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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0년 된 느티나무. 가지가 옆 건물을 에워 쌀 정도로 자랐다.
ⓒ 김현수

560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두고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29-7번지에 위치한 두 그루의 느티나무. 이 나무는 수령이 약 560년으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문정동과 송파를 포함한 지역사회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에서도 보존가치를 인정. 1968년 보호수로 지정(서 24-3호, 서 24-4호)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두 그루의 나무 중 한 그루(서 24-3호) 바로 옆에 위치한 문정 1동사무소의 재건축이 결정됐다. 이에 주민들은 신축공사가 나무의 생육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현 동사무소의 이전과 이전 후 남는 부지에 주민을 위한 정자마당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송파구청과 서울시는 많은 비용을 이유로 이전이 아닌 현 동사무소자리에 신축을 하려는 입장이다.

느티나무. 아직은 괜찮다!?

현재 이 느티나무는 세 방향이 동사무소와 두 채의 주택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무의 가지 일부는 3층 동사무소 옥상에 걸쳐있는 상태다. 또 바로 옆에 로데오 거리가 있지만 동사무소에 가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이 나무를 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동사무소 신축 계획을 올 5월에 인지한 주민들은 '느티나무주변정자마당조성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8월 1일 서울시에 현 동 청사를 이전한 뒤 공원조성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9월 구청 관계자와 주민, 그리고 나무전문가가 입회한 자리에서 뿌리의 분포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동사무소와 느티나무의 경계부분을 파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송파구는 공식자료에서 ‘0.5cm굵기의 잔뿌리 3~4개 만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터파기 작업을 지켜본 정자마당조성 추진위원회 이학재 향토회장은 전화통화에서 “당시 1m정도 판 뒤 뿌리가 나와 손상이 우려돼 작업을 중지시켰다”며 “새로운 동청사가 지어질 지하2층 깊이까지 파들어 가면 많은 뿌리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느티나무는 1968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 김현수

당시 함께한 이상길 서울나무병원장은 “현재 나무의 생육 상태는 안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동사무소와 느티나무 뿌리 경계 부분에 석축이 쌓아져 있는데 신축 시 그 부분을 더욱 넓히는 보강작업만 하면 생육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현재 3층에 걸쳐있는 가지부분은 건물 설계 시 그 범위를 감안해서 바깥에 짓고, 가지치기를 조금 해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홍식 느티나무주변정자마당조성 추진위원회 간사는 “느티나무는 최적의 상태로 잘 관리되고 보존된다면 그 생명력이 얼마를 이어갈지 모른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동사무소가 그곳을 가리고 성장을 저해한다면 그 생명은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송파구는 작년 5월 현 문정 1동사무소 자리를 일반인에게 매각하고 다른 부지로 이전하려 했다. 이에 주민들은 동사무소가 만약 일반인에게 매각될 경우 560년 된 느티나무의 생육을 저해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 매각중지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당초 예정 장소였던 철도부지로의 이전이 서울시의 불허로 무산되자 송파구는 현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의 동사무소를 신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느티나무(왼쪽)와 동사무소(오른쪽)의 경계. 옆에 계단모양의 석축이 보인다.
ⓒ 김현수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송파구청 자치행정과는 지난 10월 11일 신 동청사 건립 주민 설명회를 열고 ‘높은 지가에 따른 대체부지확보의 어려움’, ‘폐철도부지 맞교환 불가’, ‘노후 청사로 주민문화욕구 충족 미흡’등의 이유로 현 청사 재건축방침을 재확인 했다.

이에 대해 정자마당조성 추진위원회 이학재 향토회장은 “신 청사 건립예산은 52억인데, 그 중 서울시 교부금이 26억”이라며 “이 금액이면 다른 지역에 충분히 새 청사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송파구는 동사무소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매각하려고 했었고 느티나무의 생육은 그들에게 부차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동명 서울시 푸른도시국 정자마당 조성 사업팀장은 “현재 문정1동사무소 이전을 위한 부지는 전혀 없으며, 사실 다른 지역보다 이곳 느티나무의 상태가 좋은편”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 건물까지 매입하기 위해 약 500억 원이 예상되는 비용을 현재로서는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박인섭 송파구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느티나무 보호를 위한 정자마당 조성사업과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청사 신축 모두 중요한 일"이라며 "하지만 현재 매입 가능한 땅이 없어 사실상 이전은 힘들지 않겠으냐"고 말했다.

유관단체장들이 힘을 모아야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지정보호수를 잘 관리해나가기 위해서 1999년부터 지정보호수 주변에 정자마당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18곳이 정자마당으로 탈바꿈 했고 현재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동은 토지보상절차가 끝났다.

푸른도시국이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 중 대표적인 사례가 면목동 정자마당이다. 면목1동 느티나무는 예전에는 마을의 상징이기도 했으나 점차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차단돼 나무의 생육마저 위태로웠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느티나무 주변 주택 2채를 매입해 허물고 192평 규모로 정자마당을 조성해 지난해 4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 동사무소 건물. 느티나무 가지가 3층 건물 옥상까지 뻗쳤다.
ⓒ 김현수

문홍식 느티나무주변정자마당조성 추진위원회 간사는 “아끼고 보존되어야 할 보호수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송파구가 그에 반하는 정책을 이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자마당을 조성해 지정보호수의 생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파구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타협안을 내놓은 상태다. 신축하는 동사무소의 위치를 수정해 당초계획보다 5m를 이동해 로데오 거리에서 느티나무를 일부 바라 볼 수 있게 하고 또 가지보호를 위해 지상 3~5층 까지는 기존 건물 벽에서 1.7m떨어진 곳에 신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주민들은 이번 일과 관련,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느티나무 보호라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동의하고 있다.

주민 김상옥(59)씨는 “느티나무는 마을을 수백 년 간 지켜온 보배인데, 정자마당이 조성되어 보호수도 살리고 지역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쉼터도 됐으면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유관단체장들이 함께 뜻을 모아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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