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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전 의원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당도 잘못이지만 한번 분당했다고 전체 민주세력의 영원한 분열로 고착화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는 "현 단계 '통합'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관해서였다. 6일 한양대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는 이 점을 강조하고 또 역설했다. 밤잠도 못 잘 정도라고 했다.

그는 "'통합'이 정치적 야합이 아닌 시대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대답"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던지고 싶은 말"이라며 다음처럼 말했다.

"분당도 잘못이지만 한번 분당했다고 전체 민주세력의 영원한 분열로 고착화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통합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왜 신당 논의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발 '분당 책임' '탄핵 사과' 등 과거에 집착해 전체 민주세력 통합의 대의를 망쳐선 안 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추 전 의원은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이 "민주세력의 분열" "분당이 비극의 씨앗" 등으로 '창당 실패론'을 언급한 점에 대해 "분당을 사과하는 듯한 고해성사와 같았다"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해서도 "저라도 탄핵을 막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통합에 앞서 감정의 골을 메우고자 하는 노력이다.

"'도로민주당'? 노 대통령이 세력 확장시키면 되지 않나"

그가 말하는 통합론은 이른바 '용광로론'이다. 지난 달 그는 로펌 대표로 취임하면서 "지금 국민의 요구는 단순히 깨진 유리조각을 붙이라는 게 아니다"며 "펄펄 끓는 용광로 속에 자기를 버리고 뛰어 들어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역시 "분노나 원망·기득권, 이런 것들을 모두 용광로에 넣어 녹이자"고 말한다.

양당의 통합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혼동한 아집"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지역정당이 된 것은 분당이 초래한 결과"라는 얘기다.

분당 당시, 추 전 의원은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했다. 그러다가 민주당에 잔류하게 되었다. 그는 분당 세력에 대해 "소위 구주류를 대표하는 몇몇 인물의 문제를 호남 전체의 문제로 싸잡아서 봤다"며 "그 부분을 확대해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여 특정지역을 비하한 것은 상처 치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분당 방식은 지역주의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전기는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과정에 있었다. 친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일일당원으로 가입해 조직에서 열세였던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호남지역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다. 또 영남에서도 호남이 선출한 노무현 후보에 대해 30% 지지로 호응한 것 아니냐. 민주당을 기반으로 전국정당화의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

노 대통령이 '도로 민주당식' 양당 통합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호남 사람들을 못 믿는지 모르겠다"며 "노 대통령이 더 잘해서 한나라당에 가있는 사람들(영남개혁세력)을 이 쪽으로 견인시켜서 민주세력의 틀을 더 확장시키면 희석될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그는 최근 김대중-노무현 전·현직 대통령의 오찬 회동을 매우 의미있게 평가했다.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여당의 비극은 분당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듣고도 오찬을 함께 한 것은 지지층에게 중요한 시그널(신호)을 주고 어떤 신뢰를 주는 것이다. 교감이 있었을 거라는 믿음을 다들 가질 것으로 본다. 노 대통령은 그런 기대에 반하는 행동은 안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극=분당'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대해서까지 확장해 해석했다.

"정치인이 말을 할 때는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내 생각에는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분당 책임만 거론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남아있는 민주당이 호남지역 일부로 고립되어 한계를 보이는 것까지 포함해 전체 민주세력이 지리멸렬해진 상황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따라서 통합을 통해 이런 비극과 모순을 극복하라는 뜻으로 봐야 한다."

"일단은 양당 통합... 고건은 다음 단계"

추 전 의원의 입장에선 '양당 통합'이 우선이다. 그것이 지지층의 통합이고 "영호남 민주세력이 다시 모여 전국정당화의 기반을 복원하는 길"이라는 믿음이다. 고건 전 총리나 제3세력 "흡수"는 "다음 단계"라는 인식이다. 양당 통합으로 '중심 세력'을 만든 뒤, 신당의 정체성과 실천과제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의될 후순위 문제라는 것.

그는 "일단 통합을 통해 민주세력의 본류를 만들고 평화·개혁·민생경제의 과제별로 연대해 나갈 세력과 인물이 결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 신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국민은 신당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 이상을 바란다"며 "어느 누구도 대통합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맞추지 않고서는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엔 대통합에 함께 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내에서 통합 대상으로 전문경영인이나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사 등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정권만큼 능력있는 CEO, 시민단체 출신들이 많은 당은 없었다, 그런데도 실패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도로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있으니까 이들을 언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을 이끌고 나가는 지도력과 그 지도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심세력"이라는 것. 그는 통합세력의 정체성에 대해 '평화민주개혁세력'이라고 규정했다.

"평화민주개혁세력의 모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창당정신, 강령이 '평화민주개혁'이다. 그런데 그런 정체성이 분당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실패로 내세울 수 없게 됐다. 또한 그 실패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동반책임을 져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실망하고 이탈해서 제3자, 관전자가 됐다. 정말 어정쩡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민주세력의 실추된 자존심·자신감·명예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도 이대로는 안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렇다면 통합 과정에서 그가 자임한 역할은?

"어려운 질문이다. 통합 추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석수와 같은 지분의 확보 보다는 오히려 통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정당성과 상징성을 갖춘 리더십을 내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열린우리당이 140석의 의석을 갖고도 간판을 내리는 것은 분당의 책임과 국정실패로 인해 바로 이러한 정당성과 상징성을 상실했기 때문 아닌가. 나는 앞으로 이러한 정당성과 상징성을 계속해서 갖춰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추 전 의원은 민주당 당원이다. 하지만 당원으로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섭섭해 하는 대목이다. 지난 2년여 미국에 머물면서 정치적 유배생활을 자처하며 '분열없는 통합'이라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2번에 걸친 장관직 제의도 그런 점에서 고사했다. 그는 자신은 "해명하는 정치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 결과, 그는 현재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거리를 둔 '제3의 지대'에 놓여있다.

"분당 과정에서 권력을 따라나서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던 것은 '민주당의 이대로가 좋다'라는 게 아니었다. 열린우리당도 실패했지만 민주당도 결국 호남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치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망, 분노, 누구의 잘못을 탓할 게 아니라 통합으로 극복해야 한다. 대통합의 집을 짓는데 민주당도 하나의 큰 주춧돌을 놓도록 나의 역할을 찾아나갈 것이다."

끝으로 물었다. '열린우리당이 이대로의 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많지만, 양당 통합에 대해선 호남을 제외하고 반대 여론이 더 많은 현실. 그 간극에 대해 추 전 의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알고 있다. 호남을 제외한 25% 정도의 갭(부동층)이 있다. 그건 양당 통합이 현재의 당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민심은 완전히 서로 용해되라는 것이다. 진짜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대로 '깨지는' 진정성을 보고 싶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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