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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여야 지도부 초청 조찬회동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과 관련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검토를 해보겠다"고 다소 애매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여야 지도부 초청 조찬회동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과 관련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검토를 해보겠다"고 다소 애매하게 밝혔다.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채널을 가동해 북측과 비밀접촉을 갖고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한 것은 '선(先) 북핵 해결, 후(後) 정상회담 개최'이라는 남북 관계 접근방식을 '북핵해결·정상회담 동시(병행) 추진' 방식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노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함께 출발선상에 선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일관되게 '선(先) 북핵 해결, 후(後) 정상회담 개최'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 발언록을 찬찬이 톺아보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묘한 변화의 기미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되었던 지난 6월을 전후해 사실상 '조건없는 정상회담' 쪽으로 선회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핵 위기와 함께 출범, '선(先) 북핵 해결, 후(後) 정상회담 개최' 입장 고수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만 해도 "조건이 맞으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2003년 1월23일,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고 말할 만큼 유연한 입장이었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취임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제의할 것"(2003년 1월24일, 미국 CNN과의 회견)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막상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면서 "북핵문제가 더 중요한 만큼 북미대화가 잘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필요하다"(2003년 4월15일, 문화일보 인터뷰)고 말해 '선(先) 북핵 해결, 후(後) 정상회담 개최'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 4년 내내 큰 틀에서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노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면서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에 정력을 기울여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게 현명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2004년 12월2일, 한·영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200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면서 "회담의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 제안할 용의도 있으나 제가 보기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며, 지금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응할 용의가 있는데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몽골 동포간담회 이후 북핵해결·정상회담 동시·병행 추진 선회

이와 관련 가장 주목할 대목은 지난 5월 9일 몽골 동포간담회 발언이다. 당시 몽골을 국빈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울란바토르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6월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북한을 방문한다"고 전제하고 "미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여러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 있고...저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 보자"고 말해 사실상 '무조건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그 다음에 주목할 대목은 지난 8월 13일 가진 4개 언론사 외교·안보분야 논설위원들과의 비공개간담회 발언이다. 원래 비공개를 전제로 한 간담회만큼 노 대통령의 속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정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북한도 고집불통이다"면서 "한국은 그 사이에 끼여 어렵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직접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적어도 남북 비밀접촉이 시도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과의 통로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간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봤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것이 정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통하는 통로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2006년 8월13일, 4개 언론사 외교·안보분야 논설위원 비공개간담회)

그런데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후에는 막상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과 관련, 다음과 같이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6자회담이 오래 지속되고 할 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면에서 유용한 마지막 해결의 카드인데,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검토를 해보겠다." (2006년 10월 10일, 여야 지도부 초청 간담회)

결과적으로 10월에 자신의 핵심 측근을 대북 접촉창구로 가동한 비밀접촉을 숨기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록이다.

▲"조건이 맞으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2003년 1월23일,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취임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제의할 것이다. 정상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을 것이다" (2003년 1월24일, 미국 CNN과의 회견)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북핵문제가 더 중요한 만큼 북미대화가 잘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필요하다"(2003년 4월15일, 문화일보 인터뷰)

▲"현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추진중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차후에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다"(2003년 7월9일,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 간담회)

▲"북핵문제가 1단계 합의라도 이뤄져 안정국면에 들어서고 나면 그 다음에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다시 꾸려갈 생각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도 해야 하는데 저는 그 문제를 아직 꺼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국면이 북핵 문제 협상국면이어서 이런 게 잘못 끼어들면 혼선이 생기고 일이 잘 안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언론사 합동인터뷰)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2004년 3월2일, 한겨레21 인터뷰)

▲"'남북정상회담 같은 큰 것 안하냐'고 하는데 그건 북핵문제가 가닥잡혀야 된다. 핵문제가 완결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가야 하는 것이나, '어떤 방법으로 완결할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이행에 착수하면 가닥잡히는 것 아닌가"(2004년 3월3일, 제주지역 언론사 간담회)

▲"정상회담을 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북핵문제, 남북관계 진전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냐는 판단이 앞서야 한다.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회담을 서두른다는 것은 결국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다. 북한이 약속한 대로 답방하고 회담에 나와주길 바라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종용하거나 강하게 주장하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2004년 7월21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에 정력을 기울여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게 현명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적어도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이나,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팽팽한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별로 큰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간의 제 입장이었고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2004년 12월2일, 한·영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일뿐 상대가 있는 문제는 희망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회담의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 제안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며, 지금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2005년 1월13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선언도 하고 싶지만 서로가 대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달라. 집짓듯이 기초부터 튼튼히 하고, 1층 짓고 그 위에 2, 3층을 지어야지 한꺼번에 7, 8층 올릴 수 없다"(2005년 4월11일, 독일 동포간담회)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북핵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데 전략적으로 유효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 가능성이 있을지 끊임없이 모색해 보겠지만 아직 그런 좋은 기미, 신호는 없다"(2005년 7월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

▲"한국이 정상회담 그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생각하고 너무 그것에 매달리게 될 때 오히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입장은 만나는 것은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회담 (개최) 자체만을 위해 무리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상회담에 관해 우리는 언제나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고,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풀리기 전에 만나는 것이 북쪽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할지 아닐지에 대해 확실하게 판단을 못하고 있다"(2005년 11월17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6월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북한을 방문한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여러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 있고...저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 보자, 우리 국민들은 북한 체제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함께 안정된 토대 위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수십번 얘기했다"(2006년 5월9일, 몽골 동포간담회)

▲"북한 정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북한도 고집불통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 끼여 어렵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 국정원도 잘 알지 못한다. 북한과의 통로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간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봤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것이 정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통하는 통로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2006년 8월13일, 4개 언론사 외교·안보분야 논설위원 비공개간담회)

▲"6자회담이 오래 지속되고 할 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면에서 유용한 마지막 해결의 카드인데,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검토를 해보겠다." (2006년 10월 10일, 여야 지도부 초청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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