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멈춰!"
고등학생들이 중국의 역사왜곡 작업인 이른바 '동북공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동북공정 STOP'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badge)달기 등을 비롯해 우리역사바로알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성심여자고등학교 2학년 수련반 학생 38명.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4시 30분, 취재를 시작하자 이들은 "학생의 날에 우리 역사를 논하게 돼 뜻 깊다"고 입을 모았다. 성심여고를 찾은 지난 3일이 때마침 '학생의 날'이었던 것. 학생의 날은 일제강점기에 일본학생들이 우리나라 여고생을 성추행한 사건에 분노해 고등학생들이 시작했던 애국운동을 기념해 제정했다(올해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승격).
'동북공정 STOP',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의미
학생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동북공정 STOP' 배지를 달고 있었다. 가슴 뜨겁게 꿈이 넘쳐나도 모자랄 여고생들에게 너무 무거운 의미는 아닐까.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김태은양이 말문을 열었다.
"단순히 동북공정만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에요. 역사인식을 올바로 하자는 거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서명운동을 하면서 몰랐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게 됐거든요. 배지달기 운동은 동북공정반대 홍보는 물론이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들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와 인사동 일대에서 학교봉사활동을 대신해 '동북공정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수줍음과 낯가림이 한창인 여고생들로서 이런저런 핑계를 들며 몇 명쯤 빠졌을 법도 한데 38명 전원이 참석해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하예나양이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서명운동은 학생으로서 동북공정의 부당함에 대해 알게 해 준 계기였어요. 한 번은 중국인인줄 모르고 서명을 부탁했더니 '중국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고 따지더라고요. 수업시간에 배운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고교 2학년인 이들의 역사수업은 일주일에 2시간. 정규수업을 진행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이들은 동북공정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을까.
학생들과 함께 서명운동을 했던 강소연 담임선생님은 "알고 보면 아이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다"며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는 오히려 기성세대가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선생님은 아이들의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조회시간을 이용해 3주 동안 동북공정에 대해서 공부를 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줬어요.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서명운동에 필요한 홍보물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동북공정반대 배지달기와 서명운동을 직접 몸으로 실천했다는 점이에요."
"역사 바로알기는 대신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편, 배지달기와 서명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동북공정'에 담긴 역사왜곡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꼬집은 학생도 있었다.
기성세대들이 보면 분명히 어린 나이에 지나지 않지만, 김명선양의 의견을 들어보면 여고생들의 의식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용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우리 역사니까 하고 배지를 달거나 서명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나 어른들이나 역사왜곡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역사 바로알기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주는 게 아니잖아요? 학교와 집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하나씩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생들에게 배지달기와 서명운동이 유쾌하게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들 눈에 실망스러운 어른들이 많이 보였던 것. 남윤정양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우리 역사를 알리는 일이라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거리에 나서보니 20대들은 흔쾌히 서명해 주는데, 오히려 30∼40대들이 참여하는 숫자는 적었어요. 동북공정에 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동북공정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학생들도 이렇게 나서는데 어른들이 모르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동북공정이 뭐냐고?
어른들이 역사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여러 학생들의 입에서 나왔다. 흔히 '요즘 학생들은 역사를 모른다'고 지적하는, 그런 어른들을 향해 김민지양은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서명을 받는데, 한 분이 '재미교포인데도 서명이 가능하냐'며 먼저 다가온 적이 있었어요. 노숙자로 보이는 분도 참여하고, 넝마를 줍던 할아버지도 일손을 놓고 달려오셔서 서명을 해 주실 때는 감동이었죠(웃음). 그런데 겉은 멀쩡해 보이는 어른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거예요. 또 '동북공정이 뭐냐'는 물음이 자꾸 나올 때는 정말 기가 막혔어요."
여고생들이 학교 배지 이외에 똑같은 모양의 배지를 가슴에 달고 앉아 있는 교실 풍경은 낯설었다. 하지만 수련반에서 시작한 동북공정반대 배지달기 운동은 현재 성심여고의 다른 반과 학년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또 전국의 수많은 학교에서도 이미 배지달기 운동이 한창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운동이 역사에 무관심할 것 같은 학생들에게 배지가 모자랄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
"우리 역사는 우리가 지켜야 해요, 대한민국 아자!"
취재 도중 '동북공정 STOP' 운동을 하는 이유라며 수련반 학생들이 패기에 찬 목소리로 외친 말이다. 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분명히 밝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메아리쳐지길 바라본다.
| | "고구려, 발해, 고조선의 역사는 중국역사?" | | | 성심여고 2학년들에게 배우는 '동북공정' 이야기 | | | |
| | ▲ "우리의 뿌리는 누구인가?". 동북공정 비판 운동을 하는 성심여고 학생들. | ⓒ성심여고 수련반 | 취재를 마칠 즈음 강소연 선생님은 "아이들의 역사의식수준이 대단히 높다"고 학생들을 한껏 치켜세운 뒤, 학생들이 교육자료로 사용했다는 유인물 한 장을 기자에게 건넸다.
'성심여자고등학교 2학년' 명의로 된 '고구려, 발해, 고조선의 역사는 중국역사? 주몽과 단군왕검은 중국 민족? 반만년 역사가 3천년 역사로?'라는 유인물 내용을 발췌해 정리한다. 이름하여 성심여고 2학년들에게 배우는 '동북공정' 이야기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중국이 주도하는 동북의 3성(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즉, 만주지역에 대한 국가적 역사 연구 프로젝트. 2002년∼2006년까지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주관이 되어 5개년 계획으로 3조원을 투입해 추진했다.
중국의 동복공정 추진 이유?
1. 아시아 동북지역 고대문명을 중국의 것으로 삼으려는 문명적 침략.
2. 북한지역 역시 중국의 영토라는 주장을 합리화
3. 동북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의 정체성을 말살
동북공정에 대하여 바로 알아야 할 사실들!
1. 동북공정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지시에 따른 국가 전략
2. 고구려사와 발해사 심지어는 고조선사까지도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방대한 역사왜곡
3. 한반도가 본래 중화민족의 뿌리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
4. 정치·외교·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중국의 치밀한 계산이 반영된 것
중국의 역사 왜곡 현황
1. 고구려·발해·고조선의 우리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듦
2.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며 2004년 중화 10대 명산 중 하나로 지정, 유네스코에 중국의 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 신청
3. 2018년 동계올림픽을 백두산에서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
4. 만주에 단군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 웅녀조각상을 건립 자신의 선조로 교육 중
5.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마저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
한편 학생들이 착용하고 있는 배지에는 '중국여행을 멈추라'는 문구도 있다. 이와 관련, 유인물은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400만명. 중국방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한국방문 중국인 여행객은 71만명.
중국당국에 우리 역사왜곡 현장을 돈을 들여가며 관광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원치 않음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는 중국의 노골적인 역사왜곡과 문화 침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현재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배지달기와 서명운동은 국학운동시민연합, 사이버의병, 홍익교사협의회 등이 주축이 돼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다.
'1000만명 서명운동' 국학운동 시민연합 http://www.kookhak-ngo.org
사이버의병 http://cafe.daum.net/cybershinsi
홍익교사협의회 http://www.hspschool.org
*취재 중 준비해 갔던 카메라의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대신 촬영을 해준 김나엽 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