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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묻힌 그곳은 잔디가 힘들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는 엉성한 묘지의 모습에 추운 겨울이 더 춥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무성한 잔디를 보니 올해 겨울은 조금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한 계절, 그런 가을에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란 국화를 어머니 가까운 곳에 심었습니다. 어머니는 마당 구석에 아들이 조그맣게 만들어 둔 화단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꾸만 꽃을 심고 키웠습니다. 여름이면 물을 뿌리고, 겨울이면 땅이 얼지 않도록 낙엽을 두텁게 깔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국화를 제가 살고 있는 곳에도 심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곳을 자주 갈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텅 비었습니다.
"엄마아∼∼"하고 크게 부르면 어디선가 대답하며 달려올 것 같아 어머니가 일하시던 밭에서, 논에서 크게 불러도 보았습니다. 혹시 방에서 나올까 하여 빈집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가서 불러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작은 메아리만 울릴 뿐입니다.
흘러가는 세월에 묻혀 잊혀 가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생긴 기쁜 일도 잊을 것이고 슬픈 일도 잊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기억 가운데 잊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억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추억은 바로 내 어머니에 관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