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노사관계야합법은 북의 핵무기보다 훨씬 반인륜적이고 무서운 무기다.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직권중재 개악법이 대체근로 허용이라는 괴물로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의 11월 총파업투쟁은 세상을 바꾸고 노동자의 역사를 바꾸는 투쟁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노사관계선진화방안(로드맵)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8일 오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모인 700여 명의 조합원을 향해 이렇게 부르짖었다.
결의대회는 정부가 입법 예고한 노사관계로드맵 저지에 모아졌다. 그래서인지 이례적으로 87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삭발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관련법 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를 통과하면 20여 년 피눈물로 쟁취한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고 민주노조는 '식물노조'가 되어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가질 수 없는 노동의 암흑시대가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안 대로 필수공익사업장에 대체근로가 허용되고 필수업무유지제도가 도입되면 ▲파업이 무력화되고 ▲불성실교섭과 장기파업 유도 ▲단체협약 개악 및 비정규직 확대 ▲일방적인 구조조정 등의 해악이 판을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봉쇄되고 단체교섭권 또한 위력을 잃게 된다는 것.
이날 삭발시위에 나선 홍명옥 위원장 등 87명의 현장 간부들은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에서 강행 통과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결사 투쟁'을 외쳤다. 노동자의 심장인 노동기본권을 국회의원들의 손에 내맡겨둘 수 없다고도 했다.
국회는 정부가 마련한 노사관계로드맵을 오는 23일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하여 29일 법안 심의를 거친 뒤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총력투쟁 결의문을 통해 "9·11 야합의 결과물인 노사관계로드맵을 폐기하고 보건의료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결사항전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15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에 총력을 집중하면서 80만 노동자들과 함께 하반기 투쟁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그 당당함으로 노동자의 아름다운 투쟁에 늘 함께 하겠다"며 "민주노동당은 온 몸을 던져서라도 노동자의 기본권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결의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노사관계로드맵 저지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한국노총 소속 연세대의료원노조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9월 11일 열린 노사정 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노사관계로드맵에 합의한 바 있다.
강창모 연세대의료원노조 사무국장은 "대체근로가 전면 허용되고 필수업무유지제도가 도입되면 병원노동자의 기본권이 철저하게 제한되고 생존권마저 위협 당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소속 보건의료노조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