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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찾아온 교정 그러나 아이들은 가을로부터 비껴 앉아 있고.
가을이 찾아온 교정 그러나 아이들은 가을로부터 비껴 앉아 있고. ⓒ 노태영
1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시험이. 참으로 빠르게 시간은 갑니다. 성큼성큼 황소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이젠 화살처럼 빠르게 제 길을 내면서 시간은 흘러갑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순간 시간이 느껴질 때면 나는 많은 과거 속에서 추억을 주섬주섬 찾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아이들과 대할 때는 1000일이 넘는 날들이 까마득하게 보이더니 어느새 10일 밖에 남지 않았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하기야 이런 생활을 한지도 16년이 넘었습니다. 그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반증이 되는 셈입니다. 입시철이 되면 꼭 저마다 사연을 담은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추운 늦가을을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한해가 저물어갈 것입니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몹시 쌀쌀합니다. 입시추위는 해마다 어김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몇 개 남은 학교교정의 붉디 붉은 느티나무의 잎사귀들이 애처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버리고 버리다 남은 미련을 차마 떨치지 못하는 나무의 마음이 읽혀지고 하구요. 마지막이라는 말에서 느껴오는 돌이킬 수 없음이 나무도 인간도 그렇게 만드는 가봅니다.

지난 주말에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가까운 미륵산(전북 익산)에 다녀왔는데 따뜻한 날씨만큼이 단풍이 참 곱게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붉나무의 단풍이 단연 으뜸입니다. 야트막한 야산에서 제일 곱고 때깔 좋은 단풍은 바로 붉나무입니다. 간혹 개옻나무도 있는데 개옻나무 단풍도 아주 타는 듯 정열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붉나무는 독성이 약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보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붉나무 잎사귀를 하나 주워서 아내에서 보여주니 감탄을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색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색조가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단풍잎색이 묻어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붉나무는 개옻나무나 옻나무에 비해 독성이 약합니다. 그래서 옻이나 두드러기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연약한 피부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개옻나무와 붉나무를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옻나무는 잎사귀가 붙어있는 줄기가 자주색이거나 붉은 색깔을 띱니다. 그러나 붉나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을에만 붉은 단풍으로 변합니다.

산에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고3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예전과 비교해 보면 적극적인 면이나 진지한 면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긴장해야 할 때인데도 그런 긴장감을 3학년 교실에서 느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수시합격을 한 학생들은 이미 대학생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는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보이나 봅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지 공부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자나 토익 책을 사서 보는 흉내를 내는 학생도 더러 있는데, 진도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공부하기가 싫은 가봅니다. 진절머리가 날만도 하지요. 18년 동안 공부만 생각하고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 날이 학생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자기 자신들의 날인데도 정부가 정한 기념일인데도 말입니다. 학교에서도 교육부에서도 아무런 행사도 없고 아무런 홍보도 없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시험이 코앞인데 무슨 즐거운 행사를 벌일 수 있겠어요. 참 어른들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슬며시 듭니다.

경찰의 날이나 스승의 날은 이런 저런 행사를 하느라 본업도 잠시 쉬면서 서로에게 상도 주고 칭찬도 하면서 서로에 힘을 주기도 하는데 학생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학생의 날과 스승의 날을 합쳐서 교육의 날이나 학교의 날로 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해봅니다.

이 좋은 가을을 느끼지도 즐기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학교에 남겨두고 혼자서 가을을 즐기기 위해 산에 왔다는 사실이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말입니다. 요즈음은 성당에서나 집에서 기도를 할 때는 우리 고3학생들을 위해 기도를 합니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주셔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입니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더 긴장하고 근심하고 있을 수험생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집니다. 수능시험을 볼 때는 추워야 제 맛이 난다고 말을 하지만 막상 추워지면 더 걱정스럽고 더 긴장을 하게 됩니다. 강한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의 마지막 잎새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도록 재촉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늦기 전에 베란다에 있는 여린 화초들도 챙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첫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겨울도 이제 멀지 않았나 봅니다. 김장도 계획해야 하고 겨울옷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수험생을 둔 학부모님들은 기도와 정숙한 몸가짐으로 내공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보다 덜 긴장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힘을 보탤 수가 있습니다.

시험에서도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점도 아쉬운 시험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기도밖에 없습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우리학교 아니 전국의 고3학생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도를 간절히 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기도와 함께 시작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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