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저씨, 한 번만 용서 해 주세요.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게요. 제발 학교나 부모님께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 부탁입니다, 아저씨."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등굣길에 건물에 들어가 흡연을 자주하고 있는 곳을 들렀습니다. 회사 출근길에 한 번씩 들리는 곳에서 흡연을 하다가 마주친 학생의 말입니다.

청소년 보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10여 년 째 해오면서부터 청소년들의 흡연이나 음주에 대해 많은 관심과 우려를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침 출근하기 전 늘 들르는 곳이 바로 그 건물입니다.

엊그제 금요일(10일)에도 출근길에 오늘은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터미널 건너편 건물 2층으로 올라 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몇몇의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나이가 50이 넘은 어른이 지나가는 데도 담배를 문 채로 그대로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4명이 흡연을 하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3명은 담뱃불을 껐는데, 나머지 한 명은 그대로 버젓히 피우길래 나무랐습니다. 학생은 처음엔 '당신이 뭔데?'라는 표정을 짓다가 내가 청소년단체 자원봉사자 신분증을 보여 주었더니 금방 저자세로 나왔습니다.

역시 아직 나이 어리고 순진한 학생들입니다. 큰소리로 나무라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부모님이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하면 대부분 고분고분 참 말을 잘 듣습니다. 등교시간이라 훈계 몇 마디하고 학교에 빨리 가라고 하면 아주 공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금연을 약속했던 학생이 또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재직중인 회사 주변에 초·중·고등학교가 있어 많은 학생들과 함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 일찍 등굣길에 학교로 바로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더러는 주변의 터미널 화장실이나 일부 대형 건물 계단이나 복도에서 흡연을 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자주 모여 담배를 흡연을 하고 있는 건물에서 건물 관리와 청소를 하시는 70이 훨씬 넘으신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십 명씩 떼거지로 몰려 와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심지어 화장실이 바로 근처에 있는데도 아무 곳에나 소변을 보고..."

학생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게 하루에 백 개피가 넘는다고 하시면서 제발 소변이나 화장실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서 발간하는 자료에 의하면 일반 성인들의 흡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해 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저학년의 흡연율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직장 생활 틈틈이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자원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위원회'나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연찬회나 세미나에 여러 번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청소년에 관한 교육과 연수를 받으면서 과거와 달리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에서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 나라 청소년들의 음주·흡연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학교나 가정 사회가 모두 나서야합니다. 주류나 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들의 얄팍한 상술도 있어선 안됩니다.

청소년들의 음주나 흡연이 이제는 비행 청소년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평범하고 집에서나 학교에서 착실하게 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우리네 아들, 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음주·흡연입니다. 결코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어린 아이들이 동네 골목길에서 흡연 하는 걸 목격하고 자원 봉사 사무실로 데려 와 주의를 주면서 부모님들의 신상을 물어 보았을 때 결손 가정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보름 전쯤에도 같은 자원 봉사단체 여성 회원에게 학교 단상에서 여학생들이 술을 먹고 답배를 피우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봤더니 여고 1학년 학생 6명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일단 근처 파주경찰서 문산지구대 경찰관들에게 학생들을 인계해 귀가 조치를 시켰습니다. 그 중 3명은 이미 학교를 중퇴했거나 학업을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청소년 위원회 자료집에 따르면 충남 모중학교에서 흡연에 대한 무기명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흡연을 자주 하는 학생들은 생활면에서 유사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습니다.

이 설문 조사에 따르면 흡연학생의 88%가 음주 경험, 73%정도가 가출유혹을, 실제 가출한 경험이 24%정도가 있었습니다. 또 학교생활 면에서는 "학교가 재미없다"라고 응답한 학생이 88%로 나타났고, 흡연하는 학생 79%가 장래 꿈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나이 어린 청소년기의 흡연은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흡연과 음주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미진 골목길이나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 같은 곳에서 아무 의미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부모님들은 알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청소년선도 자원봉사는 어린 학생들의 음주, 흡연을 계속 계도(선도)를 해 나갈것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반 소시민들의 살아가는 애환과 이웃들의 이야기및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