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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두번째 줄 오른 쪽에서 4번째 군인이 바로 노목진 이병
뒤에서 두번째 줄 오른 쪽에서 4번째 군인이 바로 노목진 이병 ⓒ 노태영

목진아!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건강도 챙겨야 하고 마음도 추슬러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더워지면 마음도 해이해 진다. 그러면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삶의 중심에 놓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지는 낙엽에도 몸을 조심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너의 삶도 그렇고 마음도 빈틈이 없게 된다.

이제야 생각해 보니 군대생활이 나에게 참으로 오래전의 일이다. 1983년 2월에 논산 훈련소 30연대에서 군대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23년 전의 일이다. 내가 바로 처음으로 군대에서 아침으로 밥 대신 빵을 먹었단다. 그 때는 배가 고파서 빵 2개론 부족하여 물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고참들이 남겨놓은 빵에 비겁하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 때의 생활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하나의 추억으로.

목진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군대생활에 재미를 느낄 때가 되었구나. 그러나 조심해야할 것도 있다. 바로 타성(惰性)에 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타성에 젖게 되면 삶의 의미는 비중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귀찮아지게 된다. 이럴 때 많은 궂은 일이 일어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너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대생활에서 후회가 되었던 일이 많다. 그 때 그 시절에는 별 수 없었다는 자위를 해보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더 열심히 토플공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고 모든 공부도 때가 있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자세가 참으로 중요하다. 공부의 공백은 작을수록 좋다. 공부의 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요즈음 취직이 무척 어려운가 보더라. 열심히 공부를 해도 취직준비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그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되겠지. 2006년 OECD 통계발표를 보니까 일반계 고등학교는 88%가 대학을 진학하고, 실업계는 68%가 대학을 진학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취업준비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진아!
너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경쟁이 더 심해지고 고용사정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언제나 공부를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글을 쓴 것이다. 목진이 너는 우리가족의 장손이잖아. 또 부담을 주었나 …….

목진아!
언제쯤 첫 휴가 나올 수 있냐? 곧 소식이 올 때도 되었는데. 휴가 나오면 내가 삼겹살에 술 한 잔 사마. 작은 아버지하고 술 한 잔 먹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군대 있을 때 휴가 나오면 너의 아버님이신 큰 형님이 술 한 잔 사주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아마 입대 후 11월 쯤 되었을 게다. 형수님이랑 형님께서 어린 혜진이 누나를 안고 강원도 철원 갈말읍 백골부대까지 면회를 왔던 것을 말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형님내외분과 혜진이가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민박집에서 첫 외박을 했었다. 따뜻한 구들방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형님이 사 오신 통닭 한 마리와 소주 한 병(삼바 25°)을 혼자서 다 먹고 마셨다. 참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으면 형님이나 형수님이 전혀 손을 대지 않았겠니? 형님도 약주를 좋아하시는데도 나 혼자서 다 마셨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그 때보다 더 맛있는 통닭을 먹어본 적이 없다. 네가 원하면 나도 통닭을 사줄게. 따뜻한 구들방에서 먹었던 20년 전의 통닭과 한 잔의 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한다고 말들을 하나보다. 그 땐 어른들이 할말이 없으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 말을 한다고 투덜대었지만,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젊어서 고생은 고통은 추억이 되고 괴로움은 인내가 올라야할 계단에 불과하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보면 내가 꿈꾸고 마음속에 품었던 이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난 천상 선생질밖에 못할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교훈적이거나 훈계로 결국 가고 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나도 20년이 다 되어간다. 선생질을 한지도 말이다. 그러니 별 수 없지. 네가 취사선택을 해서 새겨듣길 기대하는 수밖에.

목진아!
할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구나. 다음에 또 소식을 전하고 이만 줄여야겠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음으로나 몸으로 겨울을 준비해야겠다. 얼마 전에 너의 친구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고 학교로 인사를 왔는데 너의 생각이 많이 나더라.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군대생활을 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목진아!
건강하게 잘 생활하자. 지난 달에 둘째 고모네 인성이 누나 결혼식에서 형님 내외분과 혜진이를 만났는데 별 일 없더구나. 모두 다 건강하시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두 안녕하시고 현진이도 잘 있다. 다음에 또 연락하자. 바람에 흔들리던 단풍든 잎사귀 하나가 떨어져 창문에 부딪히는 구나. 조용히.

익산에서 작은 아빠 가족이.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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