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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에의 지지를 열렬히 호소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에의 지지를 열렬히 호소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 ⓒ Creative Commons
미국 중간선거 종료를 몇 시간 앞둔 이 시간, 공화당과 민주당의 막판 전력전은 숨쉴 틈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각을 다투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정책, 그리고 사회이슈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숨가쁘다.

공화당 비판과 민주당 지지의 선봉에 선 마이클 무어는 전국의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무어 특유의 재치와 독설이 담긴 이 편지에서 그는 "이제 하루 뒤면, 터무니 없는 거짓말로 2800명의 군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부시에게 상을 줄 것인지, 아니면 몰아낼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서두를 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또 실패"

무어는 "60퍼센트 가까운 국민이 부시 행정부를 불신하고 60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현재의 상황은 민주당에게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하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잔치를 열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끝까지 분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공화당은 지금 "마지막 한 표를 짜내기 위해서 개처럼 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화당은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심지어 그 좋아하는 폭스방송도 안 보고 부산히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가는 또 다시 실패를 맛보게 될 지 모른다고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재결집을 요구했다. 지난 2004년 대선 역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편이었지만, 결과는 공화당의 승리로 끝난 결과를 예로 들며 마음을 놓지 말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마이클 무어는 지난 대선에서 케리가 부시에게 패배하자 자신의 홈페이지를 잠정 폐쇄하는 것으로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닫힌 홈페이지에는 검은 바탕에 이라크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얼굴을 조합해서 만든 부시의 모자이크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번에도 무어는 유권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이라크 전쟁을 부시를 심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의회를 공화당으로부터 다시 되찾아오기 위해 힘쓸 시간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만일 전쟁을 일으킨 그 '국민의 대표들'에게 다시 권력을 안겨준다면 우리의 아들 딸들을 계속해서 그 죽음의 전장으로 실어나를 것입니다."

전화로 투표장에 나갈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무브온> 홈페이지.
전화로 투표장에 나갈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무브온> 홈페이지.
<무브온>의 새로운 캠페인 '전화파티'

한편 진보시민단체인 <무브온 MoveOn.org>은 '전화 파티(phone party)'라는 새로운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주소를 입력하면 자신이 사는 집 근처의 '파티 호스트' 가정의 주소와 모임 시간이 표시된다. 함께 모여 피자를 먹으며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무브온> 측은 이 파티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공화당의 지배를 끝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함께 모여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할 것입니다."

어느 민주당 지지자나 초조한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마이클 무어는 그 누구보다 마음이 급하다. 자신이 보낸 메일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메일을 읽지 말라"고 말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는 자신의 편지를 다음과 같이 '마이클 무어' 식으로 끝맺는다.

"지금 공화당은 부지런히 엉덩이를 움직이고 있는데, 여러분은 한가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제 엉터리 메일이나 읽고 있나요? 그만 읽으세요!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습니다…이제 컴퓨터를 끄세요. 그럼 저도 끄겠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요."

폭스TV의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자신의 책을 보내는 운동으로 공화당 지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폭스TV의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자신의 책을 보내는 운동으로 공화당 지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화당 지지 오라일리 "케리가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선거 막바지에서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권하고, 그 투표 용지에 누구를 찍으라고 당부하는 사람은 마이클 무어만이 아니다. 무어의 정 반대편에는 '공화당이 그 좋아하는 폭스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빌 오라일리(Bill O’Reilly)가 있고, 라디오를 통해 공화당 지지를 호소하는 대표적인 보수언론 러시 림보(Rush Limbaugh)가 있다.

국민의 안방에서 이라크 전쟁을 선두 지휘한 폭스방송의 오라일리는 자신의 '이라크 전쟁에 나간 군인에게 힘을 보태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후원' 방식은 자신이 쓴 <문화전사 Culture Warrier>를 이라크 군대에 보내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화당의 호재로 작용한 케리의 실언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케리가 군대를 의도적으로 모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1) 그렇다 2) 그렇지 않다.

공화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림보와 달리 오라일리는 자신이 "그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중립'과 '독립'을 주장하지만, 그가 공화당 당적을 가지고 있으며,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이라크 전쟁과 부시행정부를 적극 지원해 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케리 관련 설문조사 밑에 전쟁의 정당성을 항변하는 부시 대통령의 인터뷰 비디오를 올려 놓았다.

대표적인 우익인사 림보의 홈페이지. "지금 몇 시인줄 아세요? 빨리 투표장으로..."
대표적인 우익인사 림보의 홈페이지. "지금 몇 시인줄 아세요? 빨리 투표장으로..."
림보 "내일 뭐 하는 날이지요?"

대표적인 우익 인사인 림보는 텔레비전방송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화당에 표를 몰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전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12년 전 공화당에게 의회의 권력을 안겨주는 데 결정적 영향을 행사한 바 있다. 공화당은 그때 얻은 의회의 주도권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민주당의 약진을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긴장한 러시 림보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아예 성조기를 들고 나서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배너광고를 통해 다음과 같이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촉구했다.

"내일 뭐 하는 날이지요? 우리, 내일 새벽에 투표장에서 만납시다."

림보 역시 케리의 군대 관련 발언을 놓칠 리 없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케리의 사진을 올려놓고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케리, 농담이었을까 진담이었을까?"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크지 않다"고 말하며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힘을 잃지 말라는 격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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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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