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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지난 2005년 12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미국에서 시작된 '이라크 철군론'에 국회가 움직이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미국이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이툰부대도 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

14일 임종인·고진화 등 이라크파병에 반대해 온 여야 의원 8명은 따로 모임을 열고 '자이툰부대 철군결의안'을 제출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도 정부의 철군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국회가 국군의 이라크파병을 반대하거나 철군을 요구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전후해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결의안만 해도 벌써 5번. 하지만 "침략전쟁에 동참하지 말자"는 목소리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소신에 따라 매번 흩어져버렸다.

16·17대 국회 '이라크결의안' 5개... 번번이 무산

이라크 관련 결의안 및 동의안 처리 일정

날짜

내용

발의자

비고

2003년 2월

미행정부이라크전쟁반대결의안

송영길 외 33인

폐기

2003년 2월

미국이라크전쟁반대결의안

김원웅 외 10인

폐기

2003년 4월

서희,제마부대 파견동의안

정부

가결

2003년 12월

서희, 제마부대 파견연장안(1차)

정부

가결

2004년 2월

자이툰부대 창설 및 파견동의안

정부

가결

2004년 6월

파병중단및재검토결의안

김원웅 외 50인

처리 안됨

2004년 6월

서희, 제마부대 철군결의안

권영길 외 9인

처리 안됨

2004년 12월

자이툰부대 파견연장동의안(2차)

정부

가결

2005년 7월

자이툰부대 철군촉구결의안

임종인 외 30인

부의 못함

2005년 12월

자이툰부대 파견연장동의안(3차)

정부

가결

ⓒ 오마이뉴스 김영균

16대 국회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인 지난 2003년 2월 '부시미행정부의이라크전쟁에대한반대결의안'(송영길 외 33인)과 '대한민국국군의대이라크파병반대결의안'(김원웅 외 10인)을 각각 제출했다. 하지만 두 결의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서도 세 번의 결의안이 제출됐다. 김선일씨 사망 직후인 2004년 6월 '국군부대의이라크추가파병중단및재검토결의안'(김원웅 외 50인), '이라크파견부대(서희-제마부대)철군촉구결의안'(권영길 외 9인)이, 이듬해 7월에는 '이라크내국군부대(자이툰부대)철군촉구결의안'(임종인 외 30인)이 국방위원회 안건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본회의 의안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5차례나 제출된 '이라크결의안'이 번번이 무산된 배경에는 소신을 잃어버린 이른바 진보성향 여당 의원들의 '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현실론을 내세우며, 이라크파병을 주도한 참여정부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했다.

열린우리당의 2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자이툰부대 파견과 1, 2, 3차 파견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근태·김한길·배기선·신기남·유인태·이미경·이종걸·이해찬·장영달·천정배·한명숙 등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중진들도 이라크파병이나 파견연장안에 적극적인 찬성을 표했다.

반대→찬성→반대→찬성... 소신 잃은 여당 의원들

특이한 것은 이들이 대부분 최초 '서희·제마부대 파견'(2003년 4월)에는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한순간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김부겸·김영춘·안영근(각 2선) 등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5형제' 멤버도 이에 포함된다. 그나마 김근태(3선) 현 의장을 비롯한 몇몇은 파병연장안 투표에 불참하거나 기권함으로써 소극적인 저항(?)을 했을 뿐이다.

'반전' 소신을 내세우면서도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 의원들도 있다. 김희선(2선) 의원의 경우, 서희·제마부대 파견 때는 '이라크전쟁반대결의안'을 내면서까지 반대했다가 파견연장안(1차) 때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자이툰부대 파견 때는 반대했고, 김선일씨 사망 이후에는 '추가파병중단및재검토결의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입장을 바꿔 두 번의 파견연장안(2차, 3차)에 연이어 찬성표를 던졌다.

최용규(2선) 의원도 김 의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유시민(2선) 현 보건복지부장관도 자이툰부대 파견과 1, 2차 파견연장안에는 반대했지만, 3차 파견연장안 투표에선 찬성으로 돌아섰다.

최초 이라크파병 결정 당시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했고, 최근 철군계획서 제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임종석(2선) 의원도 한 때 소신을 굽혀 반전단체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임 의원은 지난 2003년 12월 서희·제마부대 파견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각 당 주요의원들 찬반 변화표

이름(소속)

서희·제마 파견

1차연장안

자이툰파견

2차연장안3차연장안

김근태(우)

반대

기권

찬성

불참

불참

김부겸(우)

반대

찬성

찬성

찬성

찬성

김영춘(우)

반대

결석

찬성

찬성

찬성

김원웅(우)

반대

반대

반대

반대

반대

김희선(우)

반대

찬성

반대

찬성

찬성

문석호(우)

반대

찬성

반대

반대

반대

송영길(우)

반대

기권

반대

반대

반대

신기남(우)

반대

찬성

찬성

찬성

찬성

안영근(우)

반대

찬성

찬성

찬성

찬성

유시민(우)

-

반대

반대

반대

찬성

이미경(우)

반대

-

-

찬성

찬성

임종석(우)

반대

찬성

반대

반대

반대

천정배(우)

반대

찬성

찬성

찬성

찬성

고진화(한)

-

-

-

반대

반대

이재오(한)

반대

불참

기권

반대

불참

권오을(한)

반대

찬성

반대

반대

불참

김효석(민)

찬성

불참

반대

찬성

찬성

이낙연(민)

찬성

찬성

반대

반대

반대

ⓒ 오마이뉴스 김영균

반면 진보성향의 여당 의원들 가운데는 끝까지 파병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은 이들도 있다.

개혁당 출신 김원웅(3선) 의원은 2003년 2월 '이라크전쟁반대결의안'에 서명한 뒤 파병 반대에 관한 모든 결의안에 서명했고, 세 차례 연장안 투표에도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송영길(2선) 의원도 서희·제마부대 파견연장안 투표에서만 기권했을 뿐,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석호(2선) 의원 역시 비교적 올곧게 '파병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여당의 초선 의원들이 당론과 상관없이 이라크파병 반대를 꾸준히 외쳐왔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원식·유승희·이경숙·이광철·이원영·이인영·임종인·장향숙·정봉주·정청래·최재천 의원은 여당 내 대표적 '반전 초선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17대 원내진출 이후 파병중단과 철군촉구결의안을 주도했고, 파견연장안에도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권오을·이재오·고진화·주성영... 한나라 '반전의원' 눈에 띄네

여야 의원 5명은 지난 9월 19일 밤 이라크로 출국해 24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저항세력의 동향 등 치안 상황과 신정부의 안정성 여부 등을 살펴보며 파병 연장 논리의 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정청래, 한나라당 고진화, 배일도, 민주노동당 이영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여야 의원 5명은 지난 9월 19일 밤 이라크로 출국해 24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저항세력의 동향 등 치안 상황과 신정부의 안정성 여부 등을 살펴보며 파병 연장 논리의 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정청래, 한나라당 고진화, 배일도, 민주노동당 이영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실 참여정부의 이라크파병에는 한나라당의 뒷받침도 큰 힘이 됐다. 한나라당은 미국의 이라크침공 초기 서희·제마부대 파견부터 적극적이었다. 최근 사학법 재개정 등으로 여당과 대립하기 전까지 한나라당은 파병과 파견연장안에 찬성 '몰표'를 던져줬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소신껏 반대표를 행사했다. 초선 고진화·주성영·배일도 의원은 파병중단결의안에 서명하고 2차 파견연장안에 반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여당과 달리 중진급 의원들이 이라크파병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권오을·이재오(이상 3선)·박계동(2선) 의원은 파병중단결의안에 서명하거나 파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전평화세력'임을 내세우며 이라크침공에 반대해 온 민주당도 의원별로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이낙연(2선) 의원은 서희·제마부대 파견과 파견연장에 찬성하고도 자이툰부대 파견이나 파견연장에는 반대했다. 김효석(2선) 의원은 파병중단결의안에 서명하고도 자이툰부대 파견과 파견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손봉숙(초선) 의원은 줄곧 파병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17대 국회에 진출한 10명의 의원이 일관되게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을 반대하고 조속한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도 민주노동당은 철군결의안 제출에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4차 파견연장안'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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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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