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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세상을 담을 너의 손
ⓒ 김은숙
사랑하는 우리 아가.

요즘 집이 엄마와 아빠는 아예 집을 살 엄두도 못낼 만큼 아주 비싸다고 하는구나. 점점 더 비싸질 거 같고.

엄마 아빠도 우리 아기를 좋은 집에서 키우고 싶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적어.

엄마와 아빠는 부자가 아니란다. 방 두 개 전세에 살고 있지. 그나마 지하가 아닌 1.5층에 빛이 드는 창을 하나 갖고 있는 것에 행복해 하는 가난한 부모란다.

하루의 햇살을 받아서 네 얼굴을 밝게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낮에도 불을 켜는 곳이 아니어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엄마와 아빠는 통장은 아주 가볍지만 대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갖고 있는 재산가란다. 어쩌면 엄마와 아빠는 우리 아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뒷받침해 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배우고 싶은 무엇이 있는데 그것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경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포기를 시켜야 할지도 모르니까.

물론 할 수 있다면 배우게 할 거야. 그렇지만 엄마 아빠 맘과 달리 도저히 안 될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뒷받침을 못해준다고 해서 너의 꿈을 막지는 않을 거야. 그건 믿어도 좋아.

네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사 줄 수 없을지도 몰라. 돈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마음 아파 필요 없다는 말로 포기하게 만들지도 몰라. 그래도 이해해 주겠니?

외국에서 뭔가 배우고 싶은데 못 보내줄지도 몰라. 가고 싶은 마음을 접을 수 없을 만큼 강할 때 어쩌면 너 스스로 돈을 벌어서 가야 할지도 모르지. 그럴 때 너의 날개를 꺾지는 않을 거야.

▲ 세상을 디딜 너의 발
ⓒ 김은숙
네가 자라서 돈이 많지 않는 엄마 아빠를 부모로 뒀다고 원망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지 않길 바란다. 우리 아기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면 엄마 아빠가 잘못 키운 거겠지.

엄마 아빠는 네가 우리 딸이어서 아주 행복하단다. 지금까지도 행복했지만 네가 우리에게 옴으로써 더욱 행복해졌어. 너의 옹알이에 대답하는 것이 즐겁고, 너의 배냇짓 웃음을 보는 것이 즐겁단다.

너도 우리가 너의 부모임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행복이 돈에 있지 않음을, 큰집에 있지 않음을, 멋진 옷이나 신발, 멋진 차에 있지 않음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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