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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의사협회 허주형 회장. 인천 부평에 위치한 고려동물병원에서.
인천수의사협회 허주형 회장. 인천 부평에 위치한 고려동물병원에서. ⓒ 전경옥
허회장에게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든 배경을 물었다.

"지난 14년간 올바른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들기 위해 뜻이 맞은 수의사들끼리 돈을 조금씩 모았습니다. 동물들을 다루는 직업이니만큼 동물복지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수의사인데 그동안 수의사들의 활동이 미비했던 점이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제 수의사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동물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로드킬을 막기 위해 계양구청에서 만든 야생동물 이동통로.
로드킬을 막기 위해 계양구청에서 만든 야생동물 이동통로. ⓒ 전경옥

보호소 모습.
보호소 모습. ⓒ 전경옥
오후1시경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보호소 현장을 찾았다. 11월 18일 개소를 압두고 보호소는 한참 공사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이라면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만 떠올리게 되는데 야생동물까지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이 점에 대해 허 회장은 "요즘은 오리나 거북이 토끼 등 키우는 동물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이런 동물들도 버리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의사 활동 미비한 것 안타까워"...야생동물까지 보호

허회장이 구조한 버려진 오리.
허회장이 구조한 버려진 오리. ⓒ 전경옥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보호소에는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오리, 토끼들이 살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조성된다. 보호소 공사현장에서 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누군가 오리를 버리려는 현장을 보고 허 회장이 직접 사왔다고 한다.

"오리는 주인만 따르기 때문에 주인이 물가에 버려놓고 돌아서면 바로 주인을 따라 나섭니다. 그래서 함부로 도로로 나왔다가 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오리가 주인만 따른다니,개만 주인을 따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편견이다.

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제공될 수 있도록 온수파이프도 함께 마련.
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제공될 수 있도록 온수파이프도 함께 마련. ⓒ 전경옥
수의사들이 운영하는 보호소는 어떤 식으로 운영할까? 인천시의 모든 동물병원은 이번에 건립된 보호소를 돕는 시스템 안에서 활동한다. 유기동물을 발견한 시민은 가까운 동물병원 어느 곳에도 맡길 수 있다. 동물병원측은 3일 동안 유기동물을 임시보호한 후 계양구의 보호소로 이동시킨다. 이 때 유기동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주인이 뒤늦게라도 동물을 찾을 때 편리하도록 배려한다. 시 전체의 동물병원과 연계된 보호소는 국내에서 최초.

허 회장은 이런 시스템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호소 운영과 관리에 관한 정보는 일본의 J-HABS(Japan human animal bond society)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HAB(Human Animal Bomd)는 인간과 동물간의 유대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체계로 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2000년 일본에서는 수의사들을 중심으로 J-HAB라는 비영리단체가 발족했다.

동물들이 밖에서 산책할 때 발이 편안하도록 모래도 마련.
동물들이 밖에서 산책할 때 발이 편안하도록 모래도 마련. ⓒ 전경옥
보호소는 방문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에게 완전 개방된다. 이런 원칙을 두고 일부 수의사들은 유기견 보호소를 둘러싸고 자칫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염려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제까지 시위탁 보호소들이 이윤을 바라고 유기견 보호소를 맡아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 이권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학대가 일어나고 그 때문에 보호소를 은폐해왔던 것이다. 개방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고쳐나가야 하지 않은가?"라며 수의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 조례에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에 동물단체 뿐 아니라 일정한 동물사육시설을 갖추고 있는 사람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윤을 목적으로 한 집단이 보호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 회장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가 보호소를 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가 보호소 맡아야

방음의 역할을 하도록 나무를 심고 있는 중.
방음의 역할을 하도록 나무를 심고 있는 중. ⓒ 전경옥
보호소는 야생동물과 유기동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과 입양캠페인도 벌인다. 학교 등에 홍보해 아이들이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을 배우고 입양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보호소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유기동물들의 가출(?)을 막기 위한 철망.
유기동물들의 가출(?)을 막기 위한 철망. ⓒ 전경옥
각 지자체 보호소의 가장 큰 난제는 안락사이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안락사는 필요악일 수 있다. 하지만 되도록 안락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보호소의 관리소장 이경진씨는 10년간 경비견을 훈련시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개들을 훈련시킬 예정이라고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중환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치료견 활동과 혼자 사는 독거노인에게 가족이 될 수 있는 개들을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혼자 쓰러졌을 때 개가 심하게 짖도록 훈련시키면 적어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혼자 돌아가시게 하는 경우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인간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장애견 치로리가 치료견으로 거듭나 활동했던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죽기 전 "치로짱 고마워"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노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생겨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가족이 되고 손과 발이 되어줄 수 있다면 버려진 개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희망일 수 있을 것이다.

보호소에는 상근 수의사와 수간호사 총 4명의 상근직원과 비상근 10명의 직원이 일을 하게 된다. 직원을 채용시에도 동물과 오랫동안 생활해 본 경험이 있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만 채용할 예정.

봉사활동하기 위해 방문한 수의사들을 위한 주말농장.
봉사활동하기 위해 방문한 수의사들을 위한 주말농장. ⓒ 전경옥
보호소 옆에 비닐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그곳은 주말농장을 만들어 주말에 봉사활동을 오는 수의사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줄 예정이라고 한다. 허 회장은 이제 수의사들이 나서서 동물들을 위한 복지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발 나와서 강아지 목욕이라도 시켜주세요"고 권했다고 한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범적인 유기동물보호소 활동으로 유기동물 발생을 막고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 뉴스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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