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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가운데)·한미숙(오른쪽) 기자님과
김혜원(가운데)·한미숙(오른쪽) 기자님과 ⓒ 이명옥
9시 36분경 식장산 앞에 도착하자 대전, 옥천 등 충청도 일대에서 오신 시민기자 분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서 계시더군요. 저도 보고 싶었던 한미숙님, 임흥재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지요.

산길에 서툰 저를 위해 미숙 기자님은 제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보조를 맞추어 걷느라 늘 맨 마지막이 되기 일쑤였는데 상근기자분들이 뒤쳐진 일행을 살피시며 마지막까지 남아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드디어 해발 400여m인 식장산의 도착 지점에 올라 마시던 막걸리 한모금의 맛을 무엇에 비길 수 있었겠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제 자신이 대견해서 기념 촬영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양념노릇을 했지요.

다정하게  하산하는  아버지와 아들
다정하게 하산하는 아버지와 아들 ⓒ 이명옥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난 예기치 못했던 장애물,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목적지에 다다른 순간 그동안의 힘든 과정은 일순간에 상쇄되어 버리더군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바로 그 순간의 묘미를 알기 때문에 늘 산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가마솥에 담긴 보리밥
가마솥에 담긴 보리밥 ⓒ 이명옥
산에서 내려오니 보리밥, 손 두부, 해물 파전, 도토리묵 등 풍성한 점심 식탁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가마솥에 꽁보리로 지은 보리밥에 야채를 풍성하게 넣어 비벼먹는 맛이란.

즐거운 점심시간이 지난 뒤 지역대항 족구대회가 열렸습니다. 어린이와 여성시민기자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몰두하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 이명옥
신나는 족구대회가 끝난 뒤 대전 시민기자이신 박병춘 선생님이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 오셨지요.우리 가락이 은은히 울려 퍼지던 그 순간을 설명하기엔 말이 많이 부족하군요.

어느덧 어스름 해가 기울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모임 내내 내게 시간을 나눠주었던 미숙 기자님이 배낭에서 상자에 곱게 담긴 비닐 백을 꺼내더군요.

미숙님이 건넨 파피루스, 강낭콩, 땅콩
미숙님이 건넨 파피루스, 강낭콩, 땅콩 ⓒ 이명옥
그 포장 속엔 미숙님이 정성스럽게 길러 분양한 파피루스와 잘 마른 햇강낭콩 그리고 땅콩이 오밀조밀 들어 있었습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건넨다는 것은 마음이 먼저 담기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빈손으로 가서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분양받아 온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일까요?

ⓒ 이명옥
어린왕자를 길들인 여우가 말하지요. 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황금빛 밀밭을 볼 때마다 어린왕자의 금발이 떠오를 것이라고요.

나도 파피루스를 바라 볼 때마다 미숙님의 단아한 미소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그 리고 손을 잡고 보조를 맞춰 걷던 오솔길의 추억이 함께 떠오를 것입니다.

가을이 다가도록 산행의 추억은 가슴에 아주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파피루스의 잎이 자라나는 만큼 추억의 깊이도 더 깊어지며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가슴 한 켠에 담길테지요.

내년에 또 다시 산행이 계획된다면 시간이 되시는 분들 모두 함께 가셔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오시지 않으실래요?

덧붙이는 글 |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무거운 배낭을 대신 들어 준 유태웅 기자님과 박병순 기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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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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