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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구례 산동에서 지리산 문화제 열렸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11월 4일 구례 산동에서 지리산 문화제 열렸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태용
'지리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산이 어떤 산이고, 어떤 의미이며, 얼마나 소중한 산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상이라면, 그 가슴팍에 기대어 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산, 지리산은 또 다른 의미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서는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지리산문화제'가 열렸다. 이곳 사포마을은 산이 좋아서 산을 찾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태어난 곳, 삶의 터가 지리산인 그야말로 지리산 산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다.

사포마을 사람들에게 이번 지리산문화제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아마 멀리 있는 자식들이 집을 찾아오는 반가움이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닥친 위기를 이해하고 보살펴 주려는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초대해 벌이는 한바탕 잔치 마당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름 전부터 행사준비를 하고, 무대가 될 논의 벼를 서둘러 수확해 젖은 논을 바싹 말렸고,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콩대를 서둘러 수확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행사기간이 다가오자 수확시기를 놓친 벼가 있어도 진입로에 쌀을 말리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확을 늦추기도 했다. 귀한 손님들을 초대한 지리산 사람들의 마음씀씀이가 바로 그런 것이리라.

그들의 이런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알음알음 행사를 찾은 이가 1000명을 넘어섰다. 건너편 지리산온천 주차장 앞에 들어서던 차들만 봐온 그들에게 조그만 산속 마을을 찾은 차들의 행렬은 생경했다. 동네 진입로부터 차들이 즐비해서 마을 청년들은 임시 주차 통제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 했다.

행사장은 마른 논 위에 설치되었고, 의자는 짚단이었다. 화장실은 푸세식 생태 화장실이었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잔칫상을 차려냈다.

비가 온다던 날씨는 그들의 성의를 알았는지 구름이 태양을 가볍게 가리고 있었지만 그 온기를 다 빼앗지는 않아 온화했고, 따스한 기운을 가진 산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불꽃은 타오르고 타올라 검붉은 숯덩이가 되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보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불꽃은 타오르고 타올라 검붉은 숯덩이가 되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보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 조태용
막걸리 익는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했으나 술 취해 흥청망청 거리는 사람은 없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없었으나 기분 좋아 절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이들은 논에서 뛰어 놀았고, 그 아이의 아비와 어미는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해했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가슴으로 노래를 부르자 구름에 가려 있던 달이 덩그러니 노고단에서 떠올랐고,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달을 보다가는 다시 노래에 이끌려 무대를 보고 다시 달을 보며 취해갔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지리산에 고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들의 노래는 지리산이 우리에게 안식을 주고, 휴식처가 되어주고, 저항하는 자의 삶터가 되어 주고, 지리산과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에 집이 되어준 것처럼 우리도 너(지리산)를 사랑하고 맘 편히 오래오래 그 모습 그대로 이어가도록 함께 하겠노라 하고 약속하는 것 같았다.

축제의 절정을 알리는 키 높은 장작이 훨훨 타올라 달을 자르고 바람을 잘라 삼켰다. 반야봉과 만복대에서도 지금 이 모습이 보일 것이다. 노고단의 신령도 지금 이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을 것이다.

불꽃은 타오르고 타올라 검붉은 숯덩이가 되어 산을 깎아 골프장이나 지으려는 사람들, 돈이면 다인 줄 아는 사람들, 평화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더 많은 이윤을 취하려는 사람들,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산을 깎고 도로를 만들고 골프장을 짖고 댐을 만들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깎아내고 세워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사람들을 보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불꽃과 더불어 사포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 그냥 이대로 살게 냅두시오"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농민에게 힘을 주는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와 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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