극장, 창무인스티튜트, 월간 <몸> 발간 사업과 함께 창무국제예술제, 드림 앤 비전 댄스 페스티벌, 내일을 여는 춤-우리춤 뿌리찾기, 창무큰춤판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88올림픽 폐막식 "떠나가는 배" 안무와 2002년 요코하마 월드컵 폐막식 기념 오페라 "춘향" 안무를 통해 세계인에게 한국문화를 깊이 각인시키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 02-704-6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