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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밤의 거미 원숭이>
ⓒ 문학사상사
<밤의 거미 원숭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단편으로 분류 했지만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단 1~2장 정도로 이뤄진 ‘초 단편 소설’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내용이 짧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단편들은 모 회사의 광고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가 <밤의 거미 원숭이> 후기에서 밝혔듯 “실제로 광고로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써낸 소설은 옆에 광고가 실리는 형식으로 잡지에 게재되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여덟 편을 빼고 두 편을 새로 써내 <밤의 거미 원숭이>를 완성했다. 그의 단편들을 읽어보았다.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내용은 기묘했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밤 두시, 내가 책상에서 무언가 쓰고 있을 때, 창문을 억지로 열면서 거미 원숭이가 들어왔다.
“이봐, 자넨 누구야?”
내가 물었다.
“이봐, 자넨 누구야?” -p83 <밤의 거미 원숭이>-


책 속의 <밤의 거미 원숭이>에서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하는 거미원숭이 때문에 난감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거미 원숭이가 어디서 왔는지,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무척이나 귀찮은 존재다. 결국 주인공은 워드프로세서의 키를 누르고 거미 원숭이도 복사키를 누르고 ‘그만둬, 그만둬’라는 소리와 함께 소설은 끝난다.

어떤 철학이나 교훈 같은 것은 이 초 단편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어떤 허무한 주제 속에서 유쾌한 상상력과 유머가 느껴진다. 책 전반에서는 이런 기운이 넘쳐난다.

상실의 시대에서 젊은이들의 고뇌와 사랑을 담아냈다면 <밤의 거미 원숭이>는 젊은 세대의 허무와 가벼운 유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제목과는 반대로 나쁜 소식이 주를 이루는 <굿뉴스>, 치근덕대는 남자의 쇄골을 스패너로 으깨 놓은 후 늘 스패너를 지니고 다니는 여인의 이야기 <스패너>, 모두 웃음이 나오게 한다.

하루키는 또 이 짧은 초 단편 소설들 속에서 개인적 공간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남기기도 했다. <방콕 서프라이즈>에서는 자신이 원하던 곳이 전화를 받지 않자 앞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나온다. 또 <한밤중의 기적에 대하여, 혹은 이야기의 효용에 대하여>에서는 혼자 있는 것의 두려움을, 그리고 누군가 함께 있을 때의 소중함을 적어내고 있다.

가벼운 유머를 일삼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 그리고 개인주의 삶 속에 숨겨진 외로움, 하루키의 단편들은 그것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렇기에 <밤의 거미원숭이>는 젊은이들이 쉽게 공감하고 읽어 볼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젊은 세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듯한 하루키의 <밤의 거미 원숭이>와 만나보자.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http://cyworld.nate.com/UsiaNo1


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문학사상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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