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저출산, 고용 불안, 사교육비와 주택비용 증가…. 이렇듯 불안한 미래를 떠안은 보통 사람들에게 '막연한 돈 모으기', 재테크가 한창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등으로 대박을 좇는 '재테크'는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돈 관리, 재무설계를 통해 돈에 대한 건강한 생각으로 합리적인 미래 설계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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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전아무개(61)씨는 35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서울 강남 30평형 아파트에서 안락한 연금생활을 하고 있으나 실상 속마음은 그리 편치 못하다. 원인은 상가 투자로 낭패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만 무성한 재개발 기대보다는 좀 더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연금과 임대소득으로 만들고자 2002년 말, 송파 소재 노후 아파트를 팔고 구입한 동대문의 테마상가 때문이다. 당시 분양업자 설명으로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은 가능하다고 했다. 처음 1년여 동안은 그렇게 임대소득만으로도 짭짤한 금액을 챙겨 자녀 유학자금으로 충당하였다.
그러나 첫 임차인이 나가고 재계약시에는 3000만원에 150만원, 현재는 보증금 1000만에 월세 80만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임차인은 영업이 안 돼 힘들다며 조정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점포를 비워두기도 힘들고 애초에 기대했던 월 임대소득 300만원은 고사하고 현 상태로만 유지되어도 다행이다 싶은데 인근에 초대형 테마쇼핑몰이 내년 말 오픈 예정이니 엎친 데 덮친 꼴이 된 셈이다. 더 시급한 것은 당장 임대소득보다는 지금이라도 빨리 처분하고 싶은데 또 어느 정도나 손실을 안아야 하는가이다.
임대사업은 점점 고도의 전문성 요구
IMF 이후 시작된 재개발로 홍대역, 이대입구, 명동, 남대문, 동대문, 압구정동, 강남역 인근까지 지역별 대형 테마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상권 형성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상가는 상권별 뚜렷한 구분이 있는데다 동일권역이라고 하더라도 대로변이나 배후면 등 점포의 입지조건에 따라서 매출이 크게 영향을 받고 또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전반적인 임대료 시세도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쇼핑몰의 랜드마크(특정지역을 대표하는 건물...편집자주) 여부나 유동인구의 흡수 여부에 따른 매출 차이에 따라서도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즉 점점 임대사업이 그냥 상가 하나 갖고 있다고 임대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급쟁이들은 일하지 않고 상가 몇 개 혹은 건물 하나 갖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임대료 챙기는 미래를 꿈꾸지만 임대료를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담보할 정도의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임대사업은 말 그대로 사업이며, 그것도 점점 위험성도 증가하고 수익성도 줄어들고 있는 사업이다.
전씨의 경우 바로 점점 줄어드는 상가 임대수입 때문에서 처음 기대와 달리 수익성이 악화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신규분양이 아닌 기존 상가에 투자할 때에도 체크하거나 주의할 사항들이 매우 많다. 점포를 내놓는 이유도 알아야 하고 투자 수익성에 대해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를 읽어보고 미래를 예측해 봐야 한다.
또한 건물의 하자 여부를 따지고 부동산 소유권자와 이해 관계인과의 권리관계 등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등기부등본이나 건물관리부대장, 도시계획확인원 같은 서류도 직접 발급하여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쉽게 생각하고 투자 권유자의 말만 믿고 덜컥 투자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임대수익, 기대만큼 받을 수 있나
최근 상가광고를 보면 년 수익 10~15% 이상을 보장한다며 상가에 투자하여 노후를 준비하라는 분양 문구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배후의 대단위 아파트 주민이나 인근 유동인구가 모두 고객인 것처럼 부풀려지고 있다. 이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고수익 임대소득을 바라면서 어렵사리 모은 목돈을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소규모 자영업자의 증가와, 조금 될만한 상권이라 생각되면 새롭게 들어서는 거대 테마상가를 계산에 넣지 않은 투자는 실패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게다가 대형할인점이 추후 입점할 경우 소형점포의 매출이 생존 문제에까지 이른다고 보면 당장 임대수익률이 재계약 시에도 지속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위의 동대문 상권만 하더라도 현재 대형상가의 개별 점포 수를 합쳐 1만여개로 추산하나 내년 말까지 오픈 예정인 신규 쇼핑몰내 점포 수가 6000여개로 예상되고 있다.
자영업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 매출 하락 때문에 조금이라도 임대료를 깎거나 보다 저렴한 점포로 옮기는 처지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임대사업자와는 상반된다. 결국 자영업의 포화상태인 우리나라 현실은 임대사업 전망이 대단히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
다세대주택이나 원룸다가구 건물 투자는 어떨까? 한마디로 관리가 관건이다. 얼핏 보기에는 점포나 방의 개수에 따라 돈버는 것이 제법 될 것이라 판단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관리도 만만치 않고 이것저것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 떼고 나면 수익성에도 의문이 들 수 있다.
제때에 임대료를 받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연한이나 개 보수에 따른 비용, 계약 문제로 인한 비용이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제반 법률비용 등 여러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상가 투자로 노후보장 어려워
이렇게 임대사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면 과연 노후생활을 임대소득으로 준비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IMF 이후 개인의 경제활동에 가장 큰 변화는 일을 하고 싶어도 법정정년까지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직장에서 퇴직 문제로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임대소득자가 과연 생각처럼 쉽게 고수익을 얻는 것인지 지금부터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노후생활 30~40년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금자산 같은 기본적인 준비를 한 뒤 남는 여유자금으로 플러스 알파의 소득을 만들어나가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전씨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연금이 지급된다. 게다가 만약을 대비해서 주택을 처분할 때 일부는 연금 상품에 투자했다. 현재 상가투자로 골머리를 앓고는 있지만 그나마 매월 생활은 연금으로 안정적이기는 하다. 다만 좀더 풍요롭기 위해 어렵게 결정한 투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와서 차라리 그냥 연금투자에 좀 더 힘을 실을걸 후회가 막급하다. 이제라도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전씨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투자보다는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가장 좋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한다. 고수익의 유혹은 이처럼 언제나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이 전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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