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구례까지 100리 넘게 이어지는 19번 국도는 수십 년 된 벚나무가 도로 양 옆으로 심어져 있어 해마다 그 개화기 때가 되면 상춘객들이 몰려들어 차량의 정체가 심한 구간이다. 특히 하동에서 구례까지는 이 현상이 더욱 심해 다른 일로 이 길을 들어선 사람은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다.
그것은 중간 쯤에 위치한 화개장터와 쌍계사 사이의 <십리벚꽃>이라는 유명한 벚꽃길을(이 길은 100년 가까이 된 고목들이 터널로 이루어져 장관을 이룬다) 보기 위해 구례와 하동 쪽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상춘객들의 차량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이 정체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지방국도관리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구간을 4차선으로 확장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인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보류되어 오던 것을 금년 10월 중에 보완설계를 완료하고 년말에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하동군과 지역주민들은 수 십년 전부터 이 도로에 벚꽃나무를 심어 아름드리 거목이 된 지 오래이고 4차선 도로를 개설하기위해서는 기존의 벚꽃길이 대부분 훼손될 수 밖에 없어 주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이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인 김동환씨(57세,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는 "차량 정체의 주 요인은 19번 국도상에서 쌍계사로 진입하기위한 평면교차로가 문제다. 하동과 구례 양 방향에서 화개의 십리벚꽃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차량들이 신호대기를 하는 동안 정체현상은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또 "남도대교 쪽 신호등이 생긴 이후에 정체현상은 더 심해졌다"고 하는데 몰려드는 차량들이 더 많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실제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진입하는 평면교차로는 200m 이내의 짧은 거리에 세 곳이 있는데 하동과 구례에서 각각 한 곳과 남도대교에서 진입하는 교차로가 한 곳으로 거의 모든 차량들이 이 시기에 쌍계사 쪽으로만 진입하려고 하니 정체현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4차선으로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 국도관리청의 입장인데 많은 예산을 들여 벚꽃길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탐방객들에게 벚꽃나무를 파헤쳐서 길을 넓히는 방법만이 능사일까? 개화기인 4월 초순에서 오직 한 달 정도의 정체를 막기위해 1년 내내 한적한 이 길을 4차선으로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광양에서 전주까지 고속도로가 공사 중인데 이 길이 완공되면 19번 국도를 이용하던 다른 물류의 소통은 대부분 이 고속도로가 담당하여 줄 것이고 섬진강의 반대편에 구례-하동 사이의 지방도가 수 년 전에 확포장되어 단거리 여행객들도 평소엔 아무런 불편이 없이 다니고 있다.
아름드리 벚나무를 베어내고 도로를 확장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화개장터의 세 교차로 중의 일부를 평면에서 입체교차로로 바꾸어 본다든지 또는 어느 교차로 중의 하나를 좌회전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여 차량의 흐름을 주시해 보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된다고 해도 화개장터의 세 교차로가 평면으로 남아있고 또 그 자리에 신호등이 그대로 있는 한 4월 한달, 벚꽃놀이 상춘객들은 여전히 차량정체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함께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