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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엘라 딕슨 파나마 대법원장은 파나마 대학에서 법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파나마 산타마리아 라 안티구아 대학원에서 인권학을 전공했다.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법부 평의회에서 마련한 법관 및 치안판사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특수 사법 행정 관리 교육을 공부했다.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헌법을 공부했다.
그라시엘라 딕슨 파나마 대법원장은 파나마 대학에서 법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파나마 산타마리아 라 안티구아 대학원에서 인권학을 전공했다.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법부 평의회에서 마련한 법관 및 치안판사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특수 사법 행정 관리 교육을 공부했다.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헌법을 공부했다. ⓒ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 "한국 여성 법관들의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과 파나마의 법관들이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도록 교류 협정을 맺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파나마의 세번째 여성 대법원장이자 유일한 흑인 여성 대법원장인 그라시엘라 딕슨(Graciela Dixon·51) 세계여성법관회의(IAWJ) 회장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지난 10월 28일 IAWJ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제2회 여성 법관 심포지엄'에 참가한 그는 "한국에 김영란, 전수안 2명의 여성 대법관이 있다는 것은 전 세계 여성 법관들의 발전을 보여주는 한 지표"라며 "더 많은 여성들이 사법부 내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0월 30일 오후 그라시엘라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의 여성 법관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또 굉장히 진취적이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높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사법부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법관' 이전에 '여성'으로서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들의 노력이 한국의 여성 인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파나마의 세 번째 여성 대법원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법관이 꿈은 아니었다. 인권 변호사로서 89년부터 92년까지 미국의 군사 침략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법적 대리인 활동을 했고, 노동자·빈민 단체에서 일하면서 파나마 내 평등운동을 펼쳤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98년 1월 행정부 지명으로 형사부 판사에 임명됐고, 올해 1월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 파나마의 여성 법관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여성 법관은 132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 법관은 124명(48%)이다. 고등법원으로 올라갈수록 남성 법관의 비율이 높아지긴 하지만, 대체로 남녀가 절반 정도씩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9명 중 2명만 여성이다. 사법부 내 여성의 참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위직 진출은 적은 편이다."

- 현재 파나마에서 사법 개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판사들의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사 또는 판사가 되기 전에 2년간 사법연수원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주만이라도 파나마와 한국의 법관들이 서로 파견근무를 한다면 서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10월 31일) 이용훈 대법원장을 만날 때 법관 교류협정 체결을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꼭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 세계여성법관회의의 국제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현재 87개국 4000여 명의 개인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사법부 내 인권 신장을 위한 단체이며, ‘국제회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컨벤션협회(ICCA)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회의에 한국의 여성 법관 16명이 참가한 것은 IAWJ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국가지부로 가입하지 않은 나라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 함께 사법부 내 여성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여성 인권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 더 많은 여성들이 사법부에 진출할수록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많은 나라에서 여성 법관들은 책임감이 높고, 협력적이며,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다. 또 여성 법관들은 긍정적이고 정직하며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정과 연루되는 경우가 적다는 사실이 많은 자료에서 입증되고 있다. 물론 여성들이 주도하는 판결이 사회의 균형 잡힌 비전을 제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더 많은 여성들이 재판에 참여할수록 이런 변화들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현재 한국지부가 2010년에 열리는 제10회 세계여성법관회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예측하기 힘들다. 개최국은 내년 3월 런던에서 열리는 이사회 회의 때 결정될 것이다.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차례대로 하면 영국 런던이 다음 개최국이다. 한국을 예외로 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 개최 기회가 세계 각국에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예산이나 안전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의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심포지엄이 열렸던 한국 사법연수원과 인터뷰 직전에 방문한 코엑스 컨벤션센터 등은 굉장히 시설이 좋았고 인상적이었다."

지난 10월 28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여성 법관 심포지엄' 모습.
지난 10월 28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여성 법관 심포지엄' 모습. ⓒ 여성신문
오는 2010년 개최 예정인 제10회 세계여성법관회의(IAWJ: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Women Judges)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인 최초로 IAWJ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이사로 선출된 김영혜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2010년 세계여성법관회의 유치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10월 27일 현 회장인 그라시엘라 딕슨 파나마 대법원장과 전 회장인 제인 매튜스 호주 대법관 등 IAWJ 임원진 5명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여성 법관 심포지엄’에 참가한 데 이어, 30일 코엑스 컨벤션센터를 방문해 2007년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회의 및 2010년 세계여성법관회의 개최를 위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제인 매튜스 호주 대법관은 "한국이 유치에 성공할지 여부는 내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이사회 회의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법연수원이나 코엑스 등 한국의 시설이나 교통 상황은 매우 좋은 것 같다"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91년 공식 출범한 IAWJ는 2년마다 대회를 열어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전 세계 여성 법관들의 협력과 우의를 다지고 있다. 현재 87개국 4000여 명의 여성 법관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올해 2월 한국지부를 발족해 1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회의를 한국이 유치하게 되면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발전상과 사법부 내 여성 인력의 약진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한국의 여성 법관은 김영란·전수안 대법관 2명을 비롯해, 지법부장 15명, 재판연구관 6명, 평판사 250명, 예비판사 102명 등 총 375명이다. 전체 법관의 16.9%를 차지한다. 이중 70% 정도가 최근 5~6년 사이에 임관된 젊은 법관들이고, 예비판사로 신규 임용되는 법관 중 절반이 여성일 정도로 사법부 내에서 여성 법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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