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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세린이는 6살, 동생인 태민이는 3살. 태민이는 뭐든지 누나를 따라한다. 누나 뒤를 졸졸졸졸 따라다니며 누나가 하는 그대로 따라한다.
누나가 그림 그리면 자기도 그림 그리고, 종이접기 하면 자기도 종이접기 하고, 누나가 밥 먹다 물 마시면 자기도 물 달라고 한다. 누나가 밥숟가락 놓으면 다 먹었든 안 먹었든 자기도 밥숟가락 놓고 누나를 따라 간다.
누나가 배꼽 손 하고 인사하면 자기도 배꼽 손 하고 인사하고, 누나가 장난으로 고개만 까딱하면 자기도 까딱한다. 누나가 빨간 옷 입으면 자기도 빨간 옷 입어야 하고, 심지어 누나가 머리핀을 차면 자기도 머리핀 찬다고 박박 우기고, 어떤 날은 잠옷을 누나 것 입는다며 하도 우겨서 치마잠옷 입혀서 재운 적도 있다.
이런 동생을 세린이는 "아빠, 태민이는 따라쟁이야, 따라쟁이" 한다. 이런 두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하지만 마냥 예쁜 것은 아니다. 다투는 경우도 많기 때문. 특히 먹을 것 가지고 많이 싸운다. 반찬도 꼭 누나가 먹는 것을 먹는다고 하니, 그 반찬 가지고 때아닌 쟁탈전을 한다. 둘 다 자기 거라며 자기 앞으로 놔달라면서 싸운다. 결국 똑같은 반찬 두 접시로 나누어주니 설거지 양이 두 배로 늘어나기 일쑤다.
더 웃긴 건 과일을 똑같이 나누어주면 뭐든지 그 자리서 끝장을 보는 녀석은 우격 우격 부지런히 먹어대고, 아껴 먹는 습관이 있는 세린이는 하나 먹고 그림 그리고, 하나 먹고 종이접기 하고 하다 보니 나중에 보면 과일 접시에 담긴 과일의 양이 차이가 난다.
그럼 자기 먹은 것 생각은 안 하고 누나만 많이 줬다며 울어 퍼 댄다. '어휴 진짜~ 자기 먹은 것은 생각 안하고' 볼록 나온 배를 손으로 만지게 하면서 "봐봐. 태민이 뱃속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배가 볼록 나왔잖아. 그치?" 하고 달래면서 설명을 해 주지만, 무조건 자기는 조금 주고 누나만 많이 줬단다.
할 수 있나, 세린이한테 동생이니 누나가 좀 양보하라며 과일 좀 나누어준다. 그럼 녀석은 좋다고 웃으면서 또 마 마구 먹는다. 더 줄까 하고 물으면 이제 배불러서 싫단다. 그래서 가끔씩 양보에 대한 칭찬과 함께 동생 몰래 맛있는 것 사 줄 때도 있다.
녀석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말이면 주말만 먹기로 한 약속대로 과자를 사 주는데, 나름대로 생각해서 사다 주면 누나하고 똑같은 것 안 사왔다고 심통을 부린다. 나 참, 사주고도 욕먹는다. 이번에도 역시 세린이를 설득해 과자 바꿔주면, 어라 요 녀석 보게 그 때 가서는 자기 것 먹는다며 홀랑 자기 것 먹는다. 무슨 심보인 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일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똑같은 것 안 사왔다고 둘째 녀석한테 원망 듣고, 나중에는 매일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한다며 세린이한테도 원망 듣는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뭐든 똑같은 것으로 2개를 산다. 그래서 요즘 별로 안 싸운다.
이렇게 하도 따라하다 보니 사진 보면 그 녀석이 그 녀석이다. 매일 누나 따라하니 사진 찍은 것 보면 표정이며 행동이며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