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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위기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교사와 학교의 책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사의 책무성 약화와 학교 기능의 상실을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교사와 학교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공교육 위기를 논할 때 교사의 자기반성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시대의 발전에 뒤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라고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 기사를 쓰는 나도 공교육 위기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한다.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기에는 학교교육의 실상이 너무 참담하다. 이젠 옛말이 되었지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실은 많이 현대화되었기 때문에 ‘19세기 교육행정으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고 말을 한다. 교육행정에서는 1차 교육과정(1955~1962)이 시작되었던 이래로 별다른 변화와 발전을 엿볼 수가 없다. 교육행정의 관료주의와 책상머리 행정도 문제가 많지만 역시 문제는 교사다. 교사도 여전히 20세기의 교사로 머물러 있다. 물론 많은 교사들이 변화의 기류를 인지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학교체제의 경직성과 입시의 압박감 때문에 획기적인 변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사와 교육체제의 보수성이 교사의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2월에 정년퇴임하는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는 옥조근정훈장 포상을 거부하면서 학교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요사이 교육 현실을 보면서 훈장이나 포상을 과연 받을 수 있는가 고민했다. 입시교육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서 무거운 짐을 후배 교사들에게 남기면서 훈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무너져 가는 교육을 살리기 위해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구속·수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장 아쉬운 것은 입시 위주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 배워야 할 것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다. 사람 만들기 교육을 지향하면서도 시험 문제를 외우게 하고 참고서 문제 풀이에 매달려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아끼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던 게 마음 아프다. 학교가 사회적인 존재를 키워내야 하는데 출세를 위한 교육에만 매달려 개인적인 존재만 키워내다 보니 학교가 삭막해진 것 같다. 교사들 노력만으로 학교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교육부와 학부모, 교원 단체 등이 마음을 모아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교사와 교육체제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교육부와 학부모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두 명의 교사의 변화가 교육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사회와 학교체제, 교육부 모두가 합심하여 교사의 변화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공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육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교사의 변화도 요원할 뿐이다.
우선 교사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변화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변화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교육과 학생을 위해 얼마정도는 감내해야 할 의무가 교사에게 있다. 교사는 변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교육과 학교의 변화만을 요구는 교사의 요구나 교원단체의 주장은 들판의 메아리만큼이나 허망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에게는 시대를 앞서가는 교육을 할 자세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사교육에 공교육이 밀리는 교육체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교사의 전향적인 태도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의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역시 뒤따라야 한다. 교육을 맨몸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지 간에 아이들이 멀티미디어와 같은 전자매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교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의 전문성 제고는 교사의 존재 이유
이런 시대를 예상하고 다양한 교육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학교와 교사는 개발했어야 했다. 솔직히 이러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21세기의 학생들은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부족과 교사의 멀티미디어 교수방법에 대한 준비소홀로 인터넷 게임이나 오락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전문성 제고는 교사의 존재이유다. 교사가 자기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끊임없이 제고하지 않으면 교사는 20세기의 교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자기 발전은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물론 학교와 교육조직 전반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은 새로운 교수방법이나 교육내용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교사로서의 인품을 갖기 위해 내·외적으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의 교육활동은 공교육 불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교사의 인성과 보편적인 사회규범에 따른 소양은 교육의 기본이다. 이와 같은 소양이 부족한 교사가 제재와 소양교육을 통해 올바른 교사가 되도록 하는 것은 교육부의 책무다. 이러한 책무를 게을리 한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 교육체제의 재교육과 연수의 기회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의무소홀도 교사의 전문성 제고의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사의 비이성적인 폭력성(체벌)이나 성폭력, 성적조작, 각종 부조리한 사례들은 교사 개인의 책임이면서 교육체제 전체의 책임이다.
교사에게는 교과의 전문성 제고뿐만 아니라 학생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자질이 필수적이다. 교원임용과정에서 이러한 자질을 검증하거나 평가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체제 안에서 끊임없이 교육과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의 인성과 자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부의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에 대한 자질이 부족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을 시킬 수는 없다.
학부모나 사회의 교사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거의 대부분은 일부 교사의 인성의 부재와 부적절한 교육자로서의 자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처벌과 지시만 있을 뿐 교육이나 연수는 거의 없다. 개인의 인성이나 자질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교육체제와 교육조직이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의 인성과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활성화를 위하여 교사의 ‘도덕재무장(MRA, Moral Rearmament)'과 같은 운동이 필요하다. 이념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부적격 교사 퇴출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처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 자체의 정화운동이나 순화교육이 더 중요하다.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인성교육과 생활교육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교사의 인성과 자질을 먼저 향상시켜야 한다. 인성이 부족하거나 자질의 결함이 있는 교사는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입시교육도 중요하지만 공교육은 인성교육과 생활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입시교육에 치중하다보면 인성교육도 전인교육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이는 공교육 붕괴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교사의 수업붕괴도 사실은 교사의 전문적 권위의 상실과 학생의 교과와 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교교육의 본질적 기능의 약화가 인성교육 실패와 공동체 의식 교육의 불신을 부채질하면서 공교육의 역할을 축소한 측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교육주체간의 파트너십에 균열이 생기면서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간의 신뢰와 연대의 고리가 약해져 학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의 책임도 있지만 학교의 책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공교육 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는 학교가 학교체제의 질적인 변화를 도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교가 학교의 기능과 학교교육의 역할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학교의 변화가 없이는 교사의 변화나 교육의 변화도 요원한 이야기다. 학부모와 학교, 학교와 지역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교육체제가 만들어져야 학교교육을 살릴 수 있다.
학교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화 시급
이와 같은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무엇보다도 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교의 운영이 더 민주화되어야 하고, 학교장의 도덕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학교라는 교육조직은 도덕과 양심이라는 기본적인 토양이 만들어져야 강력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토양이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라는 조직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하더라도 법적·제도적 민주화 체제는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민주화에 걸 맞는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의 실행과정에서의 민주화가 아직은 낮은 수준에 있다.
바로 학교운영과 의사결정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 행정가의 의식수준이나 민주적인 실행역량이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도 그렇고 교육위원 선거도 그렇고 학벌과 지역에 의한 투표행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위학교의 교육행정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운영의 투명화와 민주화는 학교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교교육의 신뢰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학교운영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이 공교육 위기의 단초가 되고 있다.
학교운영과 교육활동에 학부모와 지역사회 , 학교조직 구성원들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때 학부모와 지역사회 그리고 학교가 학교교육의 공동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학교장의 리더십과 민주적 역량이 중요하다.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학교행정가는 유기적이고 생산적인 조직을 이끌어갈 수가 없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일차적인 책임은 바로 학교장에게 있다.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을 신자유주의의 시장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의도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교장의 권한 강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염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과 같은 승진을 위한 근무평가제도는 그대로 두고 또 하나의 교원평가를 만드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교장 권한의 확대를 통한 교사의 통제가 목적이다. 결국 교원평가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립 서비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교원평가제도의 도입이 필요하고, 다양한 교장선출제도나 임용제도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승진에 의한 교장 자격제는 교육의 효과성과 학교의 자율성을 이끌어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교의 교육이념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장 임용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교운영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과 개선이 우선되어야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교사는 교과의 전문성을 제고하면서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이 가능한 자질을 갖추고 미래 지향적이고 헌신적인 수업방법을 간직한 새로운 교사상을 확립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교직이수과정부터 현직교사의 연수나 재교육까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도 학교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학생들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생활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사회, 학교구성원들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학교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교장의 리더십과 민주주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다양한 임용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교사와 학교가 자기성찰을 통해 새로운 교사상과 학교상을 구축해야 한다. 자기반성이 결여된 교사와 학교의 변명은 공교육 위기의 타결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겸허하고 치열한 의욕이 교사와 교육행정가에게 필요하다. 학교도 현재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학교의 재구조화(school restructuring)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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