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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산행의 멋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눈이 부시게 시린 가을 하늘의 구분이 없습니다.
섬 산행의 멋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눈이 부시게 시린 가을 하늘의 구분이 없습니다. ⓒ 서종규
올해 봄에 인기가 많았던 KBS 드라마 <봄의 왈츠> 마지막 장면이었지요. 하트 모양을 한 해수욕장의 장면 말이죠. 바로 전남 신안군 비금도의 '하누넘해수욕장'입니다. '올해 여름엔 사랑이 꼭 이루어진다'는 이 하트 모양의 해수욕장을 전국의 많은 연인들이 찾았답니다.

바로 그 '하트 해변'이 있는 비금도 선왕산에서 제2회 전국 도서(섬) 등산대회가 열렸습니다. 827개의 도서로 이루어져 다도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전남 신안군에서 개최한 이 대회는 자연과 산을 사랑하는 전국 등산동호인 1000여명이 참석하였습니다.

금년 여름엔 사랑이 꼭 이루어진다는 이 하트 모양의 해수욕장(하누넘해수욕장)을 전국의 많은 연인들이 찾았답니다.
금년 여름엔 사랑이 꼭 이루어진다는 이 하트 모양의 해수욕장(하누넘해수욕장)을 전국의 많은 연인들이 찾았답니다. ⓒ 서종규
섬 산행의 멋은 확 트인 세상입니다. 산 능선에 올라보면 사방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눈이 부시게 시린 가을 하늘의 구분이 없습니다. 마음은 산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바닷가가 보이고, 멀리 펼쳐진 수평선 너머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섬엔 그렇게 높은 산은 많지 않지만 배처럼 바다 가운데 떠 있는 기분에 사방으로 확 트인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멋에 섬 산행에 나섭니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의 넉넉함을 마음껏 느끼며 도서만의 비경과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42명도 전국 도서 등산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난 11일(토) 새벽 5시 30분에 광주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오전 7시 10분에 목포항에서 비금도행 쾌속선에 올랐습니다. 대회 주최 측인 신안군에서 쾌속선 3대를 계약한 것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에서 솟아오르자 날아다니던 갈매기들도 일 순간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에서 솟아오르자 날아다니던 갈매기들도 일 순간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 서종규
목포항에 떠오르는 일출을 맞은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배에 오르려는 순간에 떠오른 태양은 빛이 났습니다. 바다가 장엄한 세상을 열고 있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에서 솟아오르자 날아다니던 갈매기들도 일순간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 7시 50분에 배가 비금도를 향하여 출항하였습니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는 아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지만, 해안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섬의 형태가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는 새를 닮았다 하여 비금도(飛禽島)라 부릅니다.

바닷가에는 반듯한 염전들이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반듯한 염전들이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 서종규
비금도 동쪽 해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천일염을 만들기 시작한 염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천일염의 주산지입니다. 바닷가에는 반듯한 염전들이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비금도는 아직도 질 좋은 천일염이 생산되는 섬이지요.

그리고 전국의 유명한 백화점에서도 인기가 높은 비금시금치의 주산지입니다. 바닷바람을 쐬며 자란 비금시금치는 맛과 영양가에서 전국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 선왕산 아래에 펼쳐진 푸른 들판엔 모두 비금시금치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오전 9시에 비금도 수대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선왕선 등산로 입구까지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많은 차들이 등산객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아마 섬에 있는 모든 차는 다 동원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통학차량부터 교회 승합차, 심지어는 짐차까지 동원되어 1000여명이 넘는 등산객들을 실어 날랐던 것입니다.

섬 인구 총 4500명 정도랍니다. 그런데 등산객 1000여명이 찾아왔으니 비금도에 가장 큰 행사가 된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비금도 선왕산에서 제2회 전국 도서(섬) 등산대회가 열렸습니다.
비금도 선왕산에서 제2회 전국 도서(섬) 등산대회가 열렸습니다. ⓒ 서종규
오전 9시 30분에 개회식을 거행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재선거에서 당선되어서 언론에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우량 신안군수는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우리 신안군 비금도에서 1000여명의 등산객들을 모시고 전국 도서 섬 등산대회를 개최하여 기쁘다"고 말하였습니다.

비금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형상으로, 그림산에서 선왕산으로 그 능선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약 5km의 능선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수평선은 분명 선경임을 그대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약 5km의 능선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약 5km의 능선 ⓒ 서종규
오전 10시 정각에 등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림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팔랐습니다. 초목이 어우러진 길을 넘어서자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그림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 인하여 지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계단까지 놓은 바위를 오를 때에는 더욱 지체되었습니다. 바위 틈새에 자란 소나무들이 아직도 푸른빛을 더하고 있어서 가을의 느낌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붉게 익은 산열매와 노란 산국이 가을임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그림산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그림산 ⓒ 서종규
지난밤 일기예보대로 한다면 눈이나 비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하늘은 너무 맑았습니다. 푸른 바다 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로 떠가는 한 점 구름도 더욱 하얗게 보였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 사이로 간간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까지 섬 산행의 멋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림산 정상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산 능선에 부는 바람의 세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죽치우실'이란 죽치 마을에 바람이 넘어와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울타리란 뜻입니다.
'죽치우실'이란 죽치 마을에 바람이 넘어와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울타리란 뜻입니다. ⓒ 서종규
그림산 정상에서 1km 정도 내려갔을 때 능선에 쌓인 담을 보았습니다. 바로 '죽치우실'입니다. '우실'이란 말은 '마을의 울타리'란 말입니다. 죽치 마을에 바람이 넘어와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울타리란 뜻입니다.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작물을 보호하며, 풍수적으로 마을의 약한 부분을 보호해 주고, 마을의 안과 밖을 경계 지어주는 구실을 하기 위하여 쌓은 돌담이 바로 '우실'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죽치 마을 뒤편 능선에 20∼30m의 우실이 두 개나 쌓여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과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걷는 산행의 맛은 너무 시원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과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걷는 산행의 맛은 너무 시원했습니다. ⓒ 서종규
우실을 지나 다시 선왕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보통이면 2시간 정도 걸릴 거리였는데, 많은 등산객들로 인하여 많이 지체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불어오는 바람과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걷는 산행의 맛은 너무 시원했습니다.

오후 1시에 '하누넘해수욕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해수욕장이 바로 보는 각도에 따라 하트 모양으로 보이는 해수욕장입니다. 이곳에서 무료로 제공된 막걸리 한 사발로 갈증을 풀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 향토음식점의 푸짐한 인심, 농산물 특산물 판매까지 넉넉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시상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단체에 주는 으뜸상을 비롯하여 화목상, 꿈나무상, 다복상, 보람상. 산사랑상, 건강상 등을 수여했습니다. 그리고 완주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념 매달과 갯벌의 논에서 수확한 500g의 쌀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전국 도서등반대회에 참가하여 시금치 캐기 행사까지 참여하여 인심 좋은 섬사람들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전국 도서등반대회에 참가하여 시금치 캐기 행사까지 참여하여 인심 좋은 섬사람들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 서종규
오후 2시에 비금시금치 캐기 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주최 측은 농가에 미리 사 놓은 1000여평의 시금치밭으로 등산객들을 안내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당 1박스씩 시금치를 캐 가도록 한 것입니다.

시금치를 캐는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였습니다. 전국 도서등반대회에 참가하여 등산도 하고, 시금치 캐기 행사에 참여하여 인심 좋은 섬사람들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 열심히 캔 시금치 1박스씩 짊어진 채, 모두 뭍으로 떠나는 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쾌속선은 바람이 불어 굽이져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빠르게 가로지르며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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