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 사크레쾨르 대성당과 테르트르 광장이다. 예전과는 달리 많이 상업화됐지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화가들을 보기 위해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밀려온다. 이런 상황이니 자연히 강매자들도 좋은 길목에 위치해서 관광객들을 노리고 있다.
일단 처음으로 주의해야 할 곳이 바로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이 계단길은 몽마르트 언덕의 상징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는 케이블카를 무시한 채 오르내리고 하는 곳이다. 그런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강매자들은 계단 입구에 턱하니 진을 친다. 이들은 주로 건장한 체격을 가진 흑인들인데, 일단 맨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며 관광객한테 친근하게 접근한다. 한국인 관광객한테는 한국어 몇 마디도 구사해가며.
관광객이 접근을 해오면, 이들은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관광객 팔에다 색실을 묶는다. 색실을 다 묶자 그들은 손톱 깎기를 꺼내들고 그 안에 들어있는 칼을 내비치며 '스몰 머니 (small money)'를 외친다. 실을 안사겠다면 묶어있는 실과 함께 팔을 그어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니 관광객은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자기 손으로 강매자들에게 바친다. 금액은 강매자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20유로, 우리 돈으로 2만5천원 정도. 이런 유형의 강매자들을 달리 부르는 말은 없지만, 본인은 특별히 '협박형 강매자'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런 강매자들을 무시한 채 계단길을 타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가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자신을 타깃으로 삼은 강매자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므로. 특히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화가들이 모여있는 테르트르 광장으로 가는 길목을 조심해야 한다. 그곳은 소위 '사기꾼형 강매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광객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접근한다. 그리고 그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어이없어 하는 관광객이 뭐라고 말을 할 찰나 그때서야 그들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어디서 오셨나요?(Where are you from?)", "어디서 삽니까?(Where do you live?)"
프랑스인이지만 많은 관광객을 상대해서 그런지 영어에 매우 능숙하다. 관광객은 자신한테 접근한 사람의 모습을 보아하니 소문으로만 듣던 몽마르트의 화가인 것 같고, 게다가 친근한 인상을 마구 풍겨대니 저절로 그와 동화되어 간다.
강매자들을 물리는 방법은 '냉정'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그 사람은 그림을 다 그렸다고 한다. 얼마냐고 묻자 그 사람은 성인은 150유로, 그 아래는 100유로를 요구했다. 성인이 아니라해도 10만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참 얄궂은 것이어서, 관광객들은 이렇게 애써 다 그린 그림을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하기 힘들어한다.
거기다가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돈을 지불하라며 은근히 관광객을 압박하니, 관광객은 씁쓸한 심정으로 배냥여행자에겐 거액인 100유로나 150유로를 지불한다. 그림을 그린 그 사람은 돈을 받은 뒤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관광객이 그림을 펴보면, 그려진 초상화 주인공이 과연 자기인지 아니면 그 사람 옆집 친구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관광객을 더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얼마 안 가면 테르트르 광장이 나오고 거기는 실력있는 화가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화가들을 코앞에 두고 그런 엉터리 그림을 사게 되었으니 그 때의 관광객 심정은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이와 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강매자들을 나는 '사기꾼형 강매자'라 이름 붙였다. 테르트르 광장에 들어올 실력이 안 되는 엉터리 화가이지만 이런 수법을 통해 두둑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매자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마음을 늘 '냉정'하게 유지하는 것. 아무리 그쪽에서 협박을 해도, 아무리 그쪽에서 유혹의 시선을 보내도 관광객들은 이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지나가야 한다. 이는 또한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소매치기나 거지들을 따돌릴 때도 써먹는 방법이다. 자신이 좀 심한가 싶을 정도의 냉정심을 유지해야 필요없는 금전적 손해를 막을 수 있다.
위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당한다 할지라도 하소연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한마디로 당한 사람만 바보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모든 책임은 1차적으로 자신이 다 져야 한다. 관광객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은 생명줄과도 같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 잘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그 여행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여행 고수의 왕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을 잘 지키는 것에서 훌륭하고 보람찬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7월에 다녀온 유럽여행 때 겪었던 일을 기초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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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일 기자는 '입실론 (epsilon)'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싸이월드 페이퍼에 '입실론의 C & A and so on Travel 가이드페이퍼'를 작성하고 있다. 국내외의 역사유적지나 여행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자세히 기고해서, 돈만 있으면 지방에서 오든 초등학생이든 누구나 해당 목적지로 쉽게 도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한대일 기자가 여행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