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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회로 연장되면서 논란을 야기한 <주몽>
ⓒ iMBC
인기리에 방영되는 월화드라마 강자, MBC <주몽>이 드디어 연장이 확정되었다. 그동안 연장설이 솔솔 피어오르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감독과 방송사 제작사간의 서로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합의를 본 끝에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배우들의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변수가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최완규 작가가 빠지고 다른 작가가 긴급투입 돼 내용을 마무리지을 것이란다. 과연 최완규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가의 손에 넘어갔을 때, 어떤 현상이 빚어질지 주목이 된다.

사실 글이라는 자체가 쓰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내용도 확연히 달라지고, 말하고자 한 의도가 변색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주몽>을 3개월 연장한다는 것은 지극히 시청률을 의식한 고무줄 편성이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몽>이 그다지 작품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은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감수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같은 결정은 "보던 것을 보는 시청자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이 느닷없이 연장되면서 종전과 같은 내용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벌써, 그러한 징후들은 여타의 연장드라마에서 충분히 살펴 볼 수 있다. 시청률 제조기,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김수현. 그녀는 고무줄 드라마 제조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이 시청률 면에서는 확실한 보장을 했다. 그렇기에 그만큼 연장에 동의해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은 제 수명보다 더 오래 살았다.

▲ 80회 연장 이후 홈드라마 성격으로 전환한 <사랑과 야망>
ⓒ SBS
그런데 이번에도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50회에서 80회로 연장되었다. 그러면서 드라마의 성격이 시대극이었는데, 어느새 태수모의 죽음 이후 홈드라마 가족드라마가 되어 일일드라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더 이상 내용을 전개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태준과 태수가 중년이 되어 가족들의 크고 작은 일상을 보여주며 전개하고 있다. 급기야 태수모의 죽음 이후 태수의 아들 훈이가 여자친구를 임신시켜 등장한 며느리가 너무나 신세대적인 모습을 보여 당혹스러워 하는 가족의 모습이나, 순종적이던 태수의 아내 은환의 작은 반란, 태준이 미자에게 연예계 복귀를 권유하는 장면 등 내용의 절정이 해소되어 더 이상 보여줄 스토리가 없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일상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이며 홈드라마의 주말드라마 성격으로 변모되어 기존의 시대극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렸다. 제 아무리 김수현이어도 이미 끝난 이야기를 늘리다 보니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 질질 끌다 소문난 <소문난 칠공주>
ⓒ KBS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더하다. 이미 방송 초기부터 맏딸 덕칠이 남편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이혼을 당하는 내용, 미칠의 철없는 안하무인 행동과 말투,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 등으로 많은 논란이 되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예외 없이 시청률은 높았고, 더욱더 자극적인 내용 전개가 심화되었다. 그나마 <사랑과 야망>은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는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만큼, <소문난 칠공주>는 그러한 비난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욕하면서도 보는 시청자들의 심리로 인해 시청률 40%를 웃돌며, 연장방영이 결정됐다. 그 후 내용은 더욱더 자극적인 전개로 억지전개가 매회 이어지고 있다. 이미 방송 초기부터 논란이 있던 덕칠과 미칠의 재혼과 결혼 후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부단한 덕칠과 제 멋대로인 미칠의 성격은 심화되었다.

덕칠은 재혼 후 왕사장이 전 부인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방송에 등장하고, 급기야 치친 가게가 바쁘다는 말에 덕칠이 가게로 갔지만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앞치마를 두른 전 부인이었다.

이미 내용은 극단적이며, 억지춘양이다. 그것도 왕사장이 아내와 이혼을 한 것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도박에 빠진 비상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넌더리 치던 왕사장이 전 부인을 잊지 못한다는 설정은 재혼의 어려움을 보여주는데 과하다.

꼭 그것만이 재혼 후의 어려운 생활을 하는 덕칠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다. 또한 그렇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비뚤어지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이 다칠까 속깊은 행동을 보였던 미칠이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을 애써 지켜내려 듯 신혼 생활의 모습은 미칠의 철없는 행동으로 점철했다. 특히 가출까지 감행하며, 이혼을 생각하는 미칠의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거의 홈드라마 성격의 주말드라마를 벗어났다. 물론 꼭 주말드라마는 홈드라마, 가족드라마 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들을 전방에 포진하고,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설정 자체부터 작가는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더라면 드라마의 내용은 조금 더 순화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에 날로 극단적인 전개로 드라마를 주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연장방영은 예정에도 없었기에 작가가 내용을 급조한 탓에 매우 조악하다.

▲ 시즌 2 급조한 탓에 출연진 전원 교체된 <궁>
ⓒ iMBC
그런데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연장방영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이미 시즌제를 도입한다는 명목아래 연장했던 <궁>조차 내용 전개가 말미에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연기자가 전원 교체되는 2시즌 <궁>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모두가 시청률을 의식한 결과이다. 내용 분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기가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늘려버렸기 때문이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라 했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다는 옛말을 방송사는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마냥 억지춘양으로 드라마를 늘리다 보면 언제가는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아직까지 연장이 되고, 내용이 억지스럽더라도 볼 수야 있겠지만 타 방송사에서 복병의 드라마가 나타날 경우 시청률조차도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박수 칠 때 떠나지 못해 쓴맛을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니 내심, 그런 날이 와서 제 수명을 다하고 최고의 작품을 매번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야만 드라마의 질적인 면도 개선되고, 드라마의 연장 관례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주몽>은 연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싶은 <주몽>은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한 거기까지다. 85회로 무려 3개월이나 연장을 했다니, 아직도 고구려 건국은 시작단계에 불과할 듯 보인다. 질질 끌면서 오래도록 고구려 건국을 준비할 <주몽>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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