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노민규 기자
[권미선 기자] 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한 남자가 있다. 아침마다 TV를 켜면 이 남자는 "아내가 화가 나 있다면 원인은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다 주기 때문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가 아니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랑해', '고마워' 같은 간단한 말로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며 여성을 다독이고 남성을 가르친다.

그는 바로 부부문제 전문가 김병후 박사. 그는 지난해 (사)행복가정재단을 만들어 부부 갈등 해소와 건강한 가정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활동 이력을 살펴보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호주제폐지 홍보대사, 가정법률상담소 홍보대사, 딸 사랑 아버지모임 공동대표, 행복가정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여성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왜 이렇게 여자들을 위해 열심히 뛰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여성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부관계 위기 땐 전문가와 상담받는 시스템 구축 시급

ⓒ 중앙M&B
"1993년부터 지금까지 KBS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또 진료실에서 여성들을 마주할 때마다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집도 가세가 기울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당장 여동생에게 학교를 그만두라고 말했지요.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입니다. 남성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여성이 그 속에서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가를 피부로 느끼며 해결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는 특히 부부문제에 관심이 많다. 좋은 부부 관계가 얼마나 국가적으로 건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가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인간의 평온의 기초가 바로 가정입니다. 특히 부부 관계는 비단 부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혼율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어요. 부부 갈등은 여성 우울증, 청소년 문제, 정서적 안정을 저해하면서 생산성 저하를 일으킵니다. 결국 국가적 손실로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그는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 부부 교육을 받아야 할뿐더러 부부 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을 때 '가정사려니' 하고 꽁꽁 싸매지 말고 언제든지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정 밖 떠도는 아버지들 위해 '아버지 지침서'도 내놔

ⓒ 리더스북
그는 행복가정재단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가르치고,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를 상담한다. 기업, 학계, 언론과 연계해 조금씩 행복한 가정 만들기의 비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정신과를 찾는 주된 이유가 개인적 질환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상에서 가깝게 지내는 부부 관계가 어그러질 때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엄청나거든요. 전문가든 친한 친구든 타인에게 상담을 받을 때 부부의 관계는 70% 이상 좋아진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상담을 하러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성의 대변자로 목소리를 높였던 그가 요즘은 슬슬 남성을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아버지를 위한 변명>(리더스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여성의 위상이 높아져서 이젠 남성을 옹호하는 편으로 돌아섰느냐고 물었더니, 속으로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들이 왜 지금까지 가족을 아프게 하였는지를 설명하고 앞으로는 툴툴 털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하자는 뜻에서 <아버지를 위한 지침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책을 통해 육아에 서툰 아버지가 어떻게 가정에서 멋지게 자기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중년의 아버지는 사춘기 자녀들과 어떤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지, 노년의 아버지는 어떤 심리 상태인지,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체험적으로 설명했다.

김병후 이사장은?

·연세대 의대 졸업. 정신과 전문의.
·현 '부부클리닉 후' 대표, '김병후 신경정신과' 원장.
·(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 딸 사랑 아버지 모임 공동대표, 가정법률상담소 홍보대사, 코카콜라 청소년 재단 이사, 한국웨딩플래너협회 고문.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경희의대, 이화여대 외래교수.
·KBS1TV <아침마당> EBS TV <60분 부모>에 고정패널로 출연.
"이제라도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젊은 아버지들이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퇴근시간을 지켜주고 주말을 보장해줘야죠. 직장과 사회는 아버지들이 가정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할 말 다하고 예전 같지 않은(?) 여성들에게 그는 몇 마디 조언을 덧붙인다.

"남성과 싸우지 마세요. 여성이 남성을 비꼬고 부당하다고 말하며 멍청이로 만드는 것은 서로 불행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서로 간에 사랑이 따뜻하게 오갈 때 비로소 나의 행복이 만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부가 행복해지는 '1234 실천운동'

행복가정재단은 부부들에게 '1234 실천운동'을 홍보하고 있다. 김병후 이사장은 "간단한 마음의 표현이지만 구체적인 행동 방식으로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부부관계에도 적용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실천운동은 ▲하루에 1번은 배우자에게 애정 표현을 한다 ▲일주일에 2번은 배우자에게 감사나 칭찬의 말을 한다 ▲한 달에 3번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4주에 한 번은 각자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1234 실천운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해보면 행복이 선물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이쯤이야'하고 쉽게 생각하지만 막상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정작 서먹서먹해 애를 먹는 부부도 적지 않다.

"이 실천운동의 주요 내용은 부부간에 친밀한 대화를 많이 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갈등의 높은 벽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부부나 가족이 너무 행복해지려는 강박증, 모든 것을 함께 하려는 것은 위험합니다. 주말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부 각자만의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건강한 가정을 위해 필요합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